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 RISC-V에 주목하라 ⑤…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설계 생태계

-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맞춤형 SoC 개발 가속화 위한 플랫폼-에코시스템 구축할 것”

“한국이 갖춘 반도체산업 기반과 글로벌 반도체산업 기반의 수요를 연결하는 것, 반도체 인프라를 한국은 물론 전세계 고객사에게 기술 역량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공학박사이자 세미파이브(SemiFive) 수장을 맡고 있는 조명현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계에 달하며 채산성·수율성 부문에서 발전이 더뎌진 미세공정기술이 점차 한계에 달한 반도체시장에서 요구되는 특화 칩(IC)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스타트업의 기술적인 가교역할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세미파이브는 오픈소스 기반의 반도체 설계자산(IP)을 무료로 공개한 리스크-V(RISC-V) 재단 멤버사이자 이를 활용한 맞춤형 코어, 시스템온칩(SoC) IP 라이선싱 기업인 사이파이브(SiFive)의 관계사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진출한 사이파이브코리아가 모태다.

RISC-V는 저전력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최적화된 코어(CPU) 설계기술로 ARM을 대체할 유력한 아키텍처로 주목받고 있다. UC버클리대학에서 개발한 개방형명령어집합(ISA)인 RISC-V는 오픈소스로 공개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구조를 열어볼 수 없는 상용IP와 달리 개발자가 구현하고픈 IP만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 유연하고 확장성이 높다.

적은 비용으로 칩을 개발할 수 있으며 선택 가능한 맞춤형 SoC 설계를 지원하는 점은 RISC-V가 주목받는 이유다. 집단지성의 결과물인 오픈소스를 활용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2개월만에 칩 설계도 가능해진다.

세미파이브도 최근 시스템반도체 이슈가 한창인 국내시장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23명으로 인력도 충원된 상태다. 최근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를 포함, 일부 벤처캐피탈(VC)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 유치에도 성공했다.

조명현 대표는 “세미파이브의 자체 기술력, 한국 파트너사가 보유한 반도체 설계역량,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갖춰진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 유수의 경쟁력 있는 반도체기업들이 있음에도 불가능했던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생태계를 이어가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 아래는 조명현 대표와의 일문일답 -

Q. 시스템반도체 이슈가 한창이다.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뭐라 생각하나
A.
반도체 설계-제조역량,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도전, 제품과 서비스를 구성하는 생태계(Ecosystem)이 필요하다. 역량과 혁신, 생태계 등 3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질 때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크게 성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프라와 설계역량은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혁신적인 도전을 추진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았다.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에코시스템의 부재, 특히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반도체시장에서 누가 글로벌 수준의 에코시스템을 설계하느냐의 문제였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생활에 산업군에 스며들면서 이에 맞는 새로운 반도체, 특화된 SoC를 누가, 어떻게 설계하고 공급해나갈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한다.

Q. 독특한 형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의 전략이 뭔가
A.
승자독식시장인 반도체시장에서 중간은 없다. 1위가 아니면 도태됐다.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많은 자본이 필요한 시장이다. 설계역량은 보유하고 있으나 시간·자본의 문제로 많은 강소기업들이 성장하기 힘든 구조였다.

세미파이브는 관련 기업들이 RISC-V 자산을 활용해 맞춤화(Customizing)가 쉽고, 비용효율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IP설계를 지원하는 ‘디자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적은 비용으로 칩을 설계하고, 테스트하며 양산에 들어가기까지의 일관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한국형 반도체가 힘들었던 이유로는 에코시스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인 CPU(코어)의 경우 에코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오픈 아키텍처인 RISC-V를 활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여기에 있다.

개방된 형태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한 IP만 선택해 맞춤화된 임베디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집단지성의 결과물인 RISC-V 에코시스템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건 차별화다. 하지만 하나의 기업이 혼자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특정업체, 특히 국가 차원에서 영향을 받게 된다면 위험요소(Risk)를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종속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ISC-V의 장점이 여기에도 있다.

리눅스가 좋은 예다. 무수히 많이 배포되고 지금도 개발 중인 리눅스 기반 제품들이 보안, 기술, 안정성이 얼마나 좋은가.. 오픈된 환경에서의 집단지성이 제공하는 기술적인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칩 설계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 세미파이브 혹은 사이파이브에도 종속되지 않고 RISC-V를 중심으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다수의 설계기업, 디자인하우스가 에코시스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Q. 지난 6월 처음 열린 세미나에서 반응이 좋았다
A.
대전과 서울에서 열린 두 번의 세미나에서 예상치 못하게 반응이 좋았다. 그만큼 새로운 반도체 설계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간 RISC-V에 대한 관심은 많았으나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한정돼 있었다. 앞으로는 다양한 접점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맞춤형 SoC를 설계하는 작업도 시작됐다. 실질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셈이다. 맞춤형 SoC에 대한 산업계의 니즈가 부상하고 있는 점과 세미파이브가 갖춘 기술력·에코시스템의 가치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양성의 이슈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IP벤더, 디자인하우스와 협력해나가고 있다. 맞춤형 SoC를 비용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을 제공하는 글로벌 허브가 되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혼자하지 않는다. 한국형 반도체 인프라, 설계기업 모두 유기체로 움직이는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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