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디억 헨켄스마이어(Dirk Henkensmeier) 박사 연구팀이 기존의 상용 불소계 전해질막 대비 우수한 성능의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ESS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출력 용량이 높지만 화재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ESS 화재 누적건수는 28회에 달한다.

리튬이온전지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나듐레독스흐름전지(Vanadium Redox Flow Battery, VRFB)는 물 기반의 바나듐 전해액이 산화-환원 반응에서 일으키는 전위차로 에너지를 충방전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은회색의 전이금속인 바나듐 기반의 전해질 용액을 사용하는 배터리로 용액이 담긴 용기의 크기가 에너지 저장용량을 결정하는 구조다. 대용량화가 가능하고 배터리 수명이 평균 20년 이상으로 길다. 특히 화재 위험이 없어 국내외 모두 관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VRFB 시스템은 화학반응에 필요한 이온을 통과-전달하는 이온 분리막이 필요하다. 현재 상용화된 불소계 분리막은 화학적 분해에는 안정적이지만 특정 이온을 선택해 전달하는 성능이 낮아 방전 속도가 빠른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분리막을 두껍게 만드는 것으로 문재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이온전달 저항도 증가하면서 전압 효율이 낮아진다.

KIST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통해 폴리벤지이미다졸(PBI) 고분자막을 사용하면 분리막 두께와 이온전도도 사이의 상충 관계를 감소시켜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반의 비용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유효면적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공성 담지체 위에 4μm 두께의 얇은 PBI 스프레이 코팅막을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PBI 고분자막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권용재 교수팀과 독일 항공우주센터(German Aerospace Center)를 통해 진행된 물성평가를 진행, 200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테스트에서 기존 불소계 상용막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KIST 디억 헨켄스마이어 박사는 “자체 방전 테스트에서도 기존 상용 분리막이 적용된 장치가 10.7시간 후 방전된 반면 PBI 고분자막을 적용한 장치는 방전까지 16.4시간이 걸렸다”며 “국가 간 전력거래가 어려운 한국이 고효율의 재생에너지저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기획원의 한국-독일 합동 중소기업 연구 프로그램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Journal of Membrane Science」 (IF : 7.02, JCR 분야 상위 1.72 %)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