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요타·닛산 등 2020년 올림픽 맞춰 실증사례 준비 중
- 소유물서 이동수단 패러다임 변화가 기술개발 경쟁 트리거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일본 완성차기업 간의 자율주행 기술-서비스 개발 경쟁이 뜨겁다. 웨이모, 우버, 엔비디아와 유럽계 완성차기업이 주축인 자율주행차 시장에 2~3년 전부터 인공지능(AI) 관련 분야에 대규모 R&D 비용을 투자해왔던 일본 완성차기업들이 2020년 올림픽을 겨냥, 안방에서 성공적인 실증사례를 만들고 향후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기업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자율운전 테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가 자율운전 기술이 해결해야 할 다양한 기술적 난제가 집약돼 있는 환경으로 보고 기술·서비스 품질을 증명한다면 글로벌 자율차 시장 진출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NISSAN]

일본정부는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무인전기차 개발과 인프라 구축 계획안을 발표, 2020년 '도쿄올림픽'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에서의 리딩 국가 이미지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로컬 기업들 또한 앞마당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앞두고 다수의 실증사례를 만들고 이를 도약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비용도 크게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2016년 실적 기준으로 268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7년 R&D 투자규모를 조사한 결과 전년비 5.7% 증가한 12조444억엔에 달한다. 대부분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 IT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의 경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AI 전담팀 설립을 추진하며 총 1조500억엔을 2017년 R&D 비용으로 책정했다. 2위를 차지한 혼다의 경우에도 2016년 대비 9.4% 증가한 7500억엔, 3위 닛산자동차도 7% 증가한 5250억엔을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3개 기업 모두 올해 R&D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벨4 수준의 자율차 시연 준비 中
도요타는 2020년 제한구역 내에서 레벨4 기술 수준의 자율운전차로 올림픽 참가선수와 대회 관계자를 실어 나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쿄올림픽 폐막 후 세계시장에 서비스 시연을 확대할 셈으로, 도쿄올림픽에서 실증사례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도요타가 실증실험에 사용할 차량은 20여명이 탑승 가능한 전기자동차(EV)다. 도요타는 올림픽 기간 중 여러 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차량 내에 탑재된 통신단말에서 수집된 차량정보는 데이터센터에 축적되며 수집된 차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API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년 초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현재 DeNA와 자율운전기술 기반 교통 서비스 '이지 라이드(Easy Ride)'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 3월5일에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자율차에 사람이 탑승한 채 시가지를 주행하는 실증실험도 진행됐다.

닛산의 실증실험이 주목받고 있는 점은 자율운전차를 스마트폰 앱으로 예약, 호출할 수 있으며 차량의 단말기가 이동 주변의 추천 명소를 표시하거나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을 발행하는 등 단순한 이동을 넘어 기타 서비스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지 라이드(Easy Ride) 테스트 차량 및 모바일 앱 [DeNA 홈페이지 캡처]

약 1주일간 진행된 이번 실증실험에서 닛산은 자율차 개발을, DeNA는 서비스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한 신뢰성 확보와 높은 판매가 등 2년 남짓 시간동안 넘어야할 산도 존재한다. 특히 EV에 탑재되는 고효율배터리 가격이 용량에 따라 크게 달라져 차량 생산원가는 비교적 고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유'에서 '이동'으로의 전환이 트리거
한편 일본은 물론 전세계 완성차기업들이 자율운전을 활용한 이동 서비스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데에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서비스 시장 창출이라는 배경이 존재한다. 특히 차량을 '소유물'에서 '이동수단'으로 변하고 있는 현재 추세가 완성차기업에겐 매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을 기점으로 공유 서비스 용도의 차량 판매가 개인 소유목적의 차량 판매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과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공동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차 보급으로 2050년에는 이동체 관련 서비스 시장이 7조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수단 기반 서비스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완성차 기업도 예전처럼 차량 생산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자동차, IT기술, 서비스 융합이 가능한 새로운 시장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혼다의 경우 구글 웨이모(Waymo)와 자율차 생산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알려졌다. 4월2일(현지시간) 엔가젯(Engadget)은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새로운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다음 파트너로 혼다와 계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사의 자율주행차 관련 공동개발 논의는 2016년 말부터 시작됐다. 배달·수송 서비스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웨이모는 자율주행택시를 위해 제규어와의 협력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웨이모와 GM의 경우 2019년 상용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애널리스트들 또한 2020년을 전후로 자율차 기반 서비스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훈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집필위원은 “2020년을 전후로 본격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특히 일본기업들은 올림픽을 통해 일본의 자율차 기술을 어필하면서 거대시장에 적극 뛰어들 계획을 밝히고 있다”며 “자율운전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국내기업도 기술적 가능성 확인을 위한 테스트를 벗어나 자율운전차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콘셉을 실증하기 위한 단계로 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IT비즈뉴스(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