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조엔 규모 일본 IT시장 국내기업 진출 확산
- 시간 두고 현지화 추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거대 IT시장 '일본'이 뜬다. 한국과는 지역이 가까워 로컬 이슈에 대응이 쉽고 현지 채널이 확보되면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갈 수 있는 점,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정부 차원에서 보안·관제시스템에 대규모 투자 단행을 추진 중이며 엔화 약세로 경쟁력을 확보한 제조산업계에서도 설비·시스템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총규모 15조엔(약 14조6000억원)대 일본 IT시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지 분위기는 더 뜨겁다. 이달 9일 도쿄국제전시장(BIG SIGHT)에서 개최된 일본 최대 IT 전시회 '재팬 IT 위크 2018(Japan IT Week 2018)'에는 일본 강소기업과 해외기업을 포함, 총 1660여개사가 참가했다. 단독부스와 한국관(파빌리온)을 통해 국내 70여개 기업도 이번 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정보보안 엑스포(IST) 현장 입구

총 13개의 세부 전시회로 구성됐으며 근간기술, 개발키트, 애플리케이션과 완성품까지 모두 총망라한 이번 전시회는 10만2441명의 참관객을 모집하며 '대박'을 냈다. 전년 8만8725명 대비 약 14%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다녀간 셈이다. 참관자 95% 이상이 일본 현지 비즈니스 관계자인 점을 보면, 관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시회 주최 측인 리드익스비션재팬(REED EXHIBITIONS JAPAN)의 나오히로 오쿠보(Naohiro Okubo) 사무국장은 “예상 참관자 수인 9만1000명을 넘어 3일 간 10만여명이 전시회 현장을 찾은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현지 트렌드를 반영해 신설된 AI&자동화 엑스포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IT시장의 3개 핵심 키워드…인공지능(AI), 보안, 무인화
일본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산업계에서 시설·설비·시스템 관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IT시장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DC재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IT시장 규모는 14조9891억엔으로 2021년까지 약 16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9년까지 도쿄올림픽에 따른 기업 투자 활성화, 윈도7 지원 종료에 따른 기업·개인PC 시장 활성화, 일본 소비세 증세로 관련 시스템 개선 이슈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업 솔루션 '라인웍스(LINE WORKS)'를 전면에 내세운 라인 부스

5조5389억엔대의 IT 서비스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금융기관에 도입되는 핀테크·블록체인 기술, IoT 도입 확산으로 제조산업계에 최근 이슈로 자리잡은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X) 관련 시스템 투자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공공부문에서도 전력자유화 이슈에 따른 고객·판매관리 시스템이나 스마트미터와 같은 IoT/M2M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보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무인화가 일본 IT시장 성장세를 견인하는 주요 기술 트렌드로 보인다. 실제 올해 전시회 현장에서도 AI&자동화 엑스포, 정보보안 엑스포(IST)에 가장 많은 인원들이 몰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 신설된 AI&자동화 엑스포 현장에는 딥 러닝 기반의 챗봇, 선예측 솔루션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시스템이 데모로 다수 공개됐다. AI 이슈가 급부상한 2년 전 기술에 대한 개념증명(PoC)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된 다양한 레퍼런스가 소개됐으며, 현장에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관련 미팅이 이뤄졌다.

보안도 주요 키워드다.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사이버공격 대응을 위한 관련 솔루션, 관제시스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2년 전 마이넘버 도입으로 망분리PC와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보안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 높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배포, 관리까지 하나의 툴체인으로 제공되는 임베디드/IoT 시스템 설계자를 위한 보안 솔루션 도입도 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컴파일러 툴 기업 관계자는 “후지쯔, 미쯔비시 등 일본기업이 현재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하고 있으나, 전세계적으로 표준화 기술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도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ARM은 엠베드(Mbed) 클라우드 관련 미니세미나를 부스 앞에서 진행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전업계에서의 인력부족 문제로 향후 무인화 시스템 시장도 성장세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AI 안내로봇이 빌딩에 배치돼 인력을 대체하고 있으며, 특히 카트에 물품을 담으면 알아서 계산되는 POS단말부터 딥 러닝 기술이 도입된 이미지 인식 기능의 결제시스템 등 소매업 중심의 서비스업종에 관련 기술이 점차 도입되면서 성장세가 예상된다.

◆한 번으로 열리지 않는다…적극적으로 나서야
업계 관계자들은 정보 수집과 로컬 마케팅을 일본 IT시장 진출의 핵심 키워드로 입을 모은다. 보수적인 일본시장에서는 현지 시스템인테그레이션(SI)기업, 채널·파트너사와의 유기적인 관계형성이 중요하며 현지에서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지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통한 기술 교류, 정보 수집에도 적극 나서야할 필요성도 있다. 일본시장에서의 마케팅 수단으로는 현지 채널(파트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수적인 시장 특성으로 단독진입보다 다양한 채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열리는 전시회가 주요 정보 수집, 채널 확보의 창구로 각광받고 있다.

오쿠보 사무국장은 “해외참가사, 특히 한국에서의 참가기업의 경우 점차 늘고 있다. 해외참가사를 위한 전시회 활용 세미나와 같은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참가기업-방문기업 관계자 모두 비즈니스 활성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상담 건수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로 연계되는 것은 모두가 공유하는 최종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지원(Kim Jiwon) 리드엑스포재팬 해외홍보 담당도 “시장 트렌드를 눈으로 직접 보고 정보를 수집하려는 적극적인 참관자들이 느는 추세”라며 “원하는 정보를 공유하고 비즈니스 매칭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외 미디어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포함,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나오히로 오쿠보(Naohiro Okubo) 리드엑스포재팬(REED EXHIBITIONS JAPAN) 사무국장과 김지원(Kim Jiwon) 해외홍보 담당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필요하다. 또 일회성 전시회 참가로 성과를 내기엔 어렵기에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본은 신기술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다양한 도입사례를 점검하고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시장이다. 보수적인 일본시장 특성 상 전시회 마지막 날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찾는 모습은 국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LG전자 연구원 A씨는 “부스 앞에서 큰 소리로 이목을 끌면서 방문객을 모집하는 현장스텝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놀랐다”며 “일본시장 특유의 문화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내에서 봤던 전시회와 다르게 참가사-참관자 모두 적극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매년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는 국내기업 대표 B씨도 “오픈일은 일반 직원이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다음 날에는 전날 방문했던 직원이 중간 관리자와 동석해 관련부스 동선을 파악하고, 마지막 날 최종결정권자와 함께 부스를 방문해 미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번 미팅을 진행한다고 해서 단번에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시간을 두고 현지에서의 니즈를 적극 수용하면서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한 번의 노크로는 절대 열리지 않는 시장이지만 열리면 꾸준하게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기회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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