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지 초고감도 생체 분자 분석 가능, 헬스케어 기기 등 활용성 기대

(왼쪽부터) KAIST 정기훈 교수, 제1 저자 이원경 박사과정 [사진=KAIST]
(왼쪽부터) KAIST 정기훈 교수, 제1 저자 이원경 박사과정 [사진=KAIST]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카이스트(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생체 분자의 광학 검출의 기술적인 장벽을 넘어선 ‘디지털 코드 라만 분광(Raman spectroscopy)’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라만 분광법은 특정 분자에 레이저를 쏠 때 분자 전자의 에너지준위 차이만큼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을 통해 분자의 종류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뇌세포와 관련된 신경 질환은 뇌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거나 불균형으로 분비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최근에는 발병과 직간접적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치료가 쉽지 않다.

신경전달물질은 뉴런의 축색돌기 말단에서 분비돼 시냅스 갭을 통과한 후 다른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결합하는 수용체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기능이 다르고 발생하는 질병도 다양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아세틸콜린이 부족하거나 글루탐산염이 높은 특징이 있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몸이 굳어지며 떨리는 파킨슨병에 걸리기 쉽고 조현병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 적절한 신경전달물질의 적절한 분비를 위한 지속적인 신경전달물질 농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통신 분야에서 잘 알려진 대역확산기술(CDMA)을 생분자화합물의 라만 분광 검출법에 적용했다.

디지털 코드화된 레이저광원을 이용해 모든 잡음신호를 제거하고 생화합물의 고순도 라만 분광 신호를 복원해 극저농도의 생분자화합물을 형광표지 없이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 출력 변동, 수신기 자체 잡음 등의 시스템 잡음과 표적 분자 이외의 분자 신호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표적 생체 분자 신호만 선택적으로 복원한 결과, 생체 분자 신호의 신호대잡음비를 증가시켜 더 정밀한 검출한계를 달성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대역확산 기반 디지털 코드 분광 기술은 직교성을 갖는 확산 코드로 암호화된 빛으로 생체 분자를 높은 에너지로 이동시켜 생체 분자에서 산란돼 나오는 빛을 다시 확산 코드로 복호화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표적 생체 분자의 산란 신호를 복원해 질병 및 건강 진단 지표, 유전 물질 검출 등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직교성을 갖는 확산 코드는 기존의 타 신호처리 기술대비 잡음 제거 성능이 우수해 신호대잡음비와 검출한계, 시간해상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대역확산 라만 분광 기술 개념도
대역확산 라만 분광 기술 개념도

이번에 개발한 대역확산 라만 분광 기술은 물질의 고유진동 지문을 측정하는 성분 분석과 전처리가 필요없는 라만 분광 기술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낮은 신호대잡음비와 검출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연구팀은 대역확산 분광 기술과 표면증강 라만 분광법을 접목시켜 별도의 표지 없이도 5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아토 몰 농도에서 검출해 기존 검출한계를 10억배 향상시켰고, 신호대잡음비도 1천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원경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월8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정기훈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휴대용으로 소형화를 진행하면 낮은 비용으로 무표지 초고감도 생체 분자 분석 및 신속한 현장 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며 “신경전달물질뿐 아니라 다양한 생화합물 검출, 바이러스 검출, 신약평가분야에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1 저자인 이원경 박사과정은 “고감도 분자 진단을 위해 통신 분야의 최첨단 기술인 대역확산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디지털 코드 라만 분광 기술을 최초로 제안했다. 이 방법으로 기존 생체 분자 검출 기술의 장벽을 해결하고 기존 기술의 신경전달물질 검출한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며 “고감도 소형 분광기로 신속하고 간단하게 현장 진단이 가능하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해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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