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도입, 지역간 불균형 문제 해소 기대
우리나라 유·불리는 갑론을박

프랑스 파리 소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 [사진=AP통신]
프랑스 파리 소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 [사진=AP통신]

‘디지털세’로 뜨거운 한 주 였다. 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 총회에서 골격이 마련된 디지털세는 6월 G7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10월 진행된 IF 회의에서 초과이익 배분율 25%, 글로벌 최저 세율은 15% 등의 구체안이 합의됐다. 

IF 회의에서 마련된 디지털세 방안은 13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지지를 받았으며, 이제 각국 정상들의 합의만이 남았다.

G20 정상회의는 이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의 디지털세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OECD는 올해 안에 전세계 국가들이 다자간 협약에 서명하고, 2023년 발효를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세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글로벌 매출 200억 유로(약 27조원), 이익률 10% 이상의 글로벌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25%의 배분율을 적용해 시장소재국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것(필라1)이며, 다른 하나는 매출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에 대해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여하는 것(필라2)이다.

단 필라1의 경우, 현지 매출액이 100만 유로(약 14억원) 이상일 때 과세권이 부여된다. (저소득 국가의 경우에는 25만 유로, 약 4억원 이상일 때 과세권 부여)

디지털세의 대두는 정보화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기인한다.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유형자산의 시대에는 세금 관계가 비교적 명확했다. 국경을 넘는 재화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에서 소비될 때 각국의 법률에 맞춰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무형자산인 디지털 서비스는 기존과 같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서비스 기업은 물리적 사업장과 시장이 다르며, 이에 시장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과세할 수 없는, 가치창출과 과세권 배분의 불일치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공격적인 조세회피에 나서기도 했다. 유형자산이며, 서비스를 진행하는 서버를 저세율에 이전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전세계에서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막대한 세금의 의무는 피하는 방안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세회피는 전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라 수년 전부터 디지털 경제로의 변화에 맞춰 국제 조세의 틀 또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OECD가 2015년 가동한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며, 유럽에서는 2018년 EU 집행위원회가 디지털세 도입을 제안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이용자들이 가치창출에 기여한 장소에서 디지털 매출에 대해 과세하는 ‘디지털서비스세’가 도입되기도 했다.

OECD·G20에서 추진하는 디지털세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디지털 경제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국제 조세의 새로운 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티아스 코만 OECD 사무총장은 “오늘의 협정은 우리의 국제 조세 협정을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국제 조세 시스템이 디지털화되고 세계화된 세계 경제에서 목적에 적합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유불리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구글, 아마존 등의 글로벌 기업에게 우리나라의 세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삼성 등 우리나라의 글로벌 대기업이 해외에 납부하는 세금이 늘어나면서 세수가 감소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디지털세 방안에서는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해외 납부 세금을 공제하는 이중과제 방지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수 감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라1에 의해 해외에서 납부해야 하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1~2개 기업에 그치는 반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으로부터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물론 지금까지 구글 등의 정확한 국내 매출을 알 수 없기에 정확한 유불리를 따지기 힘들지만, 막대한 세수 감소를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지난해 구글코리아의 신고금액은 2200억원이었지만, 일각에서는 구글의 지난해 국내 매출이 5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1조2500억원 가량의 매출에 대해 우리나라가 과세권을 갖게 된다.

또 필라2 대상의 글로벌 기업에게 법인세를 추가로 거둘 수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플랫폼 기업 중 필라2 대상이 되는 기업은 약 80여개사로 이들을 통해 수천억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또한 디지털세 도입이 우리나라의 세수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필라2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추가 세수가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에도 법인 최저한세율이 15%이기 때문이 필라2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우, 디지털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적극적인 조세회피를 하지 않았다면, 국가A에 낼 세금을 국가B에 내는 것으로 변화될 뿐 부담해야 할 세금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초기 각국의 과세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다.

무엇보다 디저털세는 지역별 불균형 해소와 조세정의 확립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다. 일부 국가들로의 부의 편중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의 지역 불균형 심화는 대형마트 확대에 따른 지방경제 황폐화 논란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지방의 대형마트 확산이 해당 지역의 일자리 증가에는 일정정도 기여하지만, 결국에는 지방에서 거둔 이익이 서울 본사로 이전돼 지방경제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존재하는데, 디지털 경제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전세계에서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이지만, 현지 국가에 내는 세금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 디지털 서비스가 미약한 국가들은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디지털세가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AFP통신]
[사진=AFP통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19개 다국적 기업이 지난해 한국에서 낸 법인세는 1539억원으로, 지난해 네이버의 법인세(4303억원)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국내에서 얼마만큼의 이익을 거둬들이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30%로 추정하지만, 이는 추정치일 뿐으로 국제법상의 한계로 인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국내 매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디지털세가 도입되게 되면, 세금 부과를 위한 정확한 자료를 얻어 공정하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OECD는 최저세율 15%를 적용하는 필라2로 전세계적으로 매년 1500억달러(약 177조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필라1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약 100개 다국적 기업의 이익 중 약 1250억 달러(약 148조원)이 재분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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