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startupdo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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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상명하복은 그간 우리 사회에서 통용돼온 조직문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비즈니스의 스펙트럼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오늘날,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직된 채 흘러온 우리 기업문화를 개선할 출발점이 될까 아니면 실정에 맞지 않는 무리한 시도에 그칠까. 수평적 조직문화의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조직 내에서 공유하는 신념이나 관행을 이르는 조직문화는 해당 조직과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게 되는 방향키다. 수평적 문화는 그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군대의 이미지와 반대 개념으로 보면 여러모로 바람직한 조직문화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통해 수평적 의사소통의 힘은 증명됐다. 조직에 대한 신뢰부터 업무 효율성, 혁신적 발상, 노사갈등 완화 등에 도움이 된다는 수많은 결과가 그것이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이다. 90년대 이후 산업 경계선이 무너지고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소수 경영진이 아니라 다수의 생각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학파와 외국인 인재들이 차츰차츰 국내 기업에 자리 잡은 것도 수평적 조직문화의 확산을 키웠다.

대표적인 가시적 변화는 직급 및 호칭의 파괴로 시작됐다. CJ그룹이 2000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직급 호칭을 걷어낸 이후 많은 기업들이 뒤를 따랐다. 호칭 하나로 조직문화가 한순간에 바뀌긴 어렵지만, 그 자체가 수평적 문화를 위한 회사의 의지와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게 소통이고 호칭은 바로 그 소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수직적 문화가 갖고 있는 상하관계의 명확성이 가진 단점들을 피해갈 수 있다. 위쪽에는 권위와 강요가, 아래쪽에는 불공정과 박탈감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혁신이 곧 생존이고 ESG 같은 사회적 책임이 점차 부각되는 시대상은 수평적 조직문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신속함과 유연성이 생명인 스타트업에게는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옷이다.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기업과 달리 도전과 추진력이 핵심인 스타트업의 경우 수직적 조직문화는 대체로 어울리지 않는다. 눈치를 보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이다.

허나 수평적 조직문화를 무조건 만능으로 여기고 추구하는 것 또한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구성원들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단순히 규율이 느슨하고 근태가 제한 없이 자유분방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면 기본적인 생산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어떤 방식의 문화가 됐든 경영자가 직원의 역량을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책임과 보상을 명확히 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기업의 목적인 이윤추구와 영향력 강화를 이뤄내는 게 핵심이고 먼저라는 것이다.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외양만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도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구인구직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구직자는 수평적이라고 듣고 왔는데 생각보다 위계가 세다고 느끼는 반면 경영자는 수평 문화에서 일은 공무원처럼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구직자는 조직문화와 조직구조를 구분하지 못하고 경영자는 비전 공유와 방향성 제시에 소홀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괴리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굴지의 IT기업들이 갑질, 왕따 등으로 인한 불미스런 민낯을 드러내며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오랫동안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 등을 앞세워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인재를 대거 유입했지만, 이면에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급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조직문화가 뿌리를 내렸음에도 기업들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표방한다는 선언적 구호만을 외치며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겉으로 내세우는 조직문화가 아니라 이윤과 영속성 추구라는 기업의 방향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의 조직문화가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수평적 문화라고 무조건 찬양할 필요도, 수직적 문화라고 배격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조직문화에 정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시장·고객·경영자 등의 특성을 종합해 최선의 성과로 나아가는 길의 옵션일 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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