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넘어 ‘전세계 생산공장’된 인도…정부 주도 이니셔티브 성과 톺아보기

1위 인구대국, 최대 소비시장·생산기지로 부상 탈중국화 이슈로 인도 내 생산 휴대폰 20억대 돌파

2023-08-18     오현식 기자
인도정부가 제조업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며 전세계 공장으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도 구자라트주 주도 간디나가르에서 열린 '세미콘인디아 2023' 현장에서 라지브 찬드라세카르 인도 정보기술부 차관(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영 리우 폭스콘 회장(왼쪽)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로이터]

인도가 전세계 스마트폰 공장이 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간 인도의 휴대폰 생산량은 연평균 23% 성장하면서 누적 20억대를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중국과 버금가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최근 세계 공장으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이니셔티브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전세계 기업들이 매력적인 생산 기지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제조업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위한 ‘생산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 PLI)’ 제도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에는 PLI에 따라 최대 18%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또 인도정부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협상 참여를 통해 선진국 경제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으며, 제조업 클러스터를 잇는 운송 인프라 강화를 통해 국내외 연결성을 높이면서 생산 기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탈중국 정책의 수혜도 얻고 있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증대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위해 탈중국 정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중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 공장으로의 위상 획득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1위 인구대국, 소비시장 성장가능성 기대감
무엇보다 소비시장으로의 가치는 인도의 매력을 더한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올해 중국을 추월해 전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 될 전망이며, 인도의 합계 출산율도 2.01명으로 중국 1.18명을 상회한다.

경제활동이 활발하며 노동력을 제공할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고, 제조산업 활성화에 따라 빈곤층 축소와 중산층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인도의 장점이다.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폭발적 소비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는 전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동시에 최대 소비시장으로 높은 위상을 획득했던 중국과 동일하다.

스마트폰의 경우 인도 내 보급률은 60%에 불과하다. 중국·미국 등이 80~90%의 보급률을 달성하면서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시장이 지닌 성장 잠재력을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 극빈층 감소, 중산층 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이익률이 높은 고가 프리미엄폰 수요 발생의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비중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의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동기비 59% 증가하면서 누적 1억대를 넘어섰으며, 프리미엄폰은 전년동기비 112%의 급성장세를 나타냈다.

◆공급망 다변화·탈중국화 이슈로 ‘전세계 공장’ 우뚝
대부분의 아이폰을 중국에서 제조했던 애플도 인도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17년부터 인도 생산을 시작했던 애플은 지난해에는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4’의 인도 생산을 빠르게 발표했다.

인도 스마트폰 출하대수 중 인도 내 생산 비중 변화 [source=counterpoint]

최신 애플 아이폰의 글로벌 판매 시점과 인도 내 생산 시작 시점의 격차는 2021년 9월 출시된 ‘아이폰13’이 약 7개월에 달했던 반면,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4의 경우에는 단 10일에 불과해 생산 거점으로서 인도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또 애플 아이폰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에 이어 위스트론이 인도 아이폰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지난해에부터는 페가트론도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을 개시했으며, 폭스콘은 7억달러를 투입해 인도 카트나타카주 뱅갈루루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내년 2분기부터 아이폰 생산을 계획하는 등 인도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1%에 불과했던 아이폰 인도 비중은 지난해 7%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며, 2025년까지 인도 내 아이폰 생산 비중이 25%까지 증가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인도 생산을 본격화한 삼성 역시 2025년 스마트폰 부문의 인도 내 생산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전략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비중은 2021년에서 17%에서 지난해에는 21%까지 높아졌다. 

폭스콘 [사진=로이터]

스마트폰 제조 역시 자립적 인도(Self-Reliant India) 이니셔티브에 따라 가장 먼저 PLI 대상이 된 분야다. 인도에서 생산·판매된  스마트폰에 대해 4∼6%의 세제지원을 제공한다. 삼성의 경우, 2021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기준 약 60억루피(약 965억원)의 보조금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대부분(98%)이 인도 생산 스마트폰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와 오포, 샤오미, 비보 등 중국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확대된 인도의 생산 비중을 알 수 있다. 

수출도 활발하다. 인도정부 자료에 의하면, 올해 4월과 5월 두 달간 인도의 스마트폰 수출은 전년동기비 150% 이상 증가한 24억3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큰 폭의 증가세를 이뤄냈다.

특히 아이폰 생산 증가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4월, 5월) 대미 스마트폰 수출액이 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대미 수출이 8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전체 수출액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괄목성장한 점이 눈에 띈다.

2분기 출하량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source=counterpoint]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회 발굴, 정부·기업 간 협력관계 구축해야
이제 인도는 이차전지(배터리), 반도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EV)용 이차전지 산업 지원계획을 발표한 인도정부는 9월에는 프로젝트 비용 대비 보조금 비율을 증가시키는 내용의 반도체 PLI를 확정하는 등 차세대 성장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의 제조산업 육성은 수출 부진 장기화라는 난관에 봉착한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준다.

먼저 새로운 글로벌 제조공장으로 부상하는 인도에서의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발맞춰 인도를 활용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점검하고, 인도정부의 개발 목표에 대한 이해 속에서 현지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지적된다. 

인도정부가 정부 정책 수립에 다양한 산업단체와 싱크탱크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양국 기업, 싱크탱크, 산업단체의 교류를 활성화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정부 간 밀도 높은 협력관계 구축도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시장조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인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현지 산업정책 변화, 현지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