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내년 2월 한국시장 철수…아프리카TV·네이버 반사이익 볼까?

망사용료 부담으로 설왕설래

2023-12-07     오현식 기자
트위치가 높은 국내 망 사용료를 이유로 내년 2월 한국에서의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사진=EPA]

전세계 최대의 인터넷 방송 중계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내년 2월27일에 한국 내 트위치 운영이 종료될 예정이다. 2017년 7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2015년 2월 한국 서버 추가를 기준으로 하면 9년여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트위치 철수는 국내 망사용료를 화두로 올렸다. 트위치가 한국시장 철수의 이유로 높은 망 사용료를 들었기 때문이다.

트위치는 시장 철수를 알리는 블로그에서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가 대부분의 국가보다 10배나 더 높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운영 비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져 사업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망사용료로 인해 비즈니스가 활성화될수록 손실이 증가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의미다.

트위치는 P2P 모델 도입까지 고려할 정도로 망사용료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P2P는 연결된 여러 PC를 활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PC의 리소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자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이를 고려해 트위치도 P2P 도입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P2P 방식 대신 트위치는 한국 사용자 대상으로 동영상 화질을 최대 720p로 제한(지난해 9월)하고,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지난해 11월), 방송 동시 송출 금지(올해 6월) 등을 적용했다. 네트워크 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손실이 불어나면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트위치의 사업 철수 배경이 알려지면서 트위치 주 이용자인 10대, 20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망사용료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진행하고 있는 ‘망이용료법안 반대 서명’ 참여자도 7일 기준 28만명을 돌파하는 등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위치의 철수는 망사용료 부담이 아닌 트위치의 경영 실패라는 지적이다.

본사 CEO가 교체되고, 고위임원진 상당수가 사퇴, 또는 해임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트위치의 경영 부진이 지적되고 있는데, 한국시장 철수는 이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트위치는 한국시장 철수 배경으로 비용 부담을 들었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구독·광고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추구할 수 있는 수익 모델에서 국내의 트위치는 어느 한 분야도 정상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으며, 이러한 견고한 수익모델의 부재가 사업을 철수하는 배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트위치의 국내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TV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640억원에 달하며,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 가까이 증가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사진=연합뉴스]

아프리카TV는 지난해에는 연간 영업익 824억원과 595억원의 당기순익을 보고하기도 했다. 트위치가 철수의 배경으로 지목한 대규모 손실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망사용료는 기업마다 다르게 매겨지고 기업간 기밀로 취급되기 때문에 양사의 단순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방송 중계 부분 1·2위를 다투는 트위치와 아프리카TV의 망사용료 수준이 큰 차이를 갖는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규모 손실을 주장하는 트위치와 이익을 기록중인 아프리카TV의 차이는 수익모델 확보라는 부분에서 갈렸다는 설명이 더 타당하게 들린다. 

더불어 유명 인터넷 스트리머와 사용자 유출로 인한 경쟁력 상실도 지목된다. 수익성 강화와 비용절감을 위한 조치들이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으로, 지난해 기존 7:5(스트리머:플랫폼)였던 수익 분배구조의 5:5 조정 시도가 사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대형 스트리머의 이탈을, 720p 화질 제한이 사용자 이탈을 불러일으키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의 올해 우승팀인 T1도 트위치에서 방송 진행했지만 지난해 6월 아프리카TV와 독점 계약을 맺고 플랫폼을 이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페이커’ 이상혁 등 T1 소속 게이머들도 트위치 방송을 중단하고,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편, 트위치의 철수로 인한 반사이익도 주목된다. 트위치의 오랜 경쟁 플랫폼이었던 아프리카TV, ‘치치직(가칭)’이라는 서비스명으로 최근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네이버가 트위치 철수의 수혜주가 될 것으로 지목된다.

특히 아프리카TV는 트위치의 시장 철수 소식이 알려진 7일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반사이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EPA]

한편, 트위치는 철수 이전까지 플랫폼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스트리머들의 타 플랫폼 이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리머의 플랫폼 이전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서비스 내 알림 기능을 활성화하고, 연결 링크를 지원하는 동시에 이전 지원을 위해 다른 업체와의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트위치가 공개한 철수 일정을 살펴보면, 현재 사용자의 온보딩(신규 제휴 회원), 온보딩 업데이트(기존 제휴 회원·파트너)에서 한국 거주국가 설정이 중단됐다. 계정에 남아 있는 비트나 활성 구독에 대한 환불 요청도 받고 있다.

트위치는 환불 요청은 내년 3월27일까지 받을 예정이며, 구독은 서비스 종료일인 2월27일까지 자동갱신이 유지되다가 이후 비활성화가 적용된다. 사용자는 자동갱신 비활성화 이전 구독 취소가 가능하다. 

2월27일에는 서비스 중단과 함께 한국 스트리머 채널, 한국 시청자에 대한 수익 창출이 비활성화되고 한 달 후인 3월27일까지 한국 스트리머 대상 최종 금액 지급이 진행된다.

완전 철수일은 내년 6월4일이다. 이때까지 트위치는 스트리머에 대한 최종 정산, 제휴 파트너 청산 등 사후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