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알려주마] 콘텐츠 트렌드를 견인하는 ‘미드폼’이 주목받는 이유
[연세대 ISSU 리포트] ⑥ 접근성 높은 퍼블릭 포털 콘텐츠와의 차별성 가져야
최근 소비자들의 영상 콘텐츠 소비 성향은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급변하는 IT 환경과 함께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한다.
콘텐츠 주요 소비자층인 MZ세대는 주로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이를 소비하면서 문해력 저하 문제를 겪는다. 단순함과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언어 표현의 급진적인 변화는 어휘력과 문맥 이해력 부족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현상은 콘텐츠 소비자로 하여금 줄글보다는 시각적 자극이 강조된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는 경향성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이 주로 시청하게 되는 영상 콘텐츠의 유형 또한 변화한다. 최근의 콘텐츠 소비 유형은 기존과 대비하여 ‘짧은 호흡’의 집약적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난다.
틱톡을 필두로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등 내용이 많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가 해당 앱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짧은 동영상 콘텐츠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쉽고 빠르게 공유되는 특성이 있는데, 이용자 간 의견을 활발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으로 숏폼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기존 편당 1시간 내외의 재생 시간을 가지는 전통적인 형식의 드라마 대신, 짧은 웹드라마 또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바쁜 일정을 살아가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긴 재생시간이나 다수의 에피소드를 보유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인내력이 줄어들고, 시간적인 제약을 고려하여 짧은 소비 주기의 콘텐츠를 선호하게 된 경향을 보인다.
유튜브 등지에서 “N시간 몰아보기”, “배속재생”과 같은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성행하고 있는 현황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같은 미디어 환경과 콘텐츠 소비자의 소비 습관의 변화는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시장의 주요 채널로 자리잡은 OTT 플랫폼에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의 제작 및 배포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OTT 플랫폼과 영상 콘텐츠 소비의 최신 트렌드
OTT(Over-the-Top) 서비스는 영상 콘텐츠 소비 매체로서 뉴미디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플랫폼이다. OTT서비스는 전통적인 방송과는 달리 콘텐츠 송출이 일방향적이지 않으며 영화·드라마·예능·스포츠·비디오 스트리밍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독 형태로 제공한다.
구독자들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해 시청할 수 있다. 또 다양한 기기에서 접속가능하며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개별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용자경험 향상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소비의 주요 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OTT 시장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OTT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 등이 뒤를 따른다.
각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같은 플랫폼만의 고유한 창작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OTT 시장 내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OTT 플랫폼의 콘텐츠 제공 방식은 최근 콘텐츠 소비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OTT 플랫폼 내 다량의 콘텐츠로 인해 선택의 어려움과 정보 과부하를 경험할 수 있다.
OTT 플랫폼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 내에서 적절한 추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플랫폼이나 다른 형태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찾는 행태도 보인다.
따라서 OTT서비스 공급사는 사용자경험과 콘텐츠 제공 방식에 대한 혁신을 고려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드폼’ 콘텐츠로의 집중이다.
◆새롭게 부상한 ‘미드폼’ 콘텐츠 전략
미드폼 콘텐츠는 숏폼(1~10분)과 롱폼(1시간 이상)의 중간 형태로 20~30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가진 콘텐츠의 형태를 말하며 유튜브와 OTT 플랫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OTT 플랫폼은 기존의 “영화 1편 = 2시간, 드라마 1편 = 1시간”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리며 편당 30분 내외의 미드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30대 여성들의 일상을 그린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대표적인 미드폼 콘텐츠의 예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며 젊은 층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매회 30분 내외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극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방영 당시 7·8화 공개 후 티빙 유료 가입 기여 수치가 전주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일일 가입 기여 최고치를 경신했고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가입 기여 1위를 달성하며 한 획을 그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드폼 콘텐츠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드폼은 짧은 호흡으로 빠른 전개, 압축적인 스토리, 간결한 캐릭터 간 관계로 인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편당 러닝타임을 줄임으로써 여가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콘텐츠 시청을 시작하는 데 있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고,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의 관점에서 미드폼 콘텐츠는 기존 롱폼 콘텐츠에 비해 제작 기간이 짧아 즉각적인 반응을 보며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낮은 제작 단가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추어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는 것 또한 콘텐츠 제작 관점에서 미드폼 콘텐츠가 매력적인 요인 중 하나다.
◆OTT 플랫폼에서 미드폼 전략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물론 새로운 시청 트렌드로 부상한 미드폼 콘텐츠가 완벽한 주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도 있다.
각 OTT 플랫폼의 드라마 인기 순위 등에서 미드폼 형식의 콘텐츠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롱폼 형식의 콘텐츠들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화제성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인 ‘오징어게임’, ‘DP’, ‘더글로리’ 등 아직 전통적인 형식의 롱폼 콘텐츠들이 대규모의 흥행을 성공시키고 있는 작품들이다.
미드폼 콘텐츠가 보여줄 수 있는 깊이의 한계성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미드폼은 짧은 시간 내에 이야기를 완결시켜야 하기에 작품의 완성도가 롱폼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짧아진 재생 시간에 따른 플랫폼 점유율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현재 OTT 플랫폼 시장에서 긴 점유 시간과 막대한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캐시카우의 역할은 여전히 롱폼 콘텐츠가 수행하고 있다.
썸네일과 같이 OTT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의 기본 정보만을 토대로 해당 콘텐츠가 요약된 2차 콘텐츠만을 찾아보는 시청자들의 소비 행태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유튜브나 SNS 등지에서 2차로 콘텐츠를 재요약하거나 주요 장면만 보여주는 콘텐츠 제공 주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콘텐츠 자체의 화제성을 증가시키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콘텐츠 제작사의 입장에서 플랫폼을 통해서만 로열티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들의 재가공은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소비행태는 제작자의 실질적인 수익창출로 이어지지 않아 콘텐츠 생산의 동인이 저하될 수 있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미드폼이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능카드가 아니기에 제작사와 OTT 플랫폼 측은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시즌제의 도입이다.
미국에서는 보편적인 제작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그저 잘 된 작품의 속편이나 스핀오프로 여겨지던 것이 제작 방식의 발전과 OTT 플랫폼의 도입으로 인해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역시 인기와 흥행에 힘입어 시즌2로 돌아왔다.
OTT 플랫폼이 전개해야 할 미드폼 전략은 단순한 콘텐츠 제공을 넘어 접근성이 뛰어난 유튜브 등지의 SNS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던 과거의 미디어 환경과 다르게 소비자와 생산자를 넘나들며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다. 이를 고려할 때, 콘텐츠와 플랫폼의 특성에 맞는 개별 콘텐츠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미드폼 포맷의 등장은 OTT 플랫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변화는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OTT 플랫폼은 지속적인 혁신과 사회적책임을 고려하여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김연진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박수빈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3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3년 2학기 동안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2주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