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 압박에 꼬리내린 애플…“비접촉식 결제 개방”

강력 규제에 빅테크 기업들 정책 전환 눈치작전 MS, 팀즈 번들링 철회·오픈AI 이사회 참관인 자격 포기

2024-07-15     오현식 기자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 반독점 책임자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집행위원회에서 애플페이 반독점 경쟁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EPA]

애플이 유럽지역에서 아이폰의 탭앤고 결제 기술을 개방하기로 했다. 탭앤고는 아이폰에 적용된 비접촉식 결제 기술로 기존에는 애플페이만 사용할 수 있었다. 탭앤고 개방은 유럽연합(EU)의 대형 디지털플랫폼 사업자 규제에 순응하는 조치다.

EU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타 사업자의 공정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연속 위반 시 최대 20%)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디지털시장법(DMA)를 발효했으며, 애플 아이폰에서의 앱스토어 독점과 탭앤고 애플페이 독점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EU의 강력한 빅테크 규제에 순응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DMA 본격 발효에 앞서 애플은 앱스토어 외에 제3자 앱 마켓플레이스 설치 허용, 유럽 앱스토어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 등의 조치를 발표했지만, 지난달 실효성 문제로 DMA 위반 잠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애플페이 이외의 다른 모바일 전자지갑을 허용하는 이번 조치는 아이폰에서 다양한 모바일 전자지갑을 사용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삼성페이, LG페이 등 다양한 비접촉식 결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듯 아이폰에서도 삼성페이 이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EU집행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집행위원회에서 애플페이 반독점 경쟁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의 탭앤고 결제 기술 개방에 따라 애플페이와 관련한 DMA 조사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2020년부터 애플페이 약관, 탭앤고 등 애플페이와 관련한 조사를 공식 개시했으며, 2022년에는애플의 탭투페이 정책에 대해 경쟁 제한이라는 의사를 개진한 바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 반독점 책임자는 “애플의 이번 발표는 아이폰 모바일 지갑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경쟁을 제한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한다”며 “개발자가 탭앤고 기술을 활용하는 아이폰용 모바일 지갑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이달 25일까지 관련 조치가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MS도 눈치작전…오픈AI 이사회 참관인 자격 포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오픈AI 이사회의 참관인 자격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한 MS는 지난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해고·철회 해프닝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자로서 의결권 없는 이사회 참관인 자격을 획득했었다. 

오픈AI 이사회 참관인 자격 포기에 대해 MS는 “이사회의 진전과 기업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확인했다”면서 “더 이상 관찰자로서의 한정된 역할이 필요치 않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이보다는 규제 기관들의 우려 해소 차원에서 진행된 조치라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빅테크 기업인 MS가 인공지능(AI) 시장 선도기업인 오픈AI에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에 미국과 영국, 유럽의 반독점 규제기관들은 우려했는데, 이번 조치로 오픈AI의 독립성을 입증해 독점에 대한 규제 기관들의 의문을 해소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첫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함께 무대에서 서 있다. [사진=AP통신]

MS는 지난달 협업 툴 ‘MS팀즈’ 묶음 판매에 대해 EU집행위로부터 DMA 위반이라는 잠정조사 결과를 통보받기도 했다. MS는 DMA 본격 시행에 대비해 지난해 유럽에서의 팀즈 번들링 중단을 발표했으며, 올해 4월 이를 전세계적로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EU집행위는 MS의 팀즈 번들링 중단을 인정하면서도 협업 툴 시장의 경쟁 회복을 위해 MS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 MS는 “남은 우려 사항을 해결할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EU집행위는 일론 머스크의 X(구 트위터)가 디지털서비스법(MSA)를 위반했다는 잠정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DSA는 대형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게 강력한 콘텐츠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으로 위반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6%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EU집행위는 X의 광범위한 DSA 위반을 지적했는데, 위반사례로 다크 패턴을 통한 사용자 오도, 광고 투명성, 연구자들에 대한 데이터 접근 규정 미준수 등에 대한 위반을 언급했다.

특히 X의 ‘트위터블루’로 알려진 사용자 인증 마크에 대해 악의적인 행위자가 검증된 상태를 얻어 사용자를 속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