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내달 20일, 트럼프가 온다…스타트업계 ‘악재일까 기회일까’
IRA·칩스법 수정 검토에 관련 기업 긴장감…암호화폐 시장은 환호 법인세율 외 R&D 비용 세액공제 확대 검토…투자 활성화 기대감 공언한 ‘보호무역주의’ 리스크, 해외 진출·수출에 악역향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가 8년만에 돌아온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곳곳에서 불확실성이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가 몰아칠 것이란 예측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내놓을 각종 정책에 세계 경제가 크게 출렁일 것이란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스타트업도 여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매한가지다.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는 한 달 뒤인 내달 20일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당초 역대급 박빙 선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를 비웃듯 큰 격차로 상대 후보를 꺾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기존의 본인 스타일을 고수했다. 특별히 달라진 공약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나 미국 국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그가 이번 임기에서도 과거 자신의 불확실성 높은 정책적 노선에 별다른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앞으로 4년 동안 모든 이들이 마치 럭비공 같은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트럼프 당선 확정 직후 가장 먼저 반응이 나온 곳은 암호화폐 시장이다.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여타 코인들도 줄줄이 상승곡선을 나타냈다.
이는 대선 기간 중 전면에서 트럼프를 지원한 일론 머스크의 역할도 컸다. 그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정부효율위원회 수장을 맡게 됐는데, 그가 지원하는 도지코인 역시 당연히 급등했다.
암호화폐를 넘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핀테크 등 각종 신기술 분야도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다. 트럼프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내렸던 AI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하고 스타트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규제 완화가 가속화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대적인 세제 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대폭 낮추고 연구개발(R&D) 비용의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기조가 실현되고 유지된다면 초기 스타트업들은 재정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동시에 벤처캐피탈(VC)들의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의 전면 수정을 공언한 만큼 친환경 에너지와 반도체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들에게는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있다. 정책과 지원 방향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상징과도 같은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보수적인 이민 정책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가져올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자면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이 스타트업의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정치적·사회적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스타트업은 새로 변화하는 정책적 환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밝힌 공약들과 앞서 지난 임기에 펼쳤던 경제 정책들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보호무역주의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한국 입장에서 최대 수출국인 미·중 양국으로의 대외 불확실성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관세가 상승과 FTA 재협상은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고,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은 글로벌 금융 시장과 환율 변동성을 높여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의 미국 시장 진출 역시 지금보다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에도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도입했던 스타트업 비자를 없앤 전력이 있다. 스타트업 비자는 전세계 기업인들에게 미국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일시적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로, 당시 트럼프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이를 폐지했다.
반대로 기회의 ‘좁은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없지는 않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안보와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보안 소프트웨어(SW)와 암호화 기술, 데이터 보호 솔루션 등 사이버보안·안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도 미국 시장을 두드려볼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모두가 공감하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현재 나오고 있는 다양한 전망들 역시 확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보고 비즈니스의 내실을 다지며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난세에는 기본기가 탄탄한 이들의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