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알려주마] 정부-민간 협력 기반의 혁신과 MaaS의 미래
[연세대 ISSU 리포트] ⑤ 지속가능한 교통인프라, 데이터 기반 협력이 핵심
도시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이동 방식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교통체증, 환경오염, 대중교통의 접근성 문제 등 도시의 고질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모빌리티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 플랫폼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통합해 사용자 중심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MaaS)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쏘카 등 민간 주도 서비스와 더불어 정부가 운영하는 슈퍼무브(SuperMove) 등 공공 중심까지 등장하면서 MaaS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민간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를 확장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쏘카는 각각 독창적인 전략과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며 새로운 이동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을 넘어 자전거, 셔틀, 시외버스, 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주차, 대리운전에서 시작한 서비스는 세차, 정비, 중고차로 확대되며 이용자들의 이동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특히 2021년 4월에는 구글로부터 5천만달러(약 56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서비스 다각화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MaaS 시장에서 가장 높은 완결성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4월 우버와 합작법인(JV)인 우티(UT)를 출범시키며 기존 택시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이를 바탕으로 렌터카, 대리운전, 차량 공유, 단거리 이동 수단, 주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다.
구독형 요금제를 통해 이용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버의 글로벌 운영 노하우와 T맵의 국내 데이터 분석 역량이 결합된 점은 티맵모빌리티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쏘카는 국내 모빌리티 업계 최초로 유니콘에 등극하며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국 45개 쏘카존에서 약 1만5000대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며 축적된 빅데이터는 향후 통합 차량 서비스에서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에 투자하고 2022년 10월에는 제주에서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하며 미래 MaaS 구현을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가 주도 K-MaaS ‘슈퍼무브(SuperMove)’
국내 민간 주도 MaaS 기업들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편 국가 주도 MaaS 슈퍼무브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민간 주도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데이터 연계와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어 공공 중심의 접근 방식인 슈퍼무브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슈퍼무브는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한국도로공사가 중계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이는 민간 기업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MaaS 서비스와 달리 교통수단 간 정보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고,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슈퍼무브는 철도(KORAIL), 항공(노랑풍선/선민투어), 버스(시내버스/시외버스), 개인형 이동수단(지바이크 등)과 같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단일 앱에서 검색, 예약, 결제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 주도의 MaaS는 민간 주도 모델에 비해 근본적인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공공기관이 데이터 중계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한다는 점이다.
슈퍼무브는 한국도로공사가 중계 플랫폼을 운영하며, 다양한 교통수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제공한다. 민간 사업자들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앱을 개발하고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구조는 데이터 독점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민간 주도의 MaaS는 개별 기업이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어 플랫폼 간 연계가 제한적이며 시장의 파편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차별점은 국가 주도의 MaaS가 보다 공익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에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로 도시 교통 문제 해결한 싱가포르 ‘비라인(Beeline)’
싱가포르는 인구 약 600만의 초밀집 도시로, 대중교통망이 촘촘히 구축되어 있음에도 외곽 지역 접근성이 낮고 출퇴근 시간대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문제를 겪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과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이 협력해 비라인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비라인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행 경로를 설계하고, 기존 고정 노선 대중교통의 한계를 보완하는 온디맨드 셔틀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출발지와 도착지에 맞춘 최적의 경로와 운행 시간을 제공한다.
실시간 교통 데이터, 예약 데이터를 결합해 수요 기반의 서비스를 설계하고 교통량과 이동 흐름을 분석해 수요가 높은 지역에 셔틀을 집중 배치해 예약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과 좌석을 유동적으로 조정했다.
이러한 접근은 평균 이동 시간을 단축하고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성과를 냈다. 특히 데이터 기반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은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체증 완화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교통 접근성이 낮은 외곽 지역과 저소득층 거주 지역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했다.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강화하고 기존 대중교통 대비 더 저렴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여 경제적 부담을 줄인 동시에 차량 운행 최적화와 경로 효율화를 통해 연간 약 1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눈길을 끌었다.
비라인의 성공은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에서 비롯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교통 데이터를 개방하고 정책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민간 기업은 이를 활용해 효율적인 알고리즘과 기술 솔루션을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SMRT와 IMDA는 데이터 분석과 운영 체계 개선을 통해 프로젝트 초기 비용 절감과 상용화를 앞당겼다. 이같은 협력 모델은 MaaS의 성공을 위한 데이터 개방과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협력과 기술로 도시를 혁신하는 MaaS의 미래
진정한 MaaS 구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교통수단 운영 주체, 플랫폼 사업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한국은 세계적인 교통·통신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민간 사업 참여와 공유 교통수단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통 빅데이터 통합, 요금 체계 정비, 관련 법규 수립 등이 핵심과제로 꼽힌다.
MaaS의 미래는 자율주행 전기차와 같은 혁신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무정차 이동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며 서비스 비용 절감을 통해 사용자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OECD 국가 국민의 95%가 자율주행 기반 MaaS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민간 주도의 혁신이 단기적인 시장 확대를 이끄는 반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MaaS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 표준화, 상호운용성 확보, 통합 결제 시스템 정교화 등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교통과 숙박, 관광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와 사용자의 편의성을 동시에 증진해야 한다.
MaaS는 단순히 이동 수단을 통합하는 것을 넘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교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협력은 이러한 혁신을 이루는 필수요소로, 싱가포르의 비라인 사례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성공적인 MaaS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간의 혁신성과 공공의 거버넌스를 결합해 사용 편의성과 포괄성을 갖춘 MaaS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이를 통해 MaaS는 단순한 교통 서비스 제공을 넘어 스마트시티 구현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한국의 MaaS가 세계적 모범사례로 자리할 날을 기대하며 협력과 기술을 통해 도시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때다.
글: 연세대학교 아시아학과 이혜원 /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이민재
연세대학교 통합디자인학과 이윤주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9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4년 2학기 동안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3주 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