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대학생의 AI툴 활용 빈도…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연세대 ISSU 리포트] ⑦ AI툴이 가져온 학습환경의 변화와 향후 도전과제
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 광경을 상상해보자.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이 무엇일까? 전공 교과서를 읽고 있는 모습, 노트북에 레포트를 쓰고 있는 모습,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 모두 아니다. 바로 챗GPT(ChatGPT)에 질문을 생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모여 자신의 노트북을 핀 채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책보다 더 자주 등장한 것은 바로 인공지능(AI) 서비스였다. 어떤 학생은 AI가 생성한 퀴즈로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고, 어떤 학생은 AI 번역기로 외국어 교재를 정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AI로 작성한 에세이의 초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렇게 AI기술은 대학생들의 학습 환경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새로운 학습 문화를 형성 중이다.
AI가 대학 학습 환경에 도입되기 전 학생들의 학습 방식은 주로 수동적이었다. 강의를 듣고 필기한 내용을 복습하거나, 참고 문헌을 탐색하고, 스터디 그룹에서 문제를 푸는 전통적인 방법이었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학습 방법은 학생들에게 꾸준한 노력을 요구하였으나, 학습 효과는 개인의 개인의 역량과 능력에 크게 의존하였다. 특히 특정 개념을 이해하거나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학생들은 시간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인공지능(AI)이 대학생들의 학습에 가져온 변화
그러나 AI가 도입된 이후 학습 환경은 본질적으로 변화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개인화된 학습’이다. AI는 각 학생의 학습 데이터와 성취도를 분석하여 맞춤형 학습 계획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튜터링 시스템은 학생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해 해당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학습 자료와 연습 문제를 추천한다. 이는 기존의 획일적인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필요에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개인화는 학습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AI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과정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에세이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AI의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수학 문제를 푸는 경우 AI는 학생의 풀이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해 오류가 발생한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올바른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이러한 세부적인 피드백은 학생들이 자신의 실수를 신속히 수정하고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단순히 결과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정 중심의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 학습 방식과 크게 차별화된다.
전공과 학년에 따라 활용되는 AI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공학과 학생들은 주로 프로그래밍 코드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최적화해주는 AI 도구를 활용한다. 학생들이 작성한 코드에서 버그를 탐지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AI는 공학과 학생들의 학습 효율성을 크게 높여주는 형태다.
반면 인문학 전공 학생들은 에세이 작성 보조 AI를 통해 글의 구조를 개선하고 논리적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AI 도구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고 심도 있는 학문적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신입생들은 기본 학습 도구로 AI 기반의 플래시카드와 자동 노트 생성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 도구들은 신입생들이 방대한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핵심 개념을 빠르게 숙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면 고학년 학생들은 논문 초안 작성 및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AI 도구를 주로 활용한다. 예컨대, 데이터 분석 도구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을 자동화해 고학년 학생들이 보다 전략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같은 에듀테크 서비스의 공통점은 사용자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각 서비스는 대상 사용자에 따라 UX/UI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AI 도구는 직관적이고 사용이 간편하도록 설계되는 반면,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도구는 고급 기능과 세부 조정 옵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가령 플래시카드 서비스는 단순한 인터페이스와 자동화된 기능을 통해 초보 학습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반면 데이터 분석 도구는 고급 사용자를 겨냥해 복잡한 데이터 세트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과 유연한 시각화 옵션을 포함한다.
◆대학생은 어떤 AI서비스를 사용할까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에듀테크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 강의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에듀테크 AI 서비스로는 뤼튼과 네이버 클로바 노트가 있다.
‘과제를 1분 안에’라는 카피 문구를 가진 뤼튼은 자료 검색, 보고서 작성, 논문 읽기 등 실제 대학생들이 여러 학습 단계에서 사용하는 AI서비스다. 뤼튼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은 ‘한국어를 잘하는’ 생성AI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오픈AI의 챗GPT 대안으로 뤼튼을 사용하기도 한다.
뤼튼은 포털 사이트와 유사한 검색 인터페이스의 홈 화면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홈 화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원하는 목적을 선택하세요’라는 설명의 툴팁에서 알 수 있듯 ‘AI검색’, ‘AI이미지’, ‘AI과제와 업무’와 같은 이용 목적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뤼튼 사용 목적에 적합한 AI 모델이 적용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각 목적을 선택하면 해당 AI 모델이 처리한 결과물의 예시를 아래에 보여준다.
인터페이스 또한 매우 직관적이다. 이와 같은 인터페이스로 사용자가 가진 다양한 학습 목적을 이룰 수 있는 AI 모델과 프롬프트를 입력하기 편하다. 실제로 대학생이 AI를 활용하며 겪는 큰 페인 포인트 중 하나는 적절한 프롬프트에 대한 고민이다. 프롬프트에 따라 AI 결과물의 퀄리티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뤼튼은 이러한 고민을 최소화할 수 있게 사용자가 검색 전 사용 목적을 먼저 선택하고 프롬프트 작성에 용이한 템플릿을 제공하거나 예시 프롬프트를 큐레이션해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대한 고민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AI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생도 뤼튼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클로바노트 역시 대학 교육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AI서비스 중 하나다. 클로바노트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AI서비스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학습 단계는 수업 필기와 복습 과정이다.
대학생의 과제와 시험 준비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아마 강의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강의를 매시간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AI서비스가 바로 클로바노트다. 강의 녹음본을 올려주기만 하면 곧바로 텍스트로 변환해 주어 강의 요약본을 만들고 필기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클로바노트의 빠른 텍스트 변환 UX는 많은 강의를 듣는 학생에게 유용하게 작용한다. 클로바노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녹음을 진행하거나, 이미 녹음한 파일을 올리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녹음을 진행할 경우, 녹음이 종료되면 텍스트로 변환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미 존재하는 녹음 파일을 올릴 시 언어 설정, 대화 상황, 대화 참여 인원수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즉시 텍스트 파일로 변환해 준다. 이렇게 빠르게 강의 내용을 텍스트로 받아볼 수 있어 많은 수의 강의를 듣는 대학생에게 실용적인 AI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인터페이스의 경우 사용자는 변환된 결과에 대해 단락별로 복사·수정·메모·북마크 등을 할 수 있어 강의 내용에 추가적인 정보를 삽입할 수도 있고, 잘못된 변환을 직접 수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사용자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클로바노트의 또 다른 특징은 AI가 해당 텍스트를 통해 파악한 주요 키워드와 핵심 내용 요약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상단에 주요 키워드가 위치하여 사용자가 긴 전체 내용을 읽지 않고도 강의의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핵심 내용 요약, 메모 등은 오른쪽 사이드에 표시되어 본문 내용과 함께 볼 수 있어 요약에 제시된 내용의 원본 부분으로 이동하기 간편하다. 이는 AI를 활용하지 않은 강의 필기본과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학습에 유용한 AI,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편, AI가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AI를 활용해 학습을 진행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현재 교수와 학생은 전공을 불문하고 인공지능 학습과 관련해 많은 우려 사항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먼저 표절 및 부정행위에 대한 문제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학교에 다니며 에세이나 보고서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교수님께서 하시는 표절에 대한 엄격한 경고를 들은 경험도 많을 것이다. 표절은 대학 교육 현장에서 반드시 없어야 할 비윤리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대학교는 표절을 금지하는 엄격한 교칙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제출된 과제와 시험 답안은 표절률 검사 프로그램을 통해 그 여부가 확인된다.
하지만 대학 교육 현장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AI의 경우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가 비교적 어렵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과제에 활용가능한 정도에 대한 기준이 교수자에 따라 상이할 뿐 아니라, 정확하게 AI 사용률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표절’은 ‘타인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사칭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법률 용어가 아닌 윤리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표절하거나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을 표절하면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표절’이라는 윤리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AI의 결과물을 자기 결과물처럼 사용하는 것은 ‘표절’이라는 부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AI가 쓴 에세이를 그대로 내는 행위, AI가 쓴 시험 정답을 자기가 쓴 것처럼 제출하는 행위 모두 AI를 활용한 부정행위에 포함된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참고만 해야하며 학습 평가에 활용할 때에는 자신만의 의견이 담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유의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 문제다. AI를 활용하다 보면 부정확한 정보를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모델이 무의미하거나 부정확한 아웃풋을 생성하는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검색된 답변의 출처를 표시하거나 바로 이동하는 AI서비스가 많지만, 이마저도 잘못된 경우가 많다. 출처로 표시된 링크를 들어갔는데 AI가 언급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거나, 관련 없는 자료를 출처로 표시하는 경우도 환각현상의 사례 중 하나다.
환각현상에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사실인지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이다. 효율성을 위해 AI를 사용하는 대학생들에게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찾은 자료에 대해 한 번 더 점검하는 태도는 학습 전반의 과정에 꼭 필요한 행동이다.
에듀테크의 발전은 대학생들의 학습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앞으로도 대학생의 학습 효율을 높여주며 꾸준히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I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여태 그래온 것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학습하는 것이다.
AI 사용을 학습의 지름길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학습을 도와주는 보조 수단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본인이 스스로 학습에 충실했다고 느껴질 때 이같은 AI서비스는 더 빛을 발할 것이다.
글: 연세대학교 아시아학과 이가영 / 연세대학교 창의기술경영학과 유민경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9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4년 2학기 동안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3주 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