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올해 스타트업 기상도…반도체·AI·바이오 ‘맑음’
중기부, 올해 스타트업 육성책 핵심은 ‘AI’ 정책 금융기관 자금,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에 집중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정치적 혼란기 속에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체급이 상대적으로 약한 스타트업이 견뎌내기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없지 않은 법, 현재 상황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면 투자가 이뤄지고 정책적 지원이 향하는 곳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투자 시장이 지난해보다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대단히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투자에 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다.
이처럼 신중한 투자 기조가 이어질 전망 속에 스타트업들은 흑자 사업에 집중하고 비용 절감과 매출 다각화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대응이 요구된다.
여기에 투자 심리 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늦으면 내년 하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 감소의 장기화 국면 속에서 정부의 정책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모태펀드 예산 확충, 해외 진출을 위한 더 많은 프로그램 조성, 회수시장 활성화 등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 지원과 공적 자금도 이른바 ‘가능성’ 있는 분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새해 벽두인 이달 1일 중기부는 초격차 AI 스타트업 육성과 중기·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지원 등을 올해 중점 정책으로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벤처·스타트업의 유이한 살길을 AI와 글로벌화로 보고 여기에 역량과 지원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중소기업 도약 전략을 시작으로 글로벌 대책, 초격차 AI 스타트업 레벨업,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스마트 제조혁신 대책 등 다양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는데 핵심은 역시나 AI다.
AI 분야 유니콘 육성을 위한 경량화모델(sLLM) 개발, AI반도체 설계, 대기업과의 협업 지원 등 온디바이스AI 분야 육성 사업이 담긴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17개국 25개 재외공관과 금융기관, 로펌 등이 함께 하는 원팀 협의체 구축에 나선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7년까지 AI 유니콘을 3개 이상 배출하고 한국의 AI 경쟁력을 글로벌 3위권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중기부의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AI와 로봇 등 분야에서 치열한 글로벌 기술경쟁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편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AI 분야는 세계 각국의 각축장으로 올라서는 모양새다. AI반도체의 상징과도 같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AI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10억달러를 상회한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무려 10배가 증가한 규모다.
투자뿐만이 아니다. ‘엔비디아 인셉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AI스타트업에 갖가지 지원과 혜택을 제공한다. 물론 AI 위주 투자로 버블이 형성되면서 AI 워싱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긴 어려워 보인다.
반도체와 바이오 역시 핵심 분야로 꼽힌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 금융기관들은 올해 총 247조5000억원의 정책 자금을 공급하는데, 미래 먹거리를 위한 5대 중점 분야는 올해보다 20조원가량 증가한 136조원이 투입된다. 이 중 반도체·바이오를 포함한 첨단 전략산업 육성에 37조2000억원이 공급된다.
지난해 투자 흐름을 살펴봐도 AI·반도체·바이오는 투자가 몰린 대표적인 분야다. 더브이씨 통계를 살펴보면 투자 유치 상위 100개 스타트업 중 바이오는 23개사, AI는 19개사, 반도체는 11개사로 이 3대 분야의 투자 유치는 50%를 넘어섰다.
중요성이 높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형태를 갖춘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투자 환경과 무관하게 AI·반도체·바이오 분야는 투자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AI의 접목이 얼마나 이뤄지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기에 디지털헬스케어와 기후테크, 그리고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뷰티와 제조 분야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딥테크와 소프트웨어·솔루션, 핀테크·블록체인·모빌리티·e커머스 분야의 경우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 속에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상기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에 불과하다. 언제든 순식간에 상황을 뒤바꿀 수 있는 변수가 수두룩하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중국의 디플레이션,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전쟁이 그것이고 대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이슈다. 이 변수들은 경제의 척도인 환율과 금리를 출렁이게 만들고 투자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