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결렬…글로벌 완성차OEM 3위 도약 물거품

13일 양사 공식 발표, EV 등 관련 부문에서 협업은 지속

2025-02-14     최태우 기자
지난해 말부터 경영 합병을 추진해 온 혼다, 닛산자동차의 합병 협상이 중단됐다. [사진=AFP통신]

지난해 12월 양사 간 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협의 50여일만에 경영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양사 간 합병이 무산되면서 혼다와 닛산자동차는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3일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협의 중단을 공식 결정했다”며 “세계 3위 자동차그룹을 목표로 했던 양사 간 연합은 좌절했다”고 전했다.

양사는 앞서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주사 통합 비율 등 관련 협의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닛산자동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들 3사가 보유한 자원이 결집하면 업계 3위 완성차OEM으로 도약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다만 혼다, 닛산, 미쓰비시자동차는 합병 무산에도 전기차(EV) 등 관련 부문에서의 협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은 13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닛산, 미쓰비시와 함께 3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은 유효하다”며 “경영 통합만큼은 아니지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비즈니스는 혼다가 진정으로 추진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닛산에 대한 적대적 매수(TOB)는 생각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12월 양사 공동 기자회견 당시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AP통신]

혼다와 닛산은 지주사를 2026년 8월에 설립하고 양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향으로 경영을 통합하는 협의를 시작한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한 바 있다.

양사는 이미 차량용 SW 개발과 전기차(EV) 부품 공동사용 등 협력을 추진해 와 이번 합병이 확정되면 투자비 확보, 차량 플랫폼 공통화, 연구개발 기능 통합, 생산거점 합리화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봤다.

허나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의 자구책에 만족하지 못했던 혼다는 협의에 속도가 나지 않자 닛산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은 “닛산과 구체적으로 협의 과정을 이어오면서 통합 후 체제 구축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며 “원 거버넌스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당시(합병 협의를 시작한 지난해 12월)에는 없었던 주식교환을 통한 자회사화 형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대등한 통합을 희망했던 닛산에서는 자회사화 제안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은 지난 6일 혼다 측에 합병 협의 중단 방침을 전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이날 요코하마 닛산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혼다에서 제안한 완전 자회사화가 닛산의 자율성과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가 될지 고민을 했다”며 “경영진과 이사회에서 진지하게 이를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5년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EV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 중국 EV업체들은 기존 완성차OEM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생 비야디(BYD)를 필두로 신흥 EV업체들이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EV 등 신에너지차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업체의 기술력도 좋아지면서 일본 업체가 강세를 보였던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 지위가 흔들리며 양사 경영진의 판단으로 합병 추진이 이뤄졌단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중국 시장에서의 누적 판매수는 혼다, 닛산 모두 각각 30.7%, 10.5% 줄었다.

13일 일본 요코하마 소재 닛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 [사진=EPA]

닛케이는 “혼다는 전세계 연간 300만대 이상 판매를 자랑하는 닛산과 손잡고 경쟁력 제고에 나설 계획이었다”며 “2030년까지 10조엔을 투자해 EV 부문에서 미국 테슬라, 중국 신생차 업체를 추격할 목표를 세운 혼다의 전략은 합병 결렬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적절한 비용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한 닛산도 상황은 혼다와 별다르지 않다. 내년도 4%대 영업익 실현을 위해 변동비·고정비 등 약 4천억엔 이상 절감에 나서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채용을 억제하고 조기퇴직 제도를 확대해 간접부문 인력을 (전세계에서) 2,500여명 감축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태국 1공장을 폐쇄하고 나머지 2개 공장도 올해 3분기, 내년께 각각 폐쇄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닛케이는 “닛산을 둘러싸고 EV 사업 확대를 노리는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이 협력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닛산 주식의 약 36%를 보유한 프랑스 르노와의 접촉도 있어 향후 재편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