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경쟁 피하려 담합…공정위, 통신3사에 1,140억원 과징금 부과

상황반 출근하며 정보 공유, 판매장려금 조정 합의 통신3사 “단통법 준수 위한 절차, 담합 없었다”

2025-03-13     최태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휴대폰 대리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번호이동 경쟁을 피하려 7년간 담합했다는 혐의로 총 1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통신3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준수를 위한 절차로 담합 자체가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통신3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각각 SK텔레콤이 426억6200만원, KT는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가 383억3400만원이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기로 합의·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 상황에서 타사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번호이동 경쟁을 피하려 짬짜미를 벌였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경쟁이 격화하면 누구도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고 지원금 등 비용만 증가해 수익을 증대하려는 합의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담합 무대를 이른바 ‘서초동 상황반’으로 봤다. 통신3사는 2014년 12월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준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자 자율규제를 하겠다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이 사무실을 차렸다.

통신3사 담당자들은 상황반에 매일 출근하면서 각 회사의 번호이동 상황, 판매장려금 수준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번호이동 가입자가 특정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자고 합의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 자료인용]

조절 수단은 각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이었다. 상황반 운영이 종료되는 2022년 9월말까지 통신3사는 특정 사업자에게 번호이동 순증가 또는 순감소가 편중되게 나타나는 경우 상호 간 협의를 통해 판매장려금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방식으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 조정 합의를 실행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18시경 트렌드가 LG쪽에 안 좋게 나올 경우 SKT와 KT가 차감 정책 시행하기로 구두 약속’, ‘3사 합의를 통해 추가 정책 시행’ 등 KAIT 내부 문건에서 나타난 언급을 보면 이들 3사가 번호이동 순증감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조절한 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상황반에 동석해 통신3사의 번호이동 순증감 조정 과정을 지켜본 KAIT 직원들은 합의·실행 사항을 기록하고, 합의 내용에 대해 서로 논의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황반 업무를 오랜기간 담당했던 KAIT 직원은 통신3사의 번호이동 순증감 조약이 존재하고 KAIT 관여없이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순증감을 맞추고 있으며 이같은 담합이 오래 이어져 왔다는 취지로 부하직원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3사 간 담합의 결과 2014년 3천여건이었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변동폭이 2016년 이후에는 200여건 이내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통신3사 간 일평균 번호이동 총건수는 2014년 2만8872건에서 2022년 7,210건으로 75.0%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문재호 카르텔조사국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통신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통신3사 간 7년여간 진행된 담합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향후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통신업계는 공정위가 3사 간 시장 상황반 운영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준수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해명하며 담합 자체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단통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파악하기 위해 통신3사가 KAIT와 상황반에서 논의하면서 각 사의 번호이동 상황, 지원금 수준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3사 모두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