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트럼프 리스크…불확실성 ‘최고조’ 전세계는 ‘패닉’
1·2위 경제대국 간 비현실적 관세 ‘맞불’, 미국 신뢰도·투명성 추락
트럼프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은 다이내믹한 시간이 펼쳐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위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출렁이면서 경기침체의 공포가 전세계를 휩쓴 것이다.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호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모두를 대상으로 예상을 넘어서는 큰 규모의 관세 부과가 발표되면서 전세계 시장은 경악했다.
미국 내에서도 발표된 관세율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각국의 보복조치가 예견되면서 전세계 대부분의 주식 시장에서 폭락이 발생하는 등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안겼다.
시장 불안에도 물러섬이 없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효 13시간만에 전격적인 유예조치를 발표하는 깜짝쇼를 진행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연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급락세에 있던 주식시장을 반전시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예 발표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 상승률에서 역대급 기록을 세우면서 급반등했다.
S&P500 지수는 1957년 이후 역대 3위, 2008년 10월 이후 최고의 하루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의 상승률은 2001년 1월 이후 최고이자 역대 2위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다우지수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록적 상승으로 급반전했지만 위험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관세 유예 조치의 예외국인 중국과는 더 격화된 대립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34% 상호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이 동일한 34%의 관세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 50%의 관세 추가를 발표하는 등 보복, 재보복 조치가 이어지면서 상대국에 대해 100%가 넘는 비현실적 관세가 현실로 다가왔다.
현재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는 145%,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는 125%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이러한 미·중 관세전쟁은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미국과 중국은 양국 GDP 합계가 전세계 GDP의 절반에 달하는 전세계 1·2위 경제대국인 양국의 갈등은 전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끌어들일 것이란 공포감을 자극한다.
유예 발표 직후 전세계 증시가 급반전했지만, 이러한 기록적 상승은 오히려 경제위기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3대 증시에서 일일 상승률 기록을 살펴보면 상당수를 2001년, 2008년, 2020년에 찾을 수 있는데, 당시는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이었다.
실제로 뉴욕 3대 지수는 급반등 다음날인 10일에는 모두 2% 이상의 지수 하락을 기록했으며 주말을 앞둔 11일에는 상승반전하는 등 마치 코인 시장처럼 주가지수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줬다.
◆예측불가 트럼프 리스크 언제까지 이어지나
과거의 경제위기와 다른 점은 이번 경제위기 유발 요인이 단 한 사람을 가리킨다는 점에 있다. 바로 미국 47대 대통령 트럼프로, 그의 예측불가능한 행보가 1순위 불안요소로 꼽히는 것이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와 유예 사태에서도 이러한 예측불허의 움직임은 그대로 보여졌다. CNN은 유예조치 발표되던 때 의회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무역 비상조치’에 대해 행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던 것을 예로 들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충동적·즉흥적 결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4월에는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11일에는 10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전주대비 0.5% 상승해 4.5%를 넘어서는 일시 급등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채에 있어 지난주는 2019년 이후 최악의 주간으로, 이는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미국 국채가 자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자리하는데, 트럼프 정부의 좌충우돌 행보로 이러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라고 부르는 주요 무역상대국에 대한 추가관세율은 미국 내에서도 정당성에 대해 지적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외에 보조금 등 비무역장벽을 지적하지만, 트럼프발 상호관세는 단순히 상대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대미 수출액으로 나눠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은 미국 정부 자료에서 25%와 26%가 혼용되는 혼선을 빚다가 최종적으로는 25%로 결정됐는데, 이는 상호관세 결정의 비논리성과 불투명성을 보여준다고 지적된다.
상호관세 발효와 급작스러운 유예에서도 드러났듯 정책의 일관성도 담보하기 힘들다. 4년은 커녕 4일 후의 예측도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트럼프 정부의 고위관료들간의 입장이 엇갈렸으며 11일 밤 발표된 전자제품과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발표와 관련해서도 주말 동안 진행된 ABC와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의 인터뷰에서 “면제 조치는 일시적”이라고 언급되는 등 시장이 기대하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 발표 직전 자신의 SNS에 ‘주식 매수의 기회. 지금 당장 매수하라’라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부당거래, 시장조작에 대한 비난까지 촉발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조작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필요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신뢰도 하락은 실현성 없는 아이디어 정도로 취급되던 일명 ‘마라라고 협정(Mar-a-Lago Accord)’에 대한 불안감까지 높인다.
마라라고 협정은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스티븐 미란 원장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우방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의 무이자 채권으로 전환해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사실상 영구채 강요 협정으로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됐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캐나다, 호주, EU 등 우방국들에게도 설득력이 부족한 고관세를 부과하는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볼 때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최근 경기침체 시기처럼 움직이고 있으며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높이고 있다. 유예·면제 조치에 상관없이 이미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이미 발생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