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탈취 피해 막는다…정부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

중기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 발표

2025-09-11     최태우 기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성장전략TF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해 피해 입증을 지원하고 개발 비용을 손해로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경찰청 등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과 부처 간 충분한 논의와 민·관 합동 간담회를 통한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마련됐다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그간 현장간담회 등에서 나온 ‘기술탈취 피해 입증이 어렵고 소송에서 승소해도 손해배상액이 낮아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기업 현장 의견이 대책에 반영됐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기술침해 소송 과정의 애로사항 중 증거수집 곤란이 73%를 차지했으며, 판결문 분석 결과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인용한 금액은 평균 1억4000만원으로 피해기업이 청구한 평균 금액 8억원의 17.5% 수준에 불과했다.

기본 방향은 피해기업이 불리하지 않은 소송 환경, 침해당한 기업이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 기술탈취를 막는 든든한 울타리 제공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4대 중점 추진 과제로 ▲기술탈취 피해사실 입증 지원 강화 ▲손해배상액 현실화 ▲기술탈취 예방 실효성 강화 ▲기술탈취 근절 추진체계 효율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기술탈취 대응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피해 기업의 소송 부담을 덜고 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를 도입한다.

기술자료·특허·영업비밀 침해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가 증거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를 마련하고, 법정 밖에서 진술 녹취와 불리한 자료 파기 등을 하지 못하도록 자료보전명령 제도도 도입한다.

법원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중기부·공정위 등 행정기관에 행정조사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신설해 기술침해 여부 판단을 돕고 신속한 재판을 유도할 예정이다.

법원이 중기부에 요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현행 행정조사 관련 자료에서 디지털 증거자료까지 확대한다. 또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 자료를 미제출하는 경우에는 5천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하여 행정조사를 통해 충분한 자료 확보가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건 단계별 행정조사를 강화한다. 접수 단계에서는 기술탈취 피해기업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익명으로도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단계에서 중기부는 별도의 신고 없이도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직권 조사를 도입하고, 공정위는 기존 직권조사를 기술탈취 빈발 업종 중심으로 강화해 법 위반행위를 적발·제재한다. 

조치 단계에서는 현재 시정권고에 불과한 중기부 행정조사의 제재 수준을 시정명령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중대한 위법행위인 경우 과징금 부과도 추진한다.

해킹이나 불법 취득한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재유출 행위 등 신종 수법에 의한 기술유출도 영업비밀 침해행위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처벌 대상에 브로커행위, 미신고 수출을 포함하고, 벌금을 현행 최대 15억원에서 최대 65억원으로 상향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정과 신뢰에 기반한 공정성장 경제환경의 실현”이라며 “대책이 실효성 있게 현장에 안착하도록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세밀하게 정책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