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크롬’ 말고 ‘아틀라스’…AI 브라우저 둘러싼 각축전
지난달 ‘아틀라스’ 공개한 오픈AI, 구글 ‘크롬’에 선전포고 클릭에서 대화로, 키워드에서 문맥으로 ‘검색 패러다임 시프트’ 기술 경쟁 너머 ‘웹 주권’ 둘러싼 전면전 확대 가능성도
챗GPT로 대화형 인공지능(AI) 혁신을 주도해온 오픈AI가 웹브라우저 전쟁에 도전장을 던졌다. AI 기반 웹 브라우저 ‘아틀라스’를 공개함으로써 지난 20여년간 구글이 지배해온 인터넷 패러다임에 정면으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하던 시대에서 AI와 대화하며 웹을 탐색하는 ‘AI 네이티브 브라우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순간이다.
오픈AI가 지난달 공개한 아틀라스는 AI챗봇이 내장되고 대화가 가능한 차세대 웹 브라우저다.
샘 올트먼 CEO는 발표 현장에서 “탭은 훌륭한 발명이지만 그 이후 브라우저 분야에서 큰 혁신은 없었다”며 “아틀라스는 부드럽게 작동하고 빠른 데다 사용하기 정말 편한 브라우저”라고 자신했다. 단순한 신제품 이상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선언한 셈이다.
오픈AI는 아틀라스의 핵심 키워드로 ‘웹과 대화하는 경험’을 꼽았다. 이용자는 더 이상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지 않고 사람에게 말하듯 AI에게 요청하면, 브라우저는 페이지를 읽고 맥락을 이해한 뒤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한다. 별도의 과정 없이 페이지 안에서 곧바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아틀라스에는 내장형 ‘챗GPT 메모리’ 기능도 탑재됐다. 사용자의 과거 대화나 검색 이력을 기억해 차후 작업에 반영한다. 사용자 동의가 떨어지면 아틀라스는 이전 기록을 불러와 작업을 수행한다.
현재 아틀라스는 맥OS 버전으로 먼저 공개됐으며 윈도우와 iOS·안드로이드 버전이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기술 수용성이 높은 개발자와 디자이너층을 선점해 완성도를 끌어올린 뒤 대중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부 고급 기능은 유료 구독 서비스인 ‘챗GPT 플러스’ 및 ‘프로’ 이용자에게만 제공된다.
발표 직후 글로벌 IT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당시 장중 5% 가까이 하락했고 마감 시점에도 2% 이상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아틀라스의 등장을 구글 크롬 브라우저와 검색광고 모델의 근본적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검색광고는 구글의 수익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비즈니스다. 지금까진 사용자가 검색창에 입력하는 단어가 곧 광고의 출발점이었지만 만약 검색 대신 대화를 택하게 된다면 이 방정식은 성립하기 어렵게 된다.
AI가 대신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곧장 연결해 준다면 기존 광고 노출의 공간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격도 시작됐다. 퍼플렉시티는 올해 초 AI 브라우저 ‘코멧’을 무료로 전환하며 시장 점유에 나섰고, 구글 역시 크롬에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를 통합했다. 사용자는 크롬에서도 페이지 요약이나 자동 복원 기능을 쓸 수 있다.
다만, 아틀라스는 이보다 한 단계 앞선 AI 네이티브 브라우저로 설계된 것으로, 기존 브라우저 위에 AI를 얹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틀라스로 이름을 정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절대 권력자 제우스와 같은 구글을 상대로 인간이 웹 세계를 이해하고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를 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물론, 모든 전망이 장밋빛은 아니다. IT업계에서는 AI 브라우저가 실리콘밸리에서 큰 주목을 받지만 그 외 지역에서의 파급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크롬이나 사파리에서도 충분히 편리한 웹 경험을 누리고 있고,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저장 방식 등 새로운 윤리적 쟁점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아틀라스의 등장은 ‘검색 이후의 인터넷’을 향한 분명한 신호탄으로 읽혀진다. 인간이 웹을 탐색하는 방식이 클릭에서 대화로, 키워드에서 문맥으로 옮겨가는 거대한 변곡점이 열린 것이란 전망이다.
AI 네이티브 웹 브라우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구글과 오픈AI의 경쟁은 단순한 기술 싸움이 아닌 ‘웹 주권’을 둘러싼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신화 속 아틀라스는 세상의 무게를 짊어졌고 오픈AI의 아틀라스 역시 그러한 역할을 맡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인간이 데이터를 짊어지는 시대에서 AI가 인간의 어깨를 대신하는 시대를 열고자 하는 오픈AI의 도전에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