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상호관세 폭풍’ 후 최악의 1주일 보낸 美증시…이유는?
AI 버블 공포+실물 경제 우려 확산 나스닥 부진 영향, 코스피도 롤러코스터
주식 시장의 상승장을 주도했던 대형 기술주들이 지난주 일제히 하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장은 전주보다 3.04% 하락하면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세계를 요동치게 했던 4월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훈풍이 지속되던 나스닥 시장이 된서리를 맞은 원인으로는 ‘인공지능(AI) 버블’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최근 시장의 성장은 AI가 이끌었는데, 주요 AI기술 기업들의 주가 고공행진 속에서 과도한 기업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
AI에서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진행하는 천문학적 투자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AI데이터센터 증설을 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막대한 투자금 회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면서 하락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규모의 AI 투자가 언제 종결될지 모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AI 우위가 확보를 위한 경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되는 투자 경쟁을 끝내고 AI 투자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대해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버블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 요인이다.
이에 더해 AI 붐을 촉발시킨 오픈AI의 ‘정부 보증’ 발언도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는 재료로 작용했다.
오픈AI는 최근 약 1조4000억달러(약 2041조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칩·인프라 계약을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해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CFO가 원활한 자금 조달과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보증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장이 표시하던 의혹, 즉 수익성이 없는 스타트업이 대규모 AI 투자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크게 만들었다.
또 프라이어 CFO의 발언은 정부 구제 금융, 혹은 특혜적인 차입 금리에 대한 요구로 해석되면서 비난이 커졌다. 민간 기업의 성공을 위해 성공의 과실을 나누지 않을 납세자의 세금(돈)을 요청한다는 비판이 따라온 것이다.
비난이 확산되자 샘 올트만 오픈AI CEO는 ““오픈AI는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한 정부 보증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프라이어 CFO의 발언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기술주들의 주식 매도를 촉발시킨 신호가 됐다고 해석된다.
챗GPT를 개발하면서 AI 붐의 중심지에 섰던 오픈AI는 엔비디아, 오라클, AMD, MS 등과 긴밀한 파트너십과 대규모 거래를 발표하면서 AI 관련주 상승을 떠받쳐 온 만큼 시장에 부정적 파장을 끼쳤다.
AI 기술주의 상승을 이끈 대표주자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테크놀로지는 지난주 각각 7.1%, 11.2%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고 오라클은 8.89%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오라클의 경우, 9월 오픈AI와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하루 만에 36% 급등을 기록하기도 했었지만 지난주의 하락으로 당시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게 됐다.
미국 시장에서의 하락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시장 역시 AI 붐의 수혜를 기대하면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산업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는데, AI 버블 경계 심리가 국내 주식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3.74%의 하락이 발생했다.
코스피 지수의 3%대 하락은 트럼프 관세가 시장을 뒤흔든 4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지수 4,000 돌파에 환호했던 시장 분위기가 일순간에 급변한 것으로 5일에는 급락장이 발생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 시장의 사이드카 발동은 4월 이후 7개월만이며, 결국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3953에 마감하며 2주만에 4,000선 아래로 하락했다.
다른 한편으로 일순간 AI 버블 경계감이 확산됐지만, 이를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속된 강세장에 일시적 하락세는 오히려 시장의 건강한 조정을 의미하며 조정 후 강세장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다.
코스피의 경우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5일에는 장 개시 후 4,000선은 물론 3,900선까지 무너지면서 5%에 가까운 하락이 발생해 ‘검은 수요일’을 예고했지만, 오후장에서 하락세를 만회하면서 4,000선을 지키면서 마감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에도 7일(현지시간) 2.13%까지 하락폭을 늘렸던 나스닥 지수는 장 마감에 가까워지면서 반등해 낙폭을 0.21%까지 줄였다.
다우지수는 장 초반 400포인트 이상 하락(-0.89%)했지만, 장 마감 시에는 오히려 75포인트(0.16%) 상승을 기록했으며, S&P500 지수 역시 장 초반 1.3%의 하락을 기록한 후 반등해 0.13%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