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퀄컴도 반대”…엔비디아-ARM 인수합병 난항

엔비디아 ‘투명 라이선스 생태계 구축’ 강조에도 기술접근성 훼손 우려

2021-02-15     최태우 기자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각사 뉴스룸]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엔비디아의 ARM 인수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약 400억달러에 ARM을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으나 중국 규제당국이 이를 불허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최근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공룡 IT기업들의 인수반대 의견도 나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들 기업의 관계자는 양사간 400억달러 규모의 거래에 반대하며 당국(미국)이 독점규제 승인에 개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이날 보도로 엔비디아의 주식은 3.1%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으로부터 독점규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거래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각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 정부는 기업 간 인수합병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독점규제에 대해 검토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손인 삼성전자, 퀄컴, 애플,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모두 ARM의 IP를 사용한다. 대다수 경쟁기업이 ARM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IP를 사용해 자체 칩을 만들어 경쟁한다.

독점적인 지위를 휘두를 것으로 판단되면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5년 전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기업인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엔비디아-ARM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배경으로는 대다수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설계자산(IP)을 활용해 칩을 설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한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점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를 위한 도면(설계자산)의 라이선싱 비즈니스가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위한 IP를 공급하고, 라이선싱 비용으로 매출을 발생시킨다.

GPU를 메인 비즈니스로 하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서 얻는 시너지는 다양하다. 전세계 반도체IP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점유율 90%대)를 차지하고 있는 ARM을 품으면서 다양한 IP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날 블룸버그의 보도에 대해 엔비디아 대변인은 “규제기관과 고객사 모두 ARM의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유지하고, 사용자와의 투명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과 MS, 퀄컴, ARM은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엔비디아-ARM 인수합병이 어려워지면 소프트뱅크도 곤란해질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320억달러에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투자한 다수의 스타트업의 영업익이 폭락하면서(비전펀드 손실) 자금책 마련을 위해 ARM의 매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