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美 공급망 강화·지원정책, 韓 경제도약 계기로 활용해야”

정책 당국의 WTO 개혁 등 룰 개편 대응 필요

2021-06-16     최태우 기자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US 서밋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의 공급망 강화정책을 경제 도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 전략’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갈등의 본질은 무역불균형 해소 차원을 넘어 단기적 효율성 손실을 감수한 패권경쟁으로 보고 미국 주도의 경제블럭 형성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다자간 FTA 방식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식·비공식 경제협의체 방식의 동맹이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럭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14017호)에 따른 미 공급망 100일 평가보고서에서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동맹국 간 ‘대통령 포럼(Presidential Forum)’ 창설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미국과 미국의 50여개국의 동맹국의 GDP 합계는 2019년 기준 전세계 GDP의 65.8%에 달하므로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서 이탈하는 것은 국가경제로도 큰 손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중심의 경제블럭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자료인용]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마저 자국 산업육성과 보호를 위한 과감한 산업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현재 미국이 다자간 FTA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FTA 협상으로 시간을 소비하기 보다 이해가 일치하는 동맹국 간 신속한 협의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공급망 강화정책의 핵심은 미국 내 생산 장려와 국내 생산이 어려운 주요 상품에 대해서는 국제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이라는 2개 축으로 구성돼 있고, 100일 평가보고서는 공급망 강화를 위해 상당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정책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강화과정에서 미국과 협력하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미국이 ATP(Advanced Technology Products)로 분류되는 상품 수입에서 중국을 가급적 배제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며 이를 우리가 활용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ATP 수입 중 중국의 순위는 대부분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으나 한국은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다.

아울러 중국 생산 ATP 중 상당부분은 중국에 진출한 첨단 해외기업이 차지하고 있어, 이들 기업이 중국을 떠나 새로운 생산기지로 한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동경직성 해소, 규제개혁 등 지연된 개혁과제를 이행해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경연은 미국이 WTO를 핵심 축으로 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로 복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 자료인용]

미국에 의한 WTO 상소기구(Appellate Body)의 기능정지 등 미국의 WTO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는 현 WTO 체제 아래에서는 중국의 경제적 패권도전을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점을 이유로 들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현재 체제 아래에서 다자주의로의 복귀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며 WTO를 개혁한다고 하더라도 WTO의 주요 결정은 ‘모든 회원국 간의 컨센서스’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시간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위원은 “주요 무역국들이 경쟁적으로 산업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보조금 협정 등 WTO의 룰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현재로서는 다자주의보다 상호주의 또는 양자주의 체제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에는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공약처럼 ‘원칙에 입각한 다자주의 체제’의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