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알려주마] OTT 대전(大戰), “네이버가 CJ ENM 티빙에 투자한 이유”

지난해 양사 지분 맞교환, 콘텐츠-서비스 경쟁력 강화 일환 넷플릭스 독주시장에 디즈니 참여, 판 커진 글로벌 OTT시장 지재권(IP)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확보 ‘주목’

2021-07-01     오현식 기자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OTT시장에 자체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경쟁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가 약 400억원을 투자해 CJ ENM의 OTT서비스 ‘티빙’의 지분 약 15%를 확보했다. 이번 투자는 성장하는 OTT(Over the Top)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해 10월 CJ ENM과 지분 맞교환과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OTT-멤버십 간 결합상품 출시와 함께 지분투자를 단행, 관련 시장에서의 시너지 확대를 도모한다는 게 목표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팬데믹이 견인한 비대면 사회에서 스마트폰 등 다양한 단말에서의 영상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커진 현상에 주목하고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양사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폭발적인 성장세가 점쳐지는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의 일환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관련 시장 매출은 전년비 18% 증가한 1100억달러에 달했으며 올해에도 약 15% 성장(1260억달러)이 전망되고 있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2022년 1410억달러로 2018년의 거의 2배 규모로 성장을 예측했다.

◆넷플릭스 선점시장에 디즈니 합세, “OTT 춘추전국시대”
OTT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방송/프로그램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OTT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OTT란 이름의 유래는 외부신호를 변환해 TV로 보내주는 셋톱박스(set-TOP box)를 넘어선다(OVER)는 의미(텔레비전의 한계를 극복)에서 탄생한 명칭이다.

PC,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콘솔 게임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차세대 방송 서비스로 기대를 받았던 OTT이지만,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재난은 OTT의 미래를 한층 빠르게 앞당겼다.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구글의 유투브프리미엄, 애플의 애플TV플러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이 OTT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OTT서비스는 2014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300개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2018년 42.7%에서 2019년 52%, 2020년에는 66.3%를 기록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민의 2/3가 OTT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 [사진=로이터]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웨이브, 티빙, 왓챠, 카카오TV,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OTT 서비스가 등장해 경쟁에 나서고 있다. 

OTT 경쟁의 키포인트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 수많은 OTT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몇몇 기업만이 생존해 독과점 형태의 시장 형성이 예측되는 것이다.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훌루의 3강 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반증한다. 

디즈니플러스에 OTT 기업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 분야 전통의 명가로, 디즈니가 갖고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가 OTT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그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첫 날 1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1억 구독자를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우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넷플릭스가 10년의 노력으로 달성한 1억명의 구독자를 디즈니플러스는 불과 16개월 만에 달성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는 2024년 2억6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디즈니는 올해 들어 아태지역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6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디즈니플러스 서비스가 개시됐다. 우리나라에도 하반기 디즈니플러스의 서비스 론칭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지재권(IP) 활용한 K-콘텐츠, ‘오리지널 콘텐츠’ 다각화 핵심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으로, 이를 위해 OTT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60억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한 넷플릭스는 올해에도 적극적인 투자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아시아 지역 콘텐츠에 약 20억달러를 투자해 빠르게 가입자를 늘린 넷플릭스는 아시아 지역 투자를 2배로 늘려 영향력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 동안 7700억원을 투자해 ‘옥자’, ‘킹덤’ 등 80편 가량의 한국 콘텐츠를 오리지널 시리즈로 추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가 투자한 금액은 약 3300억원에 달했는데, 넷플릭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55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려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외국계 기업의 공세에 맞춰 토종 OTT기업도 투자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OTT 시장의 활로를 뚫는 방안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OTT 웨이브가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사진=웨이브]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확보에 1조원을 투자를 밝혔으며, 티빙도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도 화답했다. 닐슨코리아클릭 집계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월간순이용자(MAU)가 지난 1월895만명을 달성한 이후 감소해 5월에는 790만명 수준까지 감소한 반면, 5월 웨이브의 MAU는 373만명, 티빙의 MAU는 334만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서도 웨이브와 티빙의 5월 MAU는 3월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펜트하우스’(웨이브), ‘신서유기’와 ‘서복’(티빙) 등의 인기 콘텐츠 확보가 곧 이용자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한편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K-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도 OTT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급된 ‘스위트홈’은 공개 후 단 4주 만에 2200만 유료 가입자가 시청하면서 2020년 4분기 넷플릭스의 최대 성공사례로 꼽힌다. ‘킹덤’, ‘승리호’ 등도 넷플릭스 인기작으로 K-콘텐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웹툰 지재권(IP)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노블레스. 지난해 10월 전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사진=네이버웹툰]

이와 관련 CNN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의 아시아 지역 시청률이 전년비 4배 증가했다고 전했는데, 이러한 결과는 K-콘텐츠에 투자함으로써 국내 OTT 기업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도 네이버와의 협력 시너지 중 하나로 해외진출을 들었다. 

네이버는 다양한 웹툰과 웹소설의 원작IP를 보유하고 있고, CJ ENM은 풍부한 영상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의 웹툰과 웹소설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유미의 세포들’ 등 넷플릭스와 tvN 등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며, 인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도 극장용 장편영화 판권계약을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