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 밖에 난’ 디디추싱, 뉴욕증시 상장 뒤 후폭풍

CAC, 사용자 개인정보 수집 관련 ‘심각한’ 위반 이유 뉴욕증시 상장 유예 메시지 거부 ‘괘씸죄’, 트럭 공유 플랫폼 FTA도 조사

2021-07-06     최태우 기자
중국 베이징 소재 디디추싱 오피스 [사진=로이터]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한 중국 규제당국의 조사 초점이 미국 관계당국, 외국계 대주주에게 민감한 회사정보가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에 맞춰져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뉴욕증시에 입성한 디디추싱을 당국이 콕 찝어내 조사를 시작한 것은 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눈 밖에 났다’는 것을 이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4월 우회적으로 뉴욕증시 상장을 유예하라는 당국의 메시지를 거부하고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온 대대적인 조치라는 게 이유다.

중국은 일반 도로의 교통량 정보,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주유소와 전기차(EV) 충전소, 버스정거장 위치 모두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중요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중개업을 위해 수집된 다양한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우버, 리프트와 같이 디디추싱은 중국 내에서 매일 평균 2천만건 이상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중국 사이버안보법 초안 제정에 참여한 보안 전문가 중 한 명인 줘샤오둥 중국정보안보연구원 부원장은 4일 남방주말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당국이 이번 심사를 통해 중요 데이터와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됐는지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규 이용자의 등록 중지는 이와 같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한 조치”라고 했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기구인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이달 2일 “국가안보법과 인터넷안보법을 바탕으로 국가 데이터 안보와 국가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을 위해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진행한다”며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안보심사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디디추싱의 신규 회원 모집을 금지하는 처분도 내렸다. 주말(4일)에는 중국 내 앱마켓에서 디디추싱 앱을 제거하라고도 명령했다. “디디추싱이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관련해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게 CAC가 밝힌 이유다.

디디추싱은 이날 “진지하게 개선하겠다”며 긴급성명을 냈다. 디디추싱은 이번 앱 삭제 조치가 중국 내 매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이신은 6일 “디디추싱이 다루는 데이터는 국가 경제안보와 밀접히 관련된 것”이라며 “디디추싱이 다급한 경제이익 때문에 회계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 등 미국 회계당국이나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 주주에게 데이터를 넘긴다면 매우 큰 안보위협이 생기게 된다”며 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디디추싱에 뉴욕증시 상장을 유예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디디추싱이 결국 뉴욕증시에 입성하면서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말도 나온다. 이들 모두 디디추싱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온 조치다.

중국은 지난해 알리바바그룹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키고 반독점법 위반으로 약 28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대형 테크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디디추싱과 함께 중국 내 최대 음식배달 서비스인 메이퇀(Meituan)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CAC는 5일 화차방, 운만만의 합병으로 태어난 중국 최대 트럭 공유 플랫폼 회사인 FTA(Full Truck Alliance)를 조사할 계획임도 밝혔다. FTA 또한 디디추싱과 마찬가지로 최근 뉴욕증시에 입성해 약 2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