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쏘아올린 AI서비스 재격돌…“규제 프레임워크 요구도 증가”
챗GPT 인기 속 AI 서비스 확산 EU·미국 등 AI 관련 법제화 속도, 국내 관련 법·제도 마련 시급
2023년을 뜨겁게 달구는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바둑에서 사람을 능가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일면을 엿보인 AI는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AI챗봇 ‘챗GPT(Chat GPT)’가 공개되면서 세간의 화제를 독차지하고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미국 의료면허 시험, 변호사 시험, 경영학석사(MBA) 시험 등을 모두 통과할 정도의 발달된 학습 능력을 자랑한다. 챗GPT로 상당 수준의 논문, 코딩 등의 작성도 가능하다.
이러한 챗GPT에 대해 혹자는 2007년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혁신 이후 인터넷 세계는 물론 생활까지 변화시킬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출시 두 달만에 3억명이 챗GPT를 경험했으며 월활성사용자(MAU)는 1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가 인기를 모으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비스 경쟁도 불붙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협럭을 강화해 빙 검색을 비롯해 워드, 파워포인트, 팀즈 등 생산성 앱과 협업 툴에 AI챗봇 기술 접목을 밝혔으며, 오픈AI에 대한 추가 투자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초대규모 언어모델인 언어 모델 ‘람다’에 기반한 AI챗봇 ‘바드(Bard)’를 구글 검색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맞불을 놨다. 이후 바드 공개 시연에서 잘못된 답변을 내놓으면서 “섯부른 공개로 구글이 망신을 당했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는 AI 서비스 경쟁이 빠르게 시작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MS와 구글 뿐 아니다. 메타(페이스북) 역시 최근 텍스트로 이미지를 그려내고,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생성AI를 선보일 정도로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뉴스피드 콘텐츠 조정, 텍스트 번역 등에 AI 활용을 확대시키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는 최근 진행된 실적발표에서 “(메타와 관련해) 이미지·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생성AI가 메타버스보다 더 많이 언급됐다”면서 “메타의 로드맵을 주도하는 두 가지 주요 기술은 현재 AI, 장기적으로 메타버스”라고 말했을 정도다.
아마존과 애플은 최근 AI챗봇의 인기에 별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애플도 자사 서비스에서 AI 접목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할 계획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알렉사’라는 음성인식 AI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AI를 기반으로 한 물류 운영 최적화 등을 시도하고 있으며, ‘시리’라는 음성인식 AI 비서를 가진 애플 역시 AI 서비스를 위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도 AI 기술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AI 고객 응대 솔루션(클로바 라이브챗), AI 안부전화 서비스(클로바 케어콜) 등을 선보인 네이버는 AI를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진다.
카카오는 텍스트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성AI인 ‘칼로’를 통해 초대규모 AI 기술 역량을 입증한 카카오도 카카오브레인의 한국어 특화 AI 모델 ‘코GPT’를 활용해 버티컬 AI 서비스를 연내 선보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AI챗봇 열풍에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이외에 SK텔레콤, KT 등도 AI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AI 서비스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AI 서비스의 빠른 등장은 AI 규제에 대한 논의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도화된 AI로 인한 부작용이 서비스 초기에도 빠르게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미드저니’란 생성AI로 생성한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보정해 디지털아트 경연대회를 우승자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로 한국 웹툰을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더불어 지재권(IP)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AI는 방대한 이미지로 훈련하고 이를 토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순수한 창작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AI는 정교한 표절도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학습해 오류를 확산할 수 있는 위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미지 생성AI에서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그려낼 때 백인, 남성이 많으며 육체 노동자는 히스패닉이나 흑인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되는 점은 AI에 의한 확증편향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이버공격에 AI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발견되고 있다. 다크웹에서 생성AI를 온라인 사기에 이용하는 방법이나 챗GPT와 같은 AI챗봇으로 사이버 공격 코드를 작성한 사례가 이미 발견됐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AI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가 높아지고 있다.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AIA : Artificial Intelligence Act)가 대표적이다.
EU의 AIA는 AI 시스템의 개발·활용을 위한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 법안으로, 위험하거나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AI 애플리케이션을 금지하고, 의료 등 고위험 AI 개발에 엄격한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AI 시스템 제공자, 사용자 모두에게 올바른 AI 활용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며, 규정 미준수 시 사업자에게 글로벌 매출의 6%에 해당하는 막대한 벌금까지 포함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AIA를 승인했으며, 올해 봄에 투표를 거쳐 2023년 말 채택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 정책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연방정부 차원의 AI 규제 마련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AI 정책 위원회는 2020년 국가 AI이니셔티브법에 의해 명시됐지만, 실제 위원회가 구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명의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AI 정책 위원회는 1년 후 첫 보고서를 제출하고, 3년마다 조사 결과와 권장 사항을 제공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AI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1월 정부가 ‘AI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AI 법·제도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고, ‘인공지능 기본법’ 제정에 나설 방침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 관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 ▲투명성과 설명 의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 ▲차별 금지 ▲인공지능 인권영향평가 시행 ▲위험도 등급·관련 법과 제도 마련 등 6대 원칙을 발표했다.
허나 AI 상용화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보다 법규와 제도 정비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AI 개발 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을 명확히 하고, AI 관련 데이터 공정이용의 범위 등 관련 사항을 명시화해 이용자 피해와 혼란을 줄이면서 기술 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