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렸나요?”·“너 해고”…일론 머스크, 특별관리 직원 트윗으로 해고 통보

트윗 설전 중 장애 비하도…해고 철회·사과 해프닝

2023-03-10     오현식 기자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에서 발생한 '이상한 해고'가 화제다. 해고 여부를 HR 담당자도 알지 못해 트윗으로 확인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트위터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고 합류하면서 '특별 관리'를 받아온 이 직원을 조롱까지 한 머스크는 공개사과했으나, 추후 법정소송 등을 막기 위한 제스쳐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트위터 직원 하랄두르 토렐리프손 씨는 업무용 컴퓨터에서 로그아웃되고 업무 메일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돼, 해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HR 담당자에게 문의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결국 그는 며칠을 인내하다가 머스크 CEO의 트윗에 해고 여부를 물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이전에 트위터에서의 업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며, 토렐리프손은 트위터에서 이룬 성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토렐리프손의 응답에 머스크는 비디오 클립, 이모티콘 등으로 냉소적으로 대응했다. 또 근이완증을 앓고 있는 토렐리프손의 상황을 비꼬면서 타이핑을 할 수 없는 장애로 업무량을 조절했는데, 트윗에서는 많은 타이핑을 한다면서 불평하기도 했다. 트윗이 오가는 동안 HR 부서가 해고를 확인하면서 트윗에서의 설전은 종료됐다. 

업무 시스템 접근 불가 이후 해고 확인까지 9일의 시간이 소요되고 CEO에게 트윗으로 해고 여부를 문의한 것도 화재가 됐지만, 이 해프닝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이후의 전개다.

머스크는 이후 토렐리프손과 화상통화로 오해를 풀었다면서 공개사과하고 트위터 복귀를 종용했다. 이전의 트윗을 삭제하기도 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토렐리프손이 트위터에 복직할 것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머스크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보다 위약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렐리프손은 2021년 자신이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우에노를 트위터에 매각하면서 트위터에 합류했는데, 매각 당시 트위터 주식이나 대량의 현금 대신 트위터 근무를 택했다.

따라서 그는 트위터의 해고불가 특별 리스트로 관리되고 있었으며 해고 시에는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매각금액이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외신들은 우에노의 기업 규모를 고려할 때 1억달러(약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고용 보장 위반에 따른 위약금도 이에 준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HR 부서가 확인할 수 없는 해고, 9일이 소요된 해고 확인, 심지어 해고가 회사에 더 많은 손해를 입히는 해고 불가 인재의 해고 등 이번 해프닝은 트위터의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토렐리프손은 아이슬란드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트위터에 회사를 매각한 이유는 다른 재정적 문제가 아닌 신체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근이완증이 악화되면서 경영 업무의 지속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 매각 당시 그는 더 많은 세금을 내기 위해 현금 수령이 아닌  고용 보장 옵션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받았을 경우 투자로 간주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만 토렐리프손과 같은 고액 연봉자에게는 46%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토렐리프손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트위터 근무 보장으로 매각 대금의 수령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매각 후 토렐리프손은 트위터에 근무하면서 아이슬란드 전역에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 설치 사업을 계획·지원하는 등 사회복지 사업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보다 세금 친화적인 옵션 선택과 장애인 복지 기여 등으로 토렐리프손은 아이슬란드의 여러 언론매체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