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E/E 아키텍처 48V 전환 시 차량 경량화 진전”

한자연 보고서, 이점 있으나 완성차기업 전환에 시간 필요할 듯

2023-04-10     최태우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스타시 소재 자동차 매장에 전시된 테슬라 전기차(EV) [사진=로이터]

지난달 테슬라가 전기차의 전기/전자(E/E) 아키텍처 전압을 12V에서 48V로 전환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이와 같은 시도가 이뤄지면 차량 경량화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10일 보고서(테슬라의 48V 아키텍처 도입의 의미)를 통해 “48V는 구조적으로 전력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배선(Harness)이 단순화되면 차량 전선 중량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달 인베스터 데이에서 48V 기반의 자동차 전기/전자(E/E) 아키텍처 도입을 예고했다. 

올해 하반기 양산 목표인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포함해 이후 출시되는 차량에 모두 48V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주요 컨트롤유닛은 자체 설계한다는 내용으로, 대다수 자동차가 12V 배터리와 발전기·전장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48V를 표준으로 도입할 것을 밝힌 것이다.

이호중 연구원은 “48V로 전환하면 전기차 전력의 약 3∼7%를 소모하는 조명과 인포테인먼트(IVI) 등의 전장부품의 전력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서 “전류가 감소해 전체 길이가 최대 4km에 달하는 차량 내 전선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V에서 48V로 전압을 높이면 전류가 1/4 수준으로 줄어 전력손실이 줄어든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현재 시판 중인 대다수 자동차가 12V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48V 부품은 신규 개발이 필요해 납품단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상당수 12V 부품이 대량생산 후 여러 완성차기업에 납품되는 구조이나 48V 부품은 단기적으로 테슬라로 한정돼 제조원가를 낮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편 이번 48V 전환 예고는 테슬라의 전장부품 산업 생태계에 대한 장악력이 강화된 것으로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테슬라 E/E 아키텍처 개선 및 배선 단순화 사례 [한자연 자료인용]

테슬라는 그간 중앙집중화된 E/E 아키텍처 도입 외, 리어 플로어 패널의 통합 다이캐스팅(Giga Press), 내외부 패널의 구분 없는 차체 구조(Exoskeleton) 등 아키텍처 혁신을 통한 비용최적화를 추진해왔다.

이번 48V 아키텍처 계획과 기술 개선안을 고려하면 향후 아키텍처/부품 혁신을 동시 추구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테슬라가 새로운 규격의 부품을 적정 비용으로 양산 적용할 수 있도록 부품기업과 협의를 완료했다는 것”이라며 “기존 전장부품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부족했던 테슬라가 이제 자체적인 부품 생태계를 구축해 안정적으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됐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48V 전환의 이점이 실제로 증명된다면 기존 완성차기업의 추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일부 완성차기업은 여러 부품기업과의 장기간 협력으로 생긴 조직적 관성 때문에 48V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48V로 전환하려면 부품 공급선과 개발·구매조직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