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SSU 리포트] ③ 단순 외연확장은 금물, 리스크 분산·전문성 시너지 노려야

단일 환경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단일 환경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 모바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을 꼽자면 단연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포털, 메신저라는 핵심기능을 앞세워 막대한 유저를 확보하고 여러 사업에 진출하며 수많은 자회사의 앱들을 출시해 왔다. 확장된 앱은 동일한 계정을 사용하기에 유저들은 추가 회원가입 없이도 편리하게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파생 서비스를 독자 앱으로 출시하지 않고 단일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슈퍼앱 전략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모두 ‘하나의 앱’에 통합해 제공하는 것으로 2010년 블랙베리의 설립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서비스 모두 하나의 앱 내에 모두 탑재되기 때문에 유저는 앱 이탈 없이도 필요한 서비스를 슈퍼앱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고, 서비스 기업은 소비자 이탈을 방지(lock-in)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플랫폼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슈퍼앱 성공사례 ‘위챗·그랩’이 성공한 이유
알리페이와 함께 중국에서 슈퍼앱 전략을 개척한 것은 바로 위챗이다. 2011년 메신저 앱에서 출발한 위챗은 12억명이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으로 자리하고 있다. 

메신저 기능을 통해 유입된 유저들은 위챗의 앱 속의 앱, ‘미니 프로그램(샤오청쉬)’에도 자연스럽게 도달했다. 별도 다운로드 없이도 버튼만 누르면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비스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위챗은 현재 게임, 교통, 쇼핑, 금융 등 1천400만 개 이상의 미니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13년에는 ‘위챗 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앱 내 수많은 미니프로그램에서의 편리한 결제를 가능케 했다. 

월간 거래 유저만 해도 3억2600만명(22년 8월 기준)에 육박하는 그랩은 동남아 최초로 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인 ‘데카콘’에 등극했다. 

그랩은 모빌리티 사업에 기반해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한 슈퍼앱의 원조로 볼 수 있다. 과거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택시 잡기가 어려웠으며 바가지를 쓰기 쉽다는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그랩의 시초인 ‘마이택시’ 서비스는 이를 해소하고자 했던 콜택시 앱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진단하고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현지인들에게 호응을 얻은 이 서비스는 2015년 ‘그랩 택시’로 상호명을 바꾸고 비슷한 불편을 겪던 동남아 인접 8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source=grab]
[source=grab]

그랩은 이후 택시·그랩카·그랩바이크로 종목을 확장했고 현재는 음식 배달, 물류 배달 서비스, 모바일 결제 서비스(그랩 페이)까지 제공하며 동남아 인들의 생활 필수앱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성공사례를 통해 슈퍼앱의 위력을 확인하며 일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댄 슐먼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리더들 또한 슈퍼앱 전략을 선포하며 경쟁 대열을 합류했다. 

허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슈퍼앱 전략이 어디에서나 통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며 경고한다.  슈퍼앱이 등장하기 전 중국·동남아지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저조했다. 시기적으로 슈퍼앱 출시와 스마트폰 보급이 맞물리면서 슈퍼앱 성공사례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특수한 환경과 맞아 떨어진 특수한 사례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국 모바일 시장은 파편화돼 있어 해외시장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플랫폼은 결국 소비자가 모이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시장 플레이어들은 이미 자원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을 락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사례와 달리 슈퍼앱 전략의 관점에서는 한국시장에 더 많은 방해물이 있는 것이다.

야놀자와 쿠팡 외에 배달의민족 배민 스토어 화장품, 꽃 판매 확장, 당근마켓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 론칭 등 단일 서비스 플랫폼 내에서 기존 카테고리 외에 서비스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source=pixabay]
[source=pixabay]

하지만 다수 플랫폼 기업이 내놓은 슈퍼앱 전략은 의도했던 효과를 쉽게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 모여야 하는데 이미 파편화돼 있는 시장에서 사업을 진출·확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눈길을 가로챌 강력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먹힐 슈퍼앱 전략의 핵심은?
그렇다면 ‘한국식 슈퍼앱’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을 하나의 앱’으로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끌어오겠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모든 것을 하나로 모아서 연결’하는 전략만으로는 100% 성공을 담보하기에는 어렵다. 

앱 이탈 없이도 한 플랫폼에서 모든 서비스를 해결하며 끊김이 없는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려면 플랫폼 내에서 각 서비스가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풀어 말하자면, 그저 흩어져 있는 서비스를 한 곳에 모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서비스를 단일 앱에서 사용할 때 부가가치와 시너지가 있어야 한다.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 중에서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오늘의 집의 경우 가구/인테리어 커머스에서 이사 서비스, 인테리어 서비스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서비스를 추가 제공 중이다. 고객의 여정을 분석해 인테리어 라이프 사이클 중에 가장 앞 단에 위치하는 행위에 서비스를 확장해 제공한 것이다. 

유저들의 행동을 단계별로 분석해 이사 후 오늘의 집에서 집을 꾸미는 콘텐츠를 참고해 가구, 인테리어 소품을 구매하는 일련의 전 행위 전체 과정 A-Z까지를 ▲커뮤니티 ▲쇼핑 ▲이사/시공/수리 서비스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이러한 서비스 확장은 인테리어 서비스-커머스-커뮤니티처럼 일련의 활동에 있어서 선순환 구조와 각 서비스 간 유기적인 생태계가 부가가치를 만들어 기존 유저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무차별적 확장과 단일앱화가 아닌 서비스 전문성과 각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객의 모든 여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효율적인 자원 활용으로 리스크 분산·전문성 확보해야
서비스 확장에서 있어서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기존 버티컬 플랫폼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속성이 상이한 시장 공략을 동시에 추구하다 보면 역량 분산이 쉽게 빚어질 수 있다.

또 서비스 확장에 있어서 신규 시장으로 확장하는 경우 시장의 특성이 달라 신규 시장진입 시 기존 시장 플레이어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출혈경쟁도 불가피하다.

자원과 타깃을 분산해 기존 버티컬 플랫폼의 가장 큰 강점인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고객에 전문성을 기반한 서비스 제안이 아닌 그저 신규 시장 확장을 통해 ‘몸집 키우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전략적 모호성을 초래해 몸집 키우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기존의 네트워크 효과도 저해하면서 기존의 전문성도 잃기 십상이다.

야놀자와 쿠팡을 통해 버티컬 플랫폼의 ‘몸집 키우기’ 사례를 볼 수 있다. 야놀자는 비대면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교환권 카테고리를 추가해 카페, 치킨과 같은 인기 브랜드를 판매했다. 허나 엔데믹 시대 도래로 오프라인 활동이 되살아나면서 올해 3월에 해당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쿠팡은 지난 2020년 4월 패션 전문 플랫폼 C. 애비뉴를 론칭했다. 그러나 패션 e커머스 인력 부족, 패션 브랜드와 원활한 소통부재, 파급력 있는 브랜드 유치 실패 등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C. 애비뉴 패션 카테고리는 입점 브랜드 수에 비해 시장에서 큰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소현·유 진 연세대 ISSU 학회원
(왼쪽부터) 박소현·유 진 연세대 ISSU 학회원

수익성을 위한 신규 수입원 확장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업 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게 되면 리스크와 전문성 상실로 인해 기존 소비층마저 쉽게 이탈하기 쉽기에 무분별한 자원 분산으로 전문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관건은 플랫폼이 기존 유저의 니즈를 포착하고 새로운 서비스로 유도하는 데에 달렸다. 플랫폼은 단순히 외연 확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저들이, 그리고 잠재 유저들이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킬러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후방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될 경우, 유저 경로가 자연스러운지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 단일 앱 내에서 유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제시하면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박소현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유 진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7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3년 1학기 동안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며 도래한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2주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저작권자 © IT비즈뉴스(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