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보고서 발표, 의류·식음료 등 저기술산업군 고용비중 대비 생산비중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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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국내 제조업의 특정 업종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양질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 의류, 식음료 등 저기술산업군에서의 연구개발(R&D)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23일 발간한 ‘기술수준별 제조업의 R&D집중도와 성장률 국제비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 중 전기·전자기기업의 생산비중이 가장 높으나 고용비중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생산비중과 고용비중 간의 격차는 2017년 기준으로 16.05% 포인트(p)로 타 선진국에 비해 매우 큰 편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생산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의 생산과 고용비중의 격차는 1.77%p, 프랑스는 4.82%p, 이탈리아 1.9%p에 불과했다. 미국은 격차가 상당히 큰 편이나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적은 수준인 11.89%p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중 생산비중이 낮은 편인 의류, 섬유, 식음료 등의 경우 반대로 고용비중이 생산비중에 비해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상반된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귀결됐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수준을 부담할 수 있는 업종에서는 그 생산비중보다 적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수준이 높기 어려운 업종에서는 그 생산비중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황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 전체 제조업 대비 주요 저기술산업의 GDP, 종사자 수, 사업체 수(%) [한국은행, 한경연 자료인용]

또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생산비중과 고용비중 간의 격차가 제조업종별 생산과 고용의 쏠림정도(집중도)에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제조업 업종별 생산비중과 고용비중의 집중도를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로 측정, 주요국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제조업종별 생산비중의 쏠림정도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큰 반면 고용비중의 집중도는 타 국가와 비교 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생산비중 HHI와 고용비중 HHI 간의 격차가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큰 편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위원은 “부가가치 창출은 소수의 업종에 의존하면서 고용은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의 구조가 이 HHI 비교에서도 드러난다”고 부언했다.

◆저기술산업군에서 세계 주요 기업과 비교, 국내기업의 R&D 활동 부진
보고서는 제조업을 기술수준별로 4개(저기술, 중저위기술, 중고위기술, 고기술)로 분류한 후 S&P 캐피탈IQ(Capital IQ) 데이터베이스릴 이용 각 기술수준별 대표적 업종에서 우리나라 상장기업들과 세계 주요 상장기업들의 R&D 활성화 정도를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저기술업종인 가구, 의류, 섬유, 식음료 등에서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R&D집중도가 세계 주요 상장기업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R&D 집중도가 낮다는 것은 매출액 대비 혁신활동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고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저기술산업군이라고 해서 무시해도 되는 산업이 아니다. 의류, 가구, 식음료 등 저기술업종에서 세계 상위권 기업들은 대부분 선진국 기업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분석결과 세계 10위권 내 국내 기업이 한두 개 위치하고 있는 중·고기술산업군과는 달리 4개의 저기술업종에서는 세계 20위권 내에 위치하는 기업이 하나도 없다. 이는 저기술산업군에서 세계 주요 기업에 비해 R&D 활동이 부진한 국내 기업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의류, 식음료 등 저기술업종에서 상당한 고용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이들 업종에서 혁신활동이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야 하며, 특히 혁신성장을 얘기할 때 소위 첨단산업만을 고려하고 저기술산업은 암묵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첨단산업에만 의존한 경제구조는 상당한 잠재적 리스크를 초래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해당 생태계에 많은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저기술업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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