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시장 리더십 강화하고 신시장 먹거리 창출
- 규모의 경쟁 아닌 기술·전략 경쟁 이슈 '관심'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전세계 FPGA 점유율 1위 기업 자일링스(Xilinx)가 5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출사표를 던졌다. FPGA의 설계 유연성과 전력 효율성을 기반으로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관련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필드프로그래머블게이트어레이(Field-Programmable Gate Array)'의 약자인 FPGA는 양산형(ASIC·ASSP)반도체와 달리 몇 번이고 칩 설계를 변경할 수 있어 주로 프로토타입 설계와 같은 시제품 개발과 고신뢰도가 요구되는 컨트롤러의 핵심 칩으로 사용된다.

양산형 반도체 대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설계에서의 유연성, 특히 전력소모 대비 높은 연산처리를 지원해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주요 반도체 중 하나다.

자일링스는 현재 유일하게 FPGA만 생산·공급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 중 하나다. 2015년 6월 당시 FPGA 2위 기업인 알테라(Altera)를 인텔이 인수하면서 자일링스는 유일한 FPGA 기업으로 남았다.

인텔이 알테라를 인수할 당시 업계에서는 인텔이 집중하고 있는 x86서버 기반 데이터센터 시장에 FPGA의 강점을 보테며 시장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자일링스는 당시에도 자동차(오토모티브), 테스팅·계측장비, 국방·항공분야와 같은 기존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전략이었다.

허나 지난 1월 말 빅터 펭(Victor Peng) CEO가 새로 선임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8년 전 내세운 '올-프로그래머블(All Programmable)' 슬로건에서 '데이터센터 퍼스트(Data Center First)'로 전환된 상태며, 중심에는 지난 3월 공식 발표한 '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Adaptive Compute Acceleration Platform, ACAP)'이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밋 서울 2018에 참가한 자일링스 부스


이기종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 'ACAP' 발표
자일링스는 지난달 19일(미국시간) '에이캡(ACAP)'을 공식 발표했다. ACAP는 고집적 멀티코어 이기종 컴퓨팅 플랫폼으로 분산형 메모리와 프로그래머블 DSP, 멀티코어 시스템온칩(SoC), 네트워크온칩(NoC) 모두 포함하고 있다.

RF-ADC/DAC가 탑재되며 HBM(High Bandwidth Memory)도 지원된다. C/C++이나 OpenGL, 파이썬(Python)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며 FPGA 툴을 이용한 RTL 레벨에서도 프로그래밍도 가능하다.

새로운 플랫폼의 첫 번째 모델(코드명 에베레스트, Everest)도 공개됐다. 10억달러 이상의 연구비용이 투입, 500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제품으로 올해 말 공개예정이다. TSMC 7나노(nm)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된다.

자일링스의 데이터센터 퍼스트 전략은 비정형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높은 수준의 컴퓨팅 파워 니즈가 발생되고 있으며 AI 기반의 지능형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면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아키텍처가 요구되는 현재, 커넥티드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의 필수조건인 '가속화 컴퓨팅' 시장으로의 진입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연 500억달러 규모의 전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현재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혁신적인 수준의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고 있으며 동시에(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할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서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가 남아있는 시장인 동시에 기회의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시장 경쟁상대로는 인텔, 엔비디아가 거론된다.


기존 산업 리더십 굳히고 신사업 찾기
업계에서는 자일링스가 기존 FPGA 시장 리더십을 가져가면서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신시장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번 전략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자일링스는 FPGA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교적 고가로 형성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으며 오토모티브, 유무선통신장비, 산업용 디바이스, 테스팅·계측장비, 국방·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에 자일링스의 칩이 탑재된다.

시제품 설계 단계에서도 사용되고 미션-크리티컬한 주요 애플리케이션에도 탑재된다. FPGA는 활용도가 높아 수요가 많다. 자일링스는 과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기존 산업군에서의 매출하락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점유율 2위 기업과 격차가 있는 만큼, 시장 리더십은 이어가면서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흥식 자일링스코리아 지사장

물론 자일링스가 생각하는 계획대로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플랫폼 첫 번째 모델이 주력인 28·16나노 제품이 아닌 최초의 7나노 디바이스인 만큼 시간을 두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안정성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관련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쿠다(CUDA), 텐서RT와 같은 툴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는만큼 HW/SW 개발자 생태계 구축에도 집중해야 한다.

x86기반 시장 강자인 인텔과의 경쟁구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소극적이었던 자일링스가 CPU 중심 아키텍처에 자사 FPGA의 강점을 앞세운 인텔과의 리더십 경쟁구도는 양사 간 17~20배의 매출 격차에서 발생되는 시장규모의 싸움만으로 읽혀지진 않는다.

167억달러에 알테라를 인수한 인텔의 데이터센터 시장 전략, FPGA의 특장점을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듯 적시에 활용한 자일링스의 전략 간 싸움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 아래는 안흥식 자일링스코리아 지사장과 나오히로 진보(Naohiro Jinbo) 자일링스 K.K 시니어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Q. 데이터센터 퍼스트 전략에서 집중하는 구체적인 분야는?
A(안흥식). 가속화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스토리지, 스마트-네트워크인터페이스카드(NIC) 시장이다. 비정형데이터가 늘면서 높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FPGA의 강점은 '와트 당 성능'으로 비용효율적이다. 데이터 수집-연산-애플리케이션 구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미래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 가속화 시장이다.

계측기, 디스플레이, 스토리지의 컨트롤러 핵심 칩으로 FPGA가 탑재된다.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도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 네트워크 가속화(NIC) 시장도 마찬가지다.

나오히로 진보(Naohiro Jinbo) 자일링스 K.K 시니어 매니저

Q. 개발 툴 확장도 필요해 보인다. SDx 제품군도 업데이트 되는가?
A(나오히로 진보). SDSoc. SDAccel 모두 업데이트 중이다. 현재 전략기업 대상으로 초기버전이 제공된 상태다.

28나노 디바이스에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만, 16나노에서는 리얼타임프로세서(RTP)까지 프로그래머블이 가능했다면 HW/SW프로그래머블엔진이 탑재된 7나노 신제품에서는 모두 프로그래머블이 가능해진다. 패브릭 확장을 위해 네트워크온칩(NoC)도 탑재됐다. 아키텍처가 새롭게 변경된 만큼 개발환경도 대폭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Q. 국내 비즈니스 전략은?
A(안흥식). 아마존웹사이트(AWS), 구글, MS와 같은 하이퍼스케일 기업, 텔코·포털서비스 기업 등 ISP/ICP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아키텍처, 전략이 새롭게 변경된만큼 시장 자체를 새롭게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스토리지 컨트롤러 시장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중요한 건 규모의 경쟁이 아니다. 우리가 다 잘할 수 없지만 우리가 잘하는 분야가 있다. 기술적 강점을 살려 관련시장에 접근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Q. NIC시장에서도 인텔(옴니패스)과 사업이 겹친다. 전략은?
A(나오히로 진보). 인피니밴드 강자 멜라녹스(Mellanox)와 기술·시스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CPU 중심 아키텍처와 네트워크 분산 아키텍처는 다르다. 모두 장점이 있다.

네트워크 분산처리 기술의 강점을 살리면서 파트너 간 기술협력에 나서고 있다. 50Gb, 100Gb 등 대역폭이 빠르게 느는 만큼 컨트롤러 시장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저작권자 © IT비즈뉴스(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