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눈·음성 제어 3차원 UI 구현
공간 컴퓨팅 창출·XR 시장 반등 터닝포인트 ‘기대’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프로의 예약판매가 개시됐다. [source=apple]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프로의 예약판매가 개시됐다. [source=apple]

애플 ‘비전프로’의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ing)'라고 애플이 설명한 비전프로는 혼합현실(MR) 헤드셋으로, 내달 2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전프로는 2007년 ‘아이폰’ 이후 애플이 선보이는 가장 중요한 기기로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명을 불러일으켰듯, 비전프로는 새로운 ‘공간 컴퓨팅’ 시대를 이끄는 기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그 배경이다. 

공간 컴퓨팅이란 사람과 기계, 사물, 환경과 손과 음성은 물론 시선과 같은 인간 행위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컴퓨팅 방식을 말한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이 공간 컴퓨팅의 예시로, 애플 비전프로가 새로운 컴퓨팅 시대를 이끄는 혁신 기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맥은 개인용 컴퓨팅 시장을, 아이폰은 모바일 컴퓨팅을 개척했다”면서 “비전프로는 공간 컴퓨팅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선보인 iOS 17.2에서 공간 비디오 촬영 기능을 추가했다. 공간 컴퓨팅 확산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이를 통해 아이폰으로 비전프로에서 볼 수 있는 영상을 손쉽게 촬영해 비전프로에서 몰입형 콘텐츠로 재생할 수 있다. 

◆회의적 시각 ‘불식’
비전프로에 대한 기대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애플의 흐려진 성장 전망을 반등 시킬 수 있는 터닝포인트로써의 기대까지 추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은 각종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숙, 미·중 갈등 심화 등의 요인으로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판매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대두되고 있으며, 구글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기본 검색 엔진에 대해 구글과 맺은 대규모 계약이 공개되면서 애플도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승승장구하던 애플 주가의 하락반전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이폰 강세 속에서 애플은 전세계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가져가던 애플은 올해 초 이어진 주가하락으로 2년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기업이라는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연초 하락으로 MS에게 추월당했던 애플 주가는 비전프로 예판을 시작한 20일 전후 상승하면서 현재 1위 자리를 되찾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승 반전은 기술주 전반의 상승세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지만, 비전프로 출시 도래에 따른 기대감도 아울러져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예약판매 물량 완판 '호조'
19일(미국시간) 시작된 예약판매는 호조를 나타냈다. 매장 수량 물량이 30분만에 완판되고, 온라인 구매 물량에 대한 배송일도 3월8일 이후까지 연기되는 등 인기를 나타낸 것이다.

비전프로는 저장용량에 따라 3개 모델로 구성되는데, 가장 저렴한 256GB 제품이 3,499달러이며, 가장 비싼 1TB 제품은 3,899달러(약 520만원)에 달한다.

VR헤드셋 시장 1위 제품인 메타의 VR 헤드셋보다 약 7배나 높은 가격이지만, 초기 판매가 원활하게 이어진 것이다.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비전프로에서 멀티태스킹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source=apple]
비전프로에서 멀티태스킹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source=apple]

비전프로의 올해 판매량은 30~60만대로 예측되고 있다. UBS가 30~40만대의 판매량을 예측했으며, 카운터포인트는 50민대 이상을, 트렌드포스는 초기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50만∼60만대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물론, 사전 예약판매의 호조는 비전프로의 성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으나 시장 예측의 드라마틱한 상승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까다로운 제조 공정의 문제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까닭이다. 일례로 비전프로에는 4K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데, 4K 디스플레이의 공급이 제한적이기에 비전프로 역시 이에 따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한적 공급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게 하는 요인이다. 사실 애플의 매출 측면에서 보면, 비전프로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예측 판매량을 최대치로 소화해도 비전프로의 매출은 2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3,80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애플 연간매출을 고려하면 흥행 성패에 따른 영향은 무의한 수준에 가깝다.

비전프로에 대한 관심은 당장의 매출보다 잠재력에 대한 기대다. 미래 혁신 기술로 각광받았지만, 아직까지 틈새 시장에 머물고 있는 VR, AR, MR과 같은 XR 기술을 현실화하는 기폭제로 비전프로가 작용할 수 있으며, 이때 비전프로는 아이폰과 같은 성장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다. 

나아가 애플 비전프로 출시가 메타·소니 등 기존 XR 헤드셋 벤더를 자극하고, 삼성과 같은 신규 기업의 참여도 불러 일으켜 경쟁을 통한 시장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제기된다.

[source=apple]
[source=apple]

◆킬러 앱, 진정한 성공의 ‘전제조건’
관건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를 위해 애플은 iOS에 공간 비디오 촬영 기능을 추가하고, 애플 기기용 소프트웨어 빌드 프로그램 ‘엑스코드’에 비전프로 애플리케이션 시뮬레이션 기능을 추가하는 등 생태계 마련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비전프로와 같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킬러 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킬러 앱은 보이지 않는다. 애플은 지난해 비전프로 발표 현장에서 한 공간에서 직접 대화하는 것과 같은 페이스타임(화상통화), 더 현실감 있는 애플TV 콘텐츠 등을 선보였지만, 이들이 높은 가격 부담을 뚫어 내고 사용자를 유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더해 유튜브·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인기 앱들이 비전프로용 앱 출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부분도 걸림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는 비전프로의 진정한 흥행을 위해 개발자의 마법을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한편, 블룸버그는 비전프로 예약판매의 온라인 배송 연기에 대해 “강한 수요나 공급 부족, 그 중간 어딘가를 의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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