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수 교수 연구팀 [사진=한국연구재단]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국내 연구진이 원자번호 15번인 ‘인(phosphorus, P)’ 원자로 만들어진 검은 빛깔의 신소재 ‘흑린(black phosphorus)’에서 새로운 종류의 반도체 성질을 발견했다.

흑린은 인(P) 원자가 벌집모양으로 배열된 물질로 발화성 물질인 적린(red phosphorus), 백린(white phosphorus)과 달리 안정적인 물질이다.

한국연구재단은 4일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흑린에서 ‘유사스핀 반도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사스핀은 2개의 부분 격자를 갖는 물질에만 나타나는 전자의 새로운 성질이다. 유사스핀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 대비 적은 전력 소모로 우수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반도체 기술에서는 외부 전기신호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하는 구조다. 흑린의 독특한 성질인 유사스핀을 활용하면 외부 전기신호로 유사스핀의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물질의 구성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경우 전자의 유사스핀이란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는 것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 유사스핀이 정렬되어 제어할 수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았다.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물질의 벌집구조에 특정 방향으로 주름이 생길 경우 유사스핀이 그 방향으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발견했다.

주름진 벌집구조를 갖는 흑린에서 유사스핀의 방향을 측정한 결과, 95% 이상 한 방향으로 정렬된 것을 확인했으며 해당 과정에 물질 속 전자의 유사스핀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 기법을 직접 고안, 사용했다.

특히 이와 같은 정렬현상은 고온까지 안정적이고 흑린의 두께와 무관하게 나타나 활용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 회색 동그라미는 인(P) 원자를 나타내며 주름진 벌집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바탕에 흰색과 검은색은 양극과 음극으로 대전된 영역을, 붉은색과 푸른색 화살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된 유사스핀을 나타낸다. 두 영역에서 유사스핀의 상대적인 방향에 따라 저항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정보 전달과 저장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유사스핀 반도체의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로 유사스핀 반도체를 이용한 유사스핀 거대자기저항효과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근수 교수는 “유사스핀 반도체는 자성 반도체의 유사스핀 버전”이라며 “자성반도체의 발견이 스핀트로닉스 분야를 개척한 사례에 비춰 볼 때 유사스핀 반도체의 발견은 유사스핀트로닉스라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신생 분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지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지(Nature Materials)에 2월4일 게재됐다.

저작권자 © IT비즈뉴스(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