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뿐 아니라 주중에도 하루를 휴일로 지정해 1주일에 4일만을 근무하는 것으로, 서유럽 등지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보편화된 형태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세계로 논의가 본격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퀄트릭스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주4일 근무제를 선호한다고 밝혔으며, 서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을 넘어 카자흐스탄, 칠레 등에서도 주4일 근무를 공식화하는 등 새로운 '뉴노멀'로 부상하고 있다.
서유럽과 달리 주 5일을 기본으로 삼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최근 주4일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서 6개월간 참가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시행돼 업무만족도와 효율성이 동시에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영국도 지난해 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이 진행돼 86%의 기업이 주4일제 도입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주4일제도가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주4일 근무를 법제화하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의 핵심이슈도 주4일제다. UAW는 36%의 급여 인상과 고용 안정 강화 외에도 급여 삭감 없는 주4일 32시간 근무를 표준으로 만들기를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자동화의 향상으로 더 짧은 시간에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주5일 40시간의 근무라는 기준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으로 오래 전부터 근무시간 단축을 지지해 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AI와 로봇 공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가 가져야 할 질문은 ‘향상된 생산성으로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인가’이며, 근무시간 단축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UAW의 파업이 근무시간 단축 논의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주4일제의 장점은 일과 삶을 더 균형있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워라벨’이라고도 불리우는 일과 삶의 균형이 주4일제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4일을 경험한 직원들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주5일 근무보다 확실히 줄어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직원 뿐 아니라 기업들도 주4일제에 만족감을 표시한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직원의 번아웃 방지, 인재 유치 등에서 가시적 효과를 보였기 때문으로, 지난해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한 북미 기업의 대다수가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주4일제 유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주4일제 시범 운영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비영리기관 4데이위크글로벌(4Day Week Global)은 프로그램 참가 기업 중 36%가 전년비 매출증가를 이뤄냈으며, 42%는 퇴사율의 획기적인 감소를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63%의 기업은 주4일제를 통해 인재유치가 용이하게 됐다고 평가했으며, 직원의 번아웃 감소 업무효율성 향상도 각각 68%, 54%에 달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주4일제는 장점을 지닌다고 평가된다. 주3일을 쉬게 됨으로써 자녀 육아 등에서 보다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인데,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다. 심지어는 주4일 근무가 지속가능성장에도 기여한다는 보고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4일 근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52시간의 최대 근무시간 제도의 철회가 논의되면서 전세계적 트렌드와는 정반대 방향의 역주행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야당이 주4일제 법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주52시간 최대 근무시간 제한에 대한 반대적인 성격이 짙을 뿐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으로는 보기 어렵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반대하는 측에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만큼의 경제적 기반을 갖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지만, 올해 주4일 근무제를 공식화한 카자흐스탄, 칠레 등은 IMF가 발표하는 국가 명목 GDP 순위에서 12위인 우리나라보다 20계단 넘는 차이를 지닌 국가로, 칠레는 43위, 카자흐스탄은 53위에 불과하다.
더불어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고령화·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4일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기도 한 일본은 국가공무원의 주4일제 근무 도입을 본격 추진하는 등 표준 근무시간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주4일 근무를 통해 일자리를 나눠 낮은 고용률 문제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는 노동참여 인구를 늘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주4일제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업들이 주4일제 실험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월1회 주4일 근무제 시행에 나섰으며, 일부 IT기업들에서도 주4일제도가 실험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 기업에서 보여지는 현상이며 대부분의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근무시간 단축은 다른 세계의 일로 취급된다. 우리사회의 화두로 거론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의 적용을 넘어 주4일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최대 근무시간을 주52시간으로 제한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제도가 일부 노동자층에서 반반한 까닭은 초과연장근무로 저임금을 상쇄했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가 자리한다.
주5일 40시간 근무제도의 정착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 시절이다. 대공황 극복을 위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은 단지 대규모 건설사업 뿐만이 아니다.
주5일 40시간 근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당시 만연했던 장시간 노동문제를 해결하고, 단결권·단체교섭권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미국의 중산층이 확대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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