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선주의’ 기조, 빅테크 겨눈 반독점 칼 무뎌질수도
빅테크 면책 특권 ‘섹션230조’ 폐지 가능성 솔솔
英, 애플·구글 공정경쟁 위반 조사…EU는 메타에 8억 유로 과징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새로운 환경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퇴임 후 지속적으로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비난해 온 트럼프 당선자는 관세, 금리, 가상자산, 친환경 등 다양한 부분에서 바이든 정부와는 결이 다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에서의 변화 중 하나로 예상되는 조치 중 하나는 빅테크에 대한 압박 완화다. 트럼프 당선자의 친기업적인 행보를 고려하면, 빅테크에 대한 압력이 낮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데, 전세계 시장을 장악한 빅테크 기업 다수가 미국 기업이란 점에서 압박의 제1무기로 사용됐던 반독점의 칼날이 무뎌질 수 있다고 지적된다.
일례로 내년 임기가 종료되는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의 유임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우는 칸 위원장은 과도한 독점을 경계하는 반독점론자로, 그의 임기 이후 FTC는 꾸준히 빅테크 규제 정책을 펼쳐왔다.
칸 위원장의 임기 종료 후 FTC 위원장이 기업친화적 인물로 변경되면 다양한 규제가 철폐되고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보다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칸 위원장의 FTC는 독점 강화의 우려로 대형 M&A를 반대하면서 승인을 꺼려왔는데, 이러한 기조가 바뀌면서 M&A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독점을 통해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때, 미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통상 마찰의 가능성도 관측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보호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상대국의 불공정 조치에 대한 보복조치가 가능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 빅테크의 앞날은?
이와 반대로 내년 시작되는 트럼프 정부에서도 빅테크 압박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친기업적이지만, 빅테크에 대한 높은 반감을 등에 없고 빅테크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의 경우, 칸 FTC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빅테크가 혁신을 억압한다는 입장을 가졌다고 알려지며, 실제로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바이든 정부에서 유일하게 일 잘하는 칸 위원장을 꼽기도 했다.
또 트럼프 당선자는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브렌던 카 FCC 위원을 지명했는데, 카 FCC 위원장 지명자는 빅테크에 반대하면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2025’에서 빅테크 검열에 대항하는 기관 창설을 주장하면서 빅테크에 날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더해 카 지명자는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해서도 정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다수의 트래픽을 잡아먹는 콘텐츠제공자(CP)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이용료를 지불하는 게 더 정당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모든 데이터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에 의거해 망 이용료를 거부해 왔던 빅테크들의 입장에서 카 지명자가 지닌 망 중립성 폐지 의지는 칸 FTC 위원장 만큼이나 위협적이다.
트럼프 당선자 역시 1기 집권 당시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을 통해 플랫폼 빅테크의 망 이용료 지불에 긍정적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법인세율 15%까지 인하가 빅테크의 막대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호재라면, 망 중립성성 폐지는 이익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악재다.
섹션230조 폐지 가능성도 빅테크를 뒤흔드는 이슈가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메타(페이스북), 일론 머스크 인수 이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 사업자와 많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따라서 카 지명자를 통해 SNS 규제를 강화하려 할 것으로 관측되며, 그 방안 중 하나로 섹션230조 폐지가 언급되고 있다.
섹션230은 통신품위법의 230조 조항으로, 사용자가 게시한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 플랫폼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섹션230조가 빅테크 기업의 면책 특권이라면서 임기 마지막까지 섹션230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섹션230조가 폐지될 경우, 빅테크 기업은 수많은 법적 책임 공방에 시달릴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으로, 빅테크 대한 소송전을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라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칸 위원장을 필두로 바이든 정부에서 빅테크 규제가 크게 회자됐지만 구글,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대한 소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시작됐다. 이는 트럼프 재집권에 빅테크 압박 수위 개선을 마냥 기대하기 어려운 배경이 된다.
◆유럽, 빅테크 규제는 계속된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에서 큰 폭의 정책 변화가 예견되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또다른 축인 유럽에서는 강력한 빅테크 규제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메타에 7억9800만유로(약 1조1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에 개인화 온라인 광고 서비스인 페이스북마켓플레이스를 연계·활용하는 메타의 관행이 다른 개인화 광고 서비스에 불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 EU 반독점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는 2016년에 페이스북마켓플레이스를 출시했으며, 2017년 유럽 여러 국가로 이를 확장했는데, EU는 2021년 6월 이러한 페이스북과 페이스북마켓플레이스의 연계가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고 보고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했으며, 2년이 넘는 조사 끝에 페이스북마켓플레이스에 이익을 주는 부당행위로 결론을 냈다.
메타는 모든 페이스북 이용자가 페이스북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메타는 EU의 과징금 부과가 시장 경쟁을 방해한다는 주장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하면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에서는 구글·애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영국은 EU의 디지털마켓법(DMA)와 유사한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DMCC)이 내년 시행되는데, 이에 따라 모바일 생태계에서 구글과 애플의 반경쟁 행위 여부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영국 DMCC에서는 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을 ‘전략적시장지위자(SMS)’로 규정하고, 이들 기업에 대해 반경쟁 행위 금지와 상호운용성 확보 의무가 부여된다.
이번 조사는 SMS 지정을 위한 것으로, 조사를 집행하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특히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과 더불어 구글과 애플이 체결한 모바일기기(아이폰) 기본 검색엔진 계약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알려진다.
구글·애플의 기본 검색엔진 계약은 미국 법무부와 구글간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알려지면서 독과점 강화를 유도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간 대규모 계약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낳았던 계약이다.
이와 더불어 영국 CMA가 조사 대상으로 공개한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은 EU에서 반독점 행위로 규정받고, 애플은 EU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의 경우에는 제3자 마켓플레이스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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