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1억원이 넘는 나라빚을 짊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30일 ‘국가채무 증가와 생산가능인구당(15세~64세) 부담액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최근 5년간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연평균 6.3%)가 지속될 경우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2038년 1억원 돌파, 2047년 2억원 돌파, 2052년 3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비율, 재정건전성 마지노선 40% 돌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847조원으로 당해연도 명목GDP 대비 44.0%를 기록했다. 

2018년까지 GDP 대비 35.9% 선을 유지한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7%로 상승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급증 등으로 40%선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에도 국가채무 급증세가 지속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47.2%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경연은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도 지난달 22일 한국의 국가채무 급속한 증가를 우리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 17년 후 1억원 돌파
한경연은 향후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연평균 6.3%)으로 둔화된다 해도 국가채무는 2020년말 847조원에서 2030년 1,913조원, 2040년 3,519조원, 2050년 6,474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하면서 미래에 국민이 짊어질 국가채무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이 최근 국가채무 증가속도와 생산가능인구 전망치를 기준으로 예상한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67만원이다. 

한경연은 이 수치가 2038년에는 1억502만원, 2047년 2억1046만원, 2052년에는 3억705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18세) 부담해야할 1인당 국가 빚은 1억원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정부 발의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경연은 “재정준칙 법제화가 지연되는 동안에도 재정지출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말에는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47.2%, 통합재정수지적자는 GDP 대비 –4.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특수성을 감안해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자녀세대에게 과도한 빚 부담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 등 엄격하고 체계적인 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