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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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서 데이터는 석유에 비견된다.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이 만들어지듯 데이터를 가공해 AI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생성하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 데이터 산업 육성은 국가적 과제로 제시되며, 데이터 기반의 가치 창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세계 각국은 법령을 정비하고, 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자정보자유법'을 통해 172개 공공기관의 약 38만개의 공공정보(지리/교육/교통 등)의 정보를 개방해 민간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오픈 정부 데이터법'에서는 미국 연방정부의 오픈 데이터를 제도화해 모든 정부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비개인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체계에 관한 규칙'과 '개방형 데이터 및 공공 부문 정보의 재사용에 관한 지침'을 통해 디지털화된 데이터가 보다 활발하게 활용되도록 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비개인데이터란, 식별되거나 식별가능한 개인과 연결되지 않은 모든 정보를 말한다. 

나아가 EU는 데이터 중개자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데이터 활용의 가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1년 '유럽 데이터 거버넌스법(DGA)'을 제정해 데이터 유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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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의 개정을 통해 데이터 활용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한 상태다. 기존의 법체계에서 정보보호 측면만이 강조돼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고, 관련 산업 발전이나 개인 편의성 증진의 걸림돌이 된 점을 해소하기 위한 개정이다.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전송요구권'과 더불어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해 비식별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가명정보는 완전한 비식별 조치가 된 익명정보와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 사이의 중간 단계로,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을 목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이 가능한 데이터를 말한다.

또 내년 4월부터는 민간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기틀이 되는 '데이터 기본법'도 시행된다. 데이터 기본법은 데이터 산업 육성과 데이터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법적 장치의 마련이 핵심으로, ▲데이터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데이터거래사 ▲데이터 생산, 거래와 활용 등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는 데이터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 비교 [자료=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 비교 [자료=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데이터 유통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기반이다. 스타트업은 고객 정보가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마케팅을 펼치거나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면, 이를 분석해 개발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최적의 타깃 시장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는데, 데이터 유통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밑바탕인 것이다.

허나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데이터 유통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금융데이터거래소가 개설됐지만 5월 기준 데이터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104개 중 절반 이상인 565개 기업은 데이터 등록 건수가 1건도 없으며, 출범 후 1년간 유료 거래 누적 금액도 약 11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국내 데이터 유통구조를 보면, 공공부문에서는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민간의 경우에는 2019년 국내 최초의 민간 데이터 거래소인 한국데이터거래소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한국데이터거래소는 유동인구, 소비, AI 데이터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 데이터 가공 회사인 쿠콘이 금융, 공공, 의료, 통신 등 국내외 기관의 데이터를 수집, 결합한 비즈니스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데이터 거래시장에 합류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거래보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직접 관계를 맺는 '데이터 동맹'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신한카드 등이 주축이 된 '민간데이터 댐'이나 현대카드, 이마트, 코스트코, 배달의민족 등이 추진하는 '도메인 갤럭시'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데이터 활용 능력이 성과를 좌우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빠르고 적확한 의사결정, 맞춤형 마케팅, 서비스 혁신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이에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시작될 마이데이터와 데이터 진흥법 시행이 데이터 활용을 증대시키는 데이터 유통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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