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가치 하락에 P2E 수익성 의문 증가
게임 자체의 재미와 흥미, 게임사 신뢰회복도 관건 

[source=analytic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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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화두 중 하나는 P2E(Play-to-Earn)였다. 팬데믹이 견인한 디지털혁신(DT)의 물결 속에서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이 떠올랐으며, 게임 산업에서는 NFT와 암호화폐를 게임 아이템과 연결해 게임을 즐기면서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P2E 개념이 주목받았다.

물론 기존에도 인기 게임들은 사용자간 아이템이나 계정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기도 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아이템 거래와 관련된 사건사고로 논란이 됐던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저간 현금 거래의 경우, 직접적으로는 게임사가 얻는 수익은 없었다.

사행성 논란 때문에 게임사들은 공식적으로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에 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가 탄생해 게임 밖에서 게임 아이템이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와 달리 P2E는 블록체인과 NFT를 결합해 게임사가 공식적으로 아이템 거래, 가상화폐 거래를 관리함으로써 게임사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아이템 판매 뿐 아니라 아이템 거래 수수료, 가상화폐 환전에 따른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아이템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게임을 즐기면서 금전적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지역에서 ‘엑시인피니티’의 성공은 P2E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며, 국내에서는 위메이드의 ‘미르4’를 출시와 함께 P2E에 대한 관심이 절정을 이뤘다.

사행성 규제로 미르4의 국내 버전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버전에서는 NFT 환전 기능이 추가돼 흥행과 수익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몰린 것이다.

위메이드의 주가 변화는 P2E 광풍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미르4 출시 직전 연중 최저점을 찍었던 위메이드의 주가는 11월 말에는 10배 이상 급등하는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허나 이러한 광풍은 지금은 찾기 어렵다. 게임 내 코인 이코노미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SLP 시세 변화 [source=코인게코]
최근 1년간 SLP 시세 변화 [source=코인게코]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코인 가치의 하락이다. P2E 대표 성공사례로 알려진 엑시인피니티의 게임 리워드 토큰인 SLP는 지난해 7월 개당 0.355달러를 고점으로 현재는 0.016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무려 1/20로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위메이드 위믹스 코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24.1달러를 기록했던 위믹스는 현재 3.7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가격 200달러 도달까지 10달러 오를 때마다 총 발행 물량의 1%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위믹스 가격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P2E 게임과 연계된 암호화폐의 하락은 곧 P2E 게임 수익성의 감소를 의미한다. 돈버는 게임을 표방하는 입장에서 수익성 하락은 치명적이다. 수익성을 내세워 사용자를 끌어들였는데, 실제로 돈을 벌지 못한다면 유저의 이탈은 피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신뢰성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가격이 급등했던 4분기에 대량으로 위믹스를 매각해 1,609억원을 현금화했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2021년말까지 위믹스 코인 총 발행물량의 10%가 넘는 1억800만개를 매각해 2,271억원을 마련했는데, 2/3가 최고점을 찍은 4분기에 이뤄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매도 공시가 뒤늦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12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위믹스 가격은 대량 매도가 사실이 알려진 1월 폭락했다. 또 위메이드는 매도가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한 투자자금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대형 투자는 선데이토즈 인수였다. 

최근 1년간 위믹스 시세 변화 [source=코인게코]
최근 1년간 위믹스 시세 변화 [source=코인게코]

위메이드의 이러한 행보는 신뢰성을 크게 저하시켰다고 평가된다. 깨어진 신뢰는 시세로 나타난다. 11월22일 24달러 고점 이후 1월11일 5달러대까지 무너지면서 약 50일만에 80%의 폭락을 보였으며, 200달러 달성 때까지 1%씩 소각해 총 발행 물량을 20% 줄이겠다는 발표에도 하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각이 시장 매수 후 소각이 아닌 유통되지 않고 있는 유휴 코인의 소각으로 부양 효과가 없다고 얘기되기도 하지만, 신뢰 하락이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는 이유로 보여진다.

해킹사고도 발생했다. 개발사인 스카이메이비스가 액시인피니티(Axie Infinity)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이더리움 사이드체인인 로닌 블록체인이 3월 말 해킹으로 17만3600이더리움이 인출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공격자는 로닌과 메인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이 브릿지를 침입하는 방식으로, 이더리움과 현금을 인출해 사라졌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6억달러 이상에 달하는데 스카이메이비스는 사고 후 6일이 지나서야 이를 파악해 보안의 커다란 허점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 사건 또한 P2E 게임 안전에 대한 신뢰성을 추락시켰다.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인피니티(Axie Infinity)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인피니티(Axie Infinity)

물론 P2E 게임 내 지속가능성은 초기부터 계속 제기됐던 문제다. P2E 게임을 즐기는 목적이 수익에 있다면, 계속해서 게임 코인은 외부로 유출돼 현금 등으로 교환될 수밖에 없다.

신규 유저가 계속 유입된다면 게임 코인 구매 수요가 있어 가치가 유지되지만, 신규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수요보다 많은 공급이 이뤄지는 게임 코인의 가치 하락은 필연적이다.

즉 P2E 게임 내 코인 이코노미가 무너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이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유저 이탈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P2E 게임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한다. 기존 게임 유저의 지속적인 코인 구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규 유저의 유입으로 P2E 게임의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의 수익을 나중에 들어온 사람의 돈으로 메꾸는 방식이 바로 폰지사기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결국 게임의 완성도에 달렸다. 게임이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위한 수단이 된다면, 언급한 것처럼 인플레이션과 유저 이탈의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돈 버는 게임’이 아닌 ‘즐기는 동시에 수익도 얻을 수 있는 게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P2E 열풍을 불러일으킨 스타에서 P2E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는 액시인피니티의 주 이용자층이 베트남,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P2E가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할 때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이와 관련 3월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개최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2022)'에서 홀리 리우 PKO인베스트먼트 파트너 등이 참여한 NFT, P2E 토론에서 패널들은 ▲유저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흥미와 재미 ▲게임 내 코인 이코노미 유지를 위한 유출보다 많은 유입 자금 등을 P2E의 성공조건으로 꼽은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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