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SSU 리포트] ③ 온오프라인 잇는 유연성과 동등성, 선택 아닌 ‘필수’
“어느 월요일 아침. 경기도에 사는 A씨는 서울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지하철에 몸을 맡겨야 했다. 하지만 A씨는 더 이상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회사가 오늘부터 ‘하이브리드 업무’를 시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덕분에 푹 자고 오랜만에 아침밥까지 챙겨먹은 A씨. 기분좋게 회사에서 공지받은 업무 플랫폼에 접속하기 위해 노트북을 켠다. 하지만 A씨의 좋은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접속 과정에서 네트워크 오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요한 미팅이 3분밖에 남지 않았는데…초조해진다. 30분 간의 사투 끝에 간신히 접속에 성공했다. 입사 후 단 한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었던 성실한 A씨는 결국 이날 처음 지각을 하고 만다. 괜히 억울하고 속상한 하루였다.”
A씨가 경험한 이러한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으로의 전환은 팬데믹 이전에도 일부 진취적인 기업들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흐름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의 팬데믹 경험을 통해 많은 직원들이 더 많은 대면 상황을 원함과 동시에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유연함을 원하는 모순적인 상황(Hybrid Paradox)이 나타났다.
누군가는 ‘워라밸’의 보장과 업무 집중을 위해 사무실로 출근하고 싶다고 답한 반면, 누군가는 정확히 동일한 이유로 집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답했다. 기존의 업무방식으로는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 없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균형을 잡아줄 새로운 방식인 ‘하이브리드 업무’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냥 재택근무 아니야?”…아니야!!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이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업무란 ‘회사’라는 공간에 종속되어 있어왔다. 대다수의 회사원들은 회사라는 건물로 출근을 위해 시간과 교통 자원을 소비하고, 모두가 같은 시간에 비좁은 교통 인프라 속에서 퇴근 경험을 가진다.
회사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비교적 공간이라는 물리적 실재의 유무에 집중되곤 한다.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을 검색했을때 인터넷 백과사전 등에서 뾰족하게 정의하고 있는 바는 없다. 솔루션에 대한 보도자료들이 더 많이 보이기까지 한다.
검색결과가 솔루션/툴 위주로 구성되는 경향은 회사들이 그만큼 업무환경을 도입하기 위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것이 사회적으로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용어임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을 정의하기 위해 칼럼, 데이터 분석 기업, 업무환경 솔루션 기업이 제시한 4개의 다양한 솔루션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온·오프라인’, ‘유연성’이 가장 공통된 키워드로 언급되었으며 ‘선택적’, ‘새로운’ 등의 키워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온·오프라인의 업무환경이 유연히 연결되어 시공간에 대해 선택적으로 근무가 가능한 새로운 업무환경’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단순히 온·오프라인을 구분하는 것만이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이 될 수는 없다. 재택근무는 펜데믹 이전에도 항상 존재했던 업무 형태며 직원들이나 회사의 사정에 따라 재택근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이 가지고 있는 혁신성이나 새로움에 있어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의 진정한 의미는 물리적 공간을 나누는 것이 아닌,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초연결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IT인프라로 극복해 나간다는 것에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의 분리를 포함해 의사결정 및 보고, 회의를 포함한 모든 업무가 시스템화 되어야 하며 시스템이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매끄럽게 연결돼 유연히 작동하는 것이 필수로 수반돼야 한다.
◆20대 목소리 들어보니…“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뉴노멀’로 점점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에 대해 안과 밖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하이브리드 업무와 비슷한 방식의 학교생활을 경험해본 대학생과 실제로 하이브리드 업무를 경험해본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례 1
연세대학교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최근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이 섞인 ‘블렌딩’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펜데믹 상황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일명 코로나 학번) 최 모(22)씨는 “이동시간이 절약되어서 남는 시간에 과외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추가적인 용돈 벌이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졸업 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 우호적이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기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SNS를 통해 인위적인 만남을 해야 했다”며 초기 네트워크 형성의 어려움도 지적했다. 최씨를 포함해 또 다른 대학생 인터뷰이들은 유연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앞으로 직장 생활의 업무 효율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입을 모았다.
사례 2
하이브리드 업무방식을 채택한 IT기업에 재직 중인 김 모(28)씨는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이 앞으로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재택근무 시에 대외비 자료의 보안성과 업무 보고를 위해 추가적인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진행을 위한 솔루션(그룹웨어, 슬랙 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연구원 송 모(27)씨 또한 김씨가 언급한 문제들에 공감하며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의 대중화를 확신하지 못했다. 다만 “얼마 전에는 일을 열심히 끝내 놓고 3시 반에 직장 동료와 영화를 보고 오기도 했다”며 직장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엔데믹에서 살아남기
대학생들의 기대와 실제 직장인들의 업무 상황 간의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존 업무에의 유연한 적용과 구성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경영자들은 새로운 업무방식이 가져올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기업 상황에 맞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난 2년 간 전세계는 하이브리드 업무를 통해 직원 개인의 만족도 향상, 업무 효율 향상, 공간적 한계를 배제한 인재 채용, 사무실 공간 관련 비용 절약 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조직 내부에서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이미 가지고 있는 직원의 경우,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높아진 생산성 뒤에는 어떤 누군가의 과로와 디지털 피로감 또한 존재할 것이다. 실제로 2021년 2월 전년동월비 MS 팀즈(Teams)에서의 회의시간은 전세계적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에 따라 사회적인 단절이나 피로도, 부담감의 정도는 다를 것이다.
특히 업무가 어색한 사회초년생과 비교적 낮은 위치의 직원들은 큰 압박감과 어려움, 단절을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무에서 유연성과 창의성 증대를 위해 하이브리드 업무방식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직원들이 단절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낀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동등성’을 보장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연성이란 항상 재택근무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사무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유연한 업무가 가능하도록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 또한 필요하다. 동등성은 직원들의 장소나 업무방식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조직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동등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같은 성과를 내도 차등적인 인정을 받는 경우,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혼란이 생기는 경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가이드 라인과 의사소통 기회, 그리고 명확한 보상을 제공하여 동등성을 보장해야 한다. 단절을 느끼는 사람이 없도록 적절한 친목 도모 활동을 기획하는 것 또한 네트워크 형성과 동등성 보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어쨌든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은 MZ세대의 ‘뉴노멀’
탈중앙화, 초연결, 성장 가속 등이 주목받는 트렌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은 뉴노멀로 자리를 곤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펜데믹 상황으로 갑작스레 비대면 업무를 처음 경험한 직장인도 많지만, 그럼에도 비대면 방식이 제공하는 자유와 여유로움에 열광하는 이들도 있어, ‘전면 대면업무’라는 레거시 방식보다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에 대한 선호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이 갖추어야할 ‘유연성’과 ‘동등성’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의 업무 피로도가 오히려 가중되거나 업무의 효율성 저하로 인한 기업 단위의 생산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열풍에 탑승하기 위해 재택근무 병행을 서두르는 것 보다 조직 내에서 비효율이 되는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발견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글: 연세대학교 철학과 최소윤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명수현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21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2년 1학기 동안 팬데믹이 견인한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상과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원본 그대로 약 2주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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