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EV, 신흥 시장 동남아서 강세
배터리 시장서도 韓·中 점유율 쟁탈전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의 고속 성장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세계 각국에 인도된 EV 차량은 총 966만5000대를 기록하면서 전년동기비 36.4% 증가를 기록했다.
30%가 넘는 고성장세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시장 성장률이 61.3%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폭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의 누적 인도량은 전년도 연간 인도량 돌파해 성장세를 이미 확정지었으나 올해는 약 100만대 이상이 4분기에 더해져야 연속성장을 확정지을 수 있다.
EV 시장의 피크아웃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일례로 전기차 분야 대표기업인 테슬라의 주가가 최근 8거래일간 2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시장의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주(미국시간 10일) 테슬라의 주가는 215.45달러로 마감됐는데, 올해 테슬라 주가의 최고점이 300달러 가까이 치솟았었음을 고려하면 거의 약 1/3의 가치가 증발했다.
미국의 완성차 기업인 포드(Ford)도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튀르키예 코치그룹과 함께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하는 등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시장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되고 있는 것이 이 계획을 철회하게 된 배경이다. 포드 외에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도 EV 투자 연기를 발표하는 등 달라진 시장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폭풍 속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배라도 도전을 받게 된다”면서 연준의 공격적 긴축 정책과 고금리 장기화 등 거시경제 요인이 부담 요인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중국 EV, 글로벌 진출 본격화
전기차 시장의 예상 밖 부진 속에서 주목되는 흐름은 중국의 약진이다. 글로벌 EV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주요 원인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둔화가 발생한 까닭으로 중국 외 시장에서의 전기차 성장률은 나쁘지 않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시장에서 3분기까지의 성장률은 전년대비 41.3%다. 3분기까지의 누적 인도량은 406만6000대로, 지난해 연간 인도량인 429만대에 육박한다.
중국과 함께 EV 시장을 이끌었던 유럽지역에서도 EV 보급이 정체되고 있으나 미국,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중국, 유럽의 부진을 메운 것이다.
특히 중국 BYD, 지리 등 EV 기업들이 중국 내수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EV 완성도를 바탕으로 수출을 증가시키면서 성공적 글로벌 진출을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중국 1위 기업인 BYD의 경우, 배터리 기반 SUV 차량인 ‘유안플러스(아토3)’가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서 올해 3분기까지 3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중국 외 지역의 안착을 이뤄냈다고 평가된다.
카날리스는 중국이 EV 강세에 힘입어 올해 전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540만대 이상의 차량은 전세계로 수출하는데, 이 중 40%(약 220만대)를 EV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수요가 늘어난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동남아 국가들에서 EV 판매량은 전년동기비 2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동남아 EV 시장에서는 BYD가 40%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등 중국 EV 브랜드가 동남아 EV 시장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과 중남미 지역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이 전체 EV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중동·아프리카, 중남미 등은 관련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된 상태로 초기 시장을 중국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브랜드인 MG(Morris’ Garage)가 올해 9만3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다.
성능 중심의 유럽 EV 시장 트렌드가 최근 가격 중심의 트렌드로 전환되면서 가성비 측면에서 유리한 중국 EV 선호도가 증가해 유럽 시장에서 중국 EV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앨빈 리우 카널리스 애널리스트는 “EV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진출은 현재 첫 번째 단계를 거의 완성하고 있다”며 “고급 연결 기술과 현지 사용자 선호도의 균형을 맞추고, 현지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면서 브랜드 강점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2단계 여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K-배터리 아성 ‘위협’
중국 EV의 글로벌 확산은 EV용 이차전지(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K-배터리의 위상을 뒤흔드는 위협요소로 평가된다. 중국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배터리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한 중국 브랜드가 유럽, 아시아 시장에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이뤄내면서 EV용 이차전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K-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SNE리서치는 EV용 이차전지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19년 9%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33%까지 높아졌으며, 특히 EV용 이차전지 시장에서 그동안 전세계 1위를 지켜온 LG엔솔은 상반기 28.7%의 점유율을 기록해 27.2%로 점유율을 확대한 중국 CATL에 1.5%p 차이까지 추격을 허용한 것으로 집계했다. EV 수출 증가와 함께 중국이 이차전지 시장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카운터포인트의 경우, EV용 이차전지 시장에서 양국의 위상이 역전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의 상반기 EV 배터리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EV용 이차전지 용량은 전년동기비 54% 증가하면서 300GWh를 넘어선 가운데 CATL, BYD, CALB 등의 중국 브랜드가 시장의 2/3를, LG엔솔, 삼성SDI , SK이노베이션(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시장의 25%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EV용 이차전지 수요는 2030년 4TWh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지만,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만큼 더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약진 외에도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 셀·팩 제조 역량 확대에 나서고, 노스볼트, ACC와 같은 새로운 배터리 기업들이 등장하는 등 성장하는 EV용 이차전지 시장을 겨냥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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