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SSU 리포트] ② STO 생태계 활성화, 글로벌 트렌드 부합한 제도 개선 필요
최근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등을 특징으로 하는 웹3.0 관련의 디지털전환(DT)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의해 토큰증권발행(STO)이 합법화됨에 따라 다양한 업체를 대상으로 혁신의 장이 열렸는데, 특히 부동산과 미술품 등 포함한 다양한 실물자산뿐 아니라 저작권과 특허·지식재산권(IP) 같은 무형자산의 증권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가 기존에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적용을 받던 조각투자 시장이다.
현재 다양한 조각투자 STO 업체들이 점차 사업을 유치하고 확장하고 있으며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 개별 투자가 어려웠던 고가의 실물자산들이 투자시장으로 편입되면서 다양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특히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다룰 수 있어 디지털 생태계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리적·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매우 작은 단위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1년간 금리가 상승하면서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영끌’에 나서는 MZ세대, 자산을 물려받은 ‘큰손’ MZ세대도 조각투자의 잠재적 고객이라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 역시 눈여겨볼 점이다.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의 관계는?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은 뭘까? 우선,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을 구별해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예술품·지적재산권 등 일반투자자 개인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의 자산을 잘게 나눈 후 여러 개인이 모여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조각투자’라고 한다.
반면, 블록체인의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 금융위원회에 따른 ‘토큰증권’의 정의다. 이때,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자산을 실제로 조각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지분으로 나누고 발행하는 권리가 토큰증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토큰증권은 조각투자한 자산의 소유주임을 증명하기 위해 이용되는 방식이다. 토큰증권에서 사용되는 블록체인의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하면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각투자를 한다고 해서 토큰증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소유증명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조각투자 플랫폼이 블록체인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현존하는 조각투자 업체 중 일부가 해당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STO 구조화를 성공시키며 금융위원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이처럼 금융위원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부합해야 토큰증권으로 공식 인정을 받을 수 있다.
◆ STO 시장 성장 전망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2024년 34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3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GDP의 14.5%에 이르는 규모다.
2022년 글로벌 STO 시장 규모는 3천억달러(한화 약 370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씨티은행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글로벌 토큰증권 산업 규모는 4~5조달러(한화 약 5,200~6,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블록체인을 전통 금융시장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탈중앙화 방안이 시도되면서 BTC 선물, 디파이, 장외거래(OTC), 커스터디, 메타버스, 웹3 등 다양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기반 신규 사업이나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와 정책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시장 활성화가 더딘 현실이다.
◆토큰증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STO에 주목하고 이를 제도화하려는 데에는 증권을 토큰화 할 경우 다양한 특장점이 있다.
우선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자산·권리의 증권화를 통해 다변화된 투자 지형을 만들 수 있다. 토큰증권을 통해 부동산·미술품과 같은 비유동자산에 대한 조각투자와 같이 기존에는 증권으로 발행되기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유동성이 커지는 점도 장점이다. 토큰증권은 전통 자산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물경제와의 연계성과 확장성이 크다. 이때 신속하게 현금화하기 어려웠던 미술 작품과 같은 실물자산의 소유권이 토큰화되며 유동적인 거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거래와 관련해 효율성과 투명성도 제고된다. 블록체인 알고리즘이 기존의 복잡한 데이터 처리를 대체하고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저장됨에 따라 거래 속도는 빨라지고 정확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소유자의 권리와 법적 책임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면서 거래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거래의 투명성도 향상된다.
◆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STO 시장에 진입
STO는 금융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증권사의 경우 국내 다수의 증권사는 이미 STO 업무 전담조직을 구축한 상태며 조각투자업체 및 블록체인 기술사와 협약을 체결, 협력체계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협의체 ‘한국투자 ST프렌즈’를 구축했다. 이는 금융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토큰증권 연합의 첫 사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 토큰증권 발행·유통, 법률자문과 같은 실무를 위한 협의체인 폴리곤랩스와 토큰증권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STO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9월 KB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은 ‘STO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증권도 지난 11월 아이티센과 INF컨설팅을 STO 플랫폼 구축의 주사업자로 선정하며 STO 사업에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은행권도 STO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은행권 STO 컨소시엄은 지난 4월 NH농협은행이 주도해 수협은행·전북은행이 잇달아 참여했고, 6월에는 신한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까지 참여를 결정했다. 9월에는 KB국민은행도 가세했다.
은행권 STO 컨소시엄은 토큰증권 법제화에 따른 은행권 STO 시장 참여 방안을 협의하고, 조각투자사업자 토큰증권 발행에 필요한 플랫폼 구축안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STO 컨소시엄에 합류하지 않고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증권과 ST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거래소가 지난 11월 말 비금전 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을 상장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다. 이는 신종증권을 상장·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장내 시범거래소를 개설하기 위해서다.
현재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주로 발행되는 STO는 장내 시장 유통이 법적으로 불가능한데, 금융위원회의 최종 지정 승인이 결정될 경우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입법화 되기 전에도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 신탁수익증권)의 상장 시장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안건은 이미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해 사실상 승인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거래소는 내년 상반기 장내 시장 개설을 목표로 각종 제반 사항 준비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각투자 업체들 역시 금융감독원에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연내 증권 발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금감원의 심사를 통과한다면 비정형 증권의 상장이 연내 최초로 이뤄질 전망이다.
◆ 규제 현황과 STO 산업에서의 해결 과제는?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규제 혁신 안건으로 심의했고 2월 국내 STO 제도권 편입을 위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7월13일 열린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입법 공청회’에서 토큰증권의 발행·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공개됐고 이 개정안은 7월28일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상태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STO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나 은행권들도 관련 법안이 제대로 제정돼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규제의 부재로 인해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STO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STO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 업계에서 이슈가 되는 부분 중 하나는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의 겸업 금지 이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 예탁원이 2월 내놓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은 장외거래중개업 요건안에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의 매매중개 금지’를 포함하고 있다.
발행과 유통을 한 주체가 하도록 하면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고, 자기발행 증권만을 주로 유통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율이지만 편의성·경제성을 따져볼 때 이를 부분적으로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현중 두나무 사업협력실장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STO 제도는 아직 기존 자본시장법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직 충분하게 새로운 기술 체계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기존 증권과 토큰증권이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제도로 이를 규율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블록체인은 예탁·체결·정산의 분리 없이 한 플랫폼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발행과 유통 겸업을 금지함으로써 초래되는 여러 회사 간의 업무 분담은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기존 규제보다는 형태에 맞는 새로운 규제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토큰증권 형태로 나와 있는 자산들의 투자가치가 기존 자산 대비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엄격한 제도 하에서 투자가치가 낮은 자산의 토큰증권화가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STO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규제안은 토큰증권을 기존 증권과 같은 자본시장법의 규율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도다. 이러한 시도는 비용효율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적인 가치와 잠재력을 기존 규제 틀에 맞추려 하면 해당 기술의 특장점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현재 STO가 암호화폐와 같은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사실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거래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예상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된 증권의 투자가치가 기존 증권 대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제도가 엄격하게 토큰증권을 규율하고 있고 투자가치가 낮은 자산의 토큰증권화가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 STO 비즈니스가 성장세를 이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관련 제도가 법제화되고 투자가치가 큰 자산의 토큰증권화가 이뤄질 때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예슬 / 연세대학교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심예진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3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3년 2학기 동안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2주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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