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SSU 리포트] ③ 플랫폼 노동자 등 생태계 참여자와 동반성장 고민할 때

공유경제 숙박 플랫폼을 대표하는 에어비앤비 [사진=로이터]
공유경제 숙박 플랫폼을 대표하는 에어비앤비 [사진=로이터]

카카오바이크, 일레클, 에어비앤비, 당근마켓…이들의 공통점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경제 모델을 일컬어 ‘공유경제’라고 부른다. ‘상업경제’가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공유경제’는 자신과 타인이 이득을 보기 위해 취하는 자발적 행위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공유경제가 등장하고 주목을 받은 배경에는 잉여생산물을 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에 있다. 우버가 주차장에 세워두는 시간이 대부분인 자동차를 택시처럼 사용하거나, 에어비앤비가 빈 방을 빌려줘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공유경제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확립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IT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급성장한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잉여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법과 제도의 허점을 노려 플랫폼 노동자를 저비용으로 착취하는 현상이 공유경제 모델에 만연하기 시작했고 이는 하나의 거대한 쟁점으로 대두됐다.

“새로운 서비스는 좋은 급료와 노동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호주 노동당에서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제시한 6개 조건 중 하나다. 공유경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 공동의 이익 증가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공유경제 모델은 수익성에 눈이 먼 나머지 측면을 경시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비즈니스 모델로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가 수용가능한 이익을 챙겨가는 윈윈(Win-Win)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왜곡된 공유경제 모델이 성행하게 된 배경을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일레클 전기자전거 [사진=쏘카]
일레클 전기자전거 [사진=쏘카]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산업, 모빌리티
모빌리티는 공유경제 모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 산업이다. 다양한 산업군이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유독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공유경제 모델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모빌리티가 공유경제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자 제품이기 때문이다.

모빌리티는 개인이 구매하기에 매우 고가에 속한다. 자가용을 구매해도 출근이나 퇴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주차장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는 차량을 소유하고 유지하는데 굉장히 많은 비용을 투입할 필요 없이, 필요한 상황에만 시간당 비용을 지불해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자가용을 소유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비효율적인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로 사랑받고 있다. 더불어, 대중교통에 비해 시간도 단축됨과 동시에 편안한 선택지로 자리매김하면서 공유 모빌리티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화려하게 등장한 우버, 그리고 불안한 행적
끝없이 성장하는 공유 모빌리티의 대표적인 사례는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 플랫폼 ‘우버(Uber)’다. 라이드 헤일링은 차량 공유의 한 종류로 이동을 희망하는 고객과 차량은 보유한 사업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우버는 2019년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하며 공유경제, 그 중 모빌리티 산업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우버와 그랩 등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의 외연 확장도 빠른 속도로 발생했고, 점차 사람들은 공유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버를 필두로 공유 모빌리티의 수익성에 대한 문제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장 당시 820억달러, 한화로 약 95조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했으나 점차 만성적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정부 규제, 팬데믹, 경쟁사들의 등장으로 인해 적자의 폭이 커지자 우버가 비즈니스 모델의 검증에 실패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커져갔다.

그러나 우버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 2분기에 사상 최초로 매출 90억달러를 기록함과 동시에 영업익이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공유 모빌리티의 경쟁 강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팬데믹이 끝나면서 라이드 헤일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우버는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맘껏 누릴 수 있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량에 붙어있는 우버 로고 [사진=UPI]
뉴욕 라과디아 공항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량에 붙어있는 우버 로고 [사진=UPI]

다만,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우버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본질이 모든 참여자에게 이득을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버의 이익은 기업에게만 돌아갈 뿐 다른 참여자들의 이익은 경시되고 있다.

우버 실적 개선의 뒷배경에는 인플레이션율보다 훨씬 빠르게 요금을 인상하고, 기사들을 저임금으로 쥐어짜낸 것이 있다. 고객이 지불할 부담은 늘어나고, 전세계 곳곳에서 우버 기사들이 시위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수익성을 취하고 도덕성을 저버린 우버의 전략은 호실적을 가져왔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이 우버의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 모빌리티는 지속가능한 모델일까?
우버만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혹은 수익성과 도덕성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공유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모빌리티의 공유경제 모델이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계속해서 붙는 현 상황은, 플랫폼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때임을 시사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수많은 플랫폼이 배달·운송 등의 분야로 이미 확장을 했음에도 모빌리티의 확장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검은색 택시 앞에서 우버 앱을 켠 사용자 [사진=로이터]
검은색 택시 앞에서 우버 앱을 켠 사용자 [사진=로이터]

이미 다수의 기업과 투자업계는 모빌리티와 쇼핑·금융·콘텐츠 산업과의 연계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례로 쏘카는 이동과 숙박을 연계한 ‘쏘카스테이’를 출시하며 새로운 수익 흐름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과 동시에 이해관계자 간 신뢰 회복도 함께 달성돼야 한다. 그간 플랫폼은 기사에 대한 수수료 인상을 최소화하며 수익성을 개선해 왔지만, 이것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이익의 측면에서 모든 참여자들 간 윈 관계를 형성해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MaaS(Mobility as a Service)는 이동의 편의성과 효율성 제공을 위해, 해당 지역의 모든 이동수단을 하나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MaaS 산업이 2017년 29조원 규모에서 2025년 219조원 규모로 연평균 36.2%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정부는 모든 모빌리티를 연계한 전국 단위 MaaS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성을 위하여 민간 주도의 MaaS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영국 스타트업 ‘모빌리오(Mobilleo)’는 MaaS 플랫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여행자가 예산과 목적지를 입력하면 적합한 이동 경로와 이동 수단, 숙박시설을 정리해 제시한다.

여행자는 이 앱에서 여행 중 이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다. B2B 측면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경비 처리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비즈니스 또한 MaaS로의 확장을 보여준다. 모빌리오와 유사하지만 국내 출장 수요에 맞추어 가장 빠른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통근 셔틀 설계, 안전한 서류 전달을 위한 퀵 서비스까지 국내 기업에 최적화된 B2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빌리오와 카카오T 비즈니스의 사례는 공유 모빌리티가 플랫폼 노동자와 개인 소비자를 단순히 중개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이동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 기업으로 고객층을 확장함으로써 수익원을 다각화해 수익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물론, 기업이 수익성을 낮추면서까지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지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장에 이목이 집중됨과 더불어, 이들은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의 경쟁력을 위한 중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왼쪽부터) 김상엽·조한얼 연세대 ISSU 학회원
(왼쪽부터) 김상엽·조한얼 연세대 ISSU 학회원

다른 방식으로 공유 모빌리티 기업들은 기존 소비자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멤버십 등 다양한 결제 모델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쏘카 클럽 멤버십’이 대표적인데, 쏘카는 고객을 누적 주행 거리에 따라 8단계로 세분화하고 높은 단계에는 확실한 혜택을 부여한다. 

이는 고객들이 높은 단계의 혜택을 위해 쏘카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멤버십 제도를 통해서 공유 모빌리티 기업은 서비스 이용자를 자사 플랫폼으로 품으며(lock-in)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는 무궁무진한 확장가능성을 품고 있으나 현재의 중개 플랫폼 모델은 수익성을 위해 소비자·노동자 등 참여자를 착취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사회 공동의 이익 증가’라는 공유경제의 궁극적 목적에 어긋난다. 

공유 모빌리티 기업은 중개 플랫폼의 구조 자체에 대한 고민을 전개해야 한다. 기업의 시각에서 나아가 모빌리티 생태계의 관점에서, 플랫폼 노동자와의 갈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참여자와의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상엽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조한얼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3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3년 2학기 동안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2주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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