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출하량 사상 첫 1위 기록
인도 스마트폰 시장서 매출 기준 1위 차지
ASP 상승세 지속…중국 리스크 부각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상징하는 애플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상황이지만, 미국 외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일어난 ‘애국소비’로 아이폰 판매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온 애플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을 장악했으나 최근 애플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제품인 ‘아이폰’이 올해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한풀 꺾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유럽연합(EU)의 강력한 빅테크 규제에 따라 유럽에서 앱스토어를 개방하고, 의료기술기업 마시모와의 특허 분쟁에서도 패배하는 등의 소식도 악재로 다가온다.
한풀 낮아진 성장 기대감을 보여주는 지점은 주식시장이다. 1월 말 기준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 이상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달 들어서는 다소의 회복세도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지난해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횡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출하량에서 삼성 ‘추월’
아이폰 부진 전망이 힘을 받고 있지만, 최근 아이폰이 기록한 성적표는 부진 전망을 무색하게 하는 견고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카날리스 등 시장조사기관들의 자료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은 지난해 연간 기준 스마트폰 출하량 부분에서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연간 출하량에서 애플이 삼성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아다.
애플은 아이폰이란 단일 브랜드로, 프리미엄폰 시장에 집중했기에 매출 기준으로는 부동의 1위를 기록하면서도 출하량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프리미엄폰 시장의 확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마침내 글로벌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세부 지표에서도 애플 아이폰은 견실한 지표를 나타냈다. 본고장인 미국에서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절대강자의 면모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처음으로 연간 출하량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카날리스는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년비 6% 증가한 2억2900만대를 출하하면서 시장점유율을 19%로 높인 것으로 집계했다.
인도에서도 애플은 매출 기준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는 인도는 수년 전 중국과 마찬가지로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높아 애플의 점유율이 높지 않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시장에서 출하량 1천만대를 돌파했으며, 매출 기준으로는 시장 1위를 차지했다.
14억명의 인구로 중국을 제치고 지구촌 최다 인구 보유국이 된 인도는 최근의 경제 급성장과 더불어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격전지로 부각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25%에 달하며, 이 중 프리미엄폰 시장은 전년대비 60% 이상 성장하면서 급성장했다.
아이폰 평균판매가(ASP)도 증가했다. 아이폰의 ASP는 지난해 전년비 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으로 2,030억달러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연간 아이폰 매출의 연간 2천억달러 돌파는 지난해가 역시 사상 처음이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와 관련 제프 필드핵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디렉터는 “인도, 라틴아메리카,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의 두 자릿수 성장을 통해 애플은 처음으로 삼성을 제치고 최대 규모의 시장 플레이어가 됐다”며 “특히 2%의 ASP 성장과 스마트폰 시장의 프리미엄 추세에 힘입어 애플은 연 매출 2천억달러 이상의 매출 슈퍼사이클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웨이 복귀, 중국발 리스크 ‘우려’
사상최고 기록을 쓰고 있는 아이폰의 걸림돌은 중국발 리스크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복귀와 함께 중국의 소위 ‘애국소비’ 열풍으로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현재 아이폰의 약 20% 가량이 중국에서 판매되며, 미국에 이은 제2의 아이폰 수요국은 중국이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됐던 화웨이는 자체개발 OS와 6나노(nm)칩을 통해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화웨이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는 전년동기비 80% 가까이 증가하면서 애국소비에 불을 붙였으며, 연간 시장 점유율도 전년비 48% 증가하는 괄목할 성과를 이뤄냈다.
화웨이의 성과는 애플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다. 화웨이의 퇴출 기간 동안 중국시장에서 급성장한 브랜드가 바로 애플 아이폰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소비가 불붙을수록 화웨이와 애플의 성적표가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전문 분석가로 알려진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4년 주요 글로벌 휴대전화 브랜드 중 가장 큰 폭의 판매량 하락세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러한 불안 요소에 대한 반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으로 중국의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10%의 감소를 기록했지만,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내는 성과에 힘입어 사상최대의 판매량과 매출 달성에 성공한 바 있다.
스마트폰 시장 상황은 고무적이다. 지정학적 위기와 전세계 각국의 고금리 긴축정책으로 인해 깊은 침체에 빠져들었던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시킨 온디바이스AI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시장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매출과 출하량 모두에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의 위상을 차지한 애플이 우려를 뚫고 올해에도 성장세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출하량 부문에서 오랫동안 시장 선두를 수성했던 삼성은 샤오미, 비보 등 중국 브랜드와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하고 프리미엄 부문에서 애플에 점유율을 내주면서 출하량 1위의 자리를 내줬다.
삼성은 온디바이스AI를 통해 시장 반등을 이뤄낼 전략으로 ‘갤럭시S24’ 시리즈에 AI 기능을 탑재하며 AI 혁신 가속화에 나섰다. 삼성을 필두로 올해 스마트폰의 AI 탑재가 가속화될 전망으로 관련 시장에서 AI를 통한 파괴적혁신 결과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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