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Y24Q4 매출 265%·영업익 983% 급증 
높아진 눈높이에도 기대이상 성과 달성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사진=AFP통신]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사진=AFP통신]

엔비디아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AI 확산에 힙입어 높은 성장을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를 실적으로 증명하면서 AI 훈풍의 수혜를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주 진행된 2024 회계연도 4분기(2023년 11월~2024년 1월) 실적발표에서 전년대비 265%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성장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실제 기업 실적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엔비디아 시총, 구글·아마존 ‘추월’ 
AI 확산에 따른 엔비디아의 성장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지난주 엔비디아의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진정한 어닝서프라이즈를 과시했다. 

사실 4분기 실적발표 이전에는 우려의 시각도 많았다. 성장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200% 이상 급등했을 정도로 높은 기대를 받았는데, 4분기 실적이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발표 직전 4일 연속하락을 기록한 것은 높아진 기대치 충족에 대한 의혹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실제 발표는 높아진 시장 기대치 이상을 실현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비 265% 증가한 221억달러를 달성해 시장예상치 206억2000만달러를 상회했으며, 영업익은 무려 983% 증가한 136억1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당기순익은 122억8500만달러, 주당순익은 4.93달러로 각각 769%, 765% 증가를 기록했다. 이 또한 시장예상치(주당순이익 4.64달러)를 뛰어넘는 호실적이다.

이러한 강력한 성과에 엔비디아 젠슨황 CEO는 “가속컴퓨팅, 생성AI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면서 AI에 힘입은 지속적 성장에 자신감을 보였다. AI에 대한 수요가 국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소재 엔비디아 본사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소재 엔비디아 본사 [사진=로이터]

엔비디아는 폭풍 질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다음분기(FY25Q1) 매출 가이던스로 240억달러를 제시했다. 전년동기 매출(71억9000만달러)과 비교해 3배 이상의 성장을 제시한 것이자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인 221억7000만달러보다 약 8% 높은 수치다.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거둔 어닝서프라이즈로, 오버슈팅 이슈를 해소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했다. 실적발표 다음날(미국시간 22일) 열린 주식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무려 16% 증가하는 호조를 나타냈다. 

이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하루 동안 2,770억달러가 증가했는데, 이는 기존 1일 기준 시총 증가액 기록이었던 메타의 시총 증가액 2천억달러를 뛰어넘은 증시 신기록이다.

22일 하루 동안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넷플릭스, 어도비 등의 시총을 뛰어넘는 증가가 발생한 것이다. 

23일(미국시간)에는 한때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장 마감 시점에서 주가가 소폭 하락하면서 1조9700억달러 수준으로 되돌아왔지만, 장중 2조달러를 돌파하면서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총 2조달러를 기록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시총 순위에서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에 이은 3위까지 치솟았다.

지난 1년간 엔비디아와 구글(알파벳), 아마존, 애플, MS 주가 상승률 비교 [source=google.com/finance]
지난 1년간 엔비디아와 구글(알파벳), 아마존, 애플, MS 주가 상승률 비교 [source=google.com/finance]

◆AI 훈풍, 반도체 산업 기대감 상승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관련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이 AI 반도체 수혜주로 꼽히는 AMD의 주가도 22일(미국시간) 10%의 급등을 나타낸 것을 비롯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브로드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발 훈풍에 힘입어 급등했다. 차세대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에서의 강세가 SK하이닉스를 주목하게 하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3E [사진=SK하이닉스]

HBM은 메모리를 쌓아올리고, GPU 코어에 가깝게 배치함으로써 성능 개선을 꾀한 차세대메모리다. 특히 고성능 연산을 요구하는 AI에 최적의 메모리반도체로 꼽힌다. 일례로 엔비디아 H100의 경우, H100 GPU 코어 주변부에 6개의 HBM을 배치해 AI의 성능요구를 수용한다. 

HBM도 AI 확산으로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트렌스포스는 올해 전세계 HBM 시장이 비트 기준 100% 이상 성장하면서 총 매출 규모가 90억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HBM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SK하이닉스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HBM 협력사로 AI 관련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알려진 후 SK하이닉스의 주가도 22일과 23일 8% 이상 상승하면서 AI 수혜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HBM과 관련해서 삼성전자도 주목된다. HBM 부분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도 40%의 적지 않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전체 메모리 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 메모리반도체 양사가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올초 HBM에 대해 2배 이상의 투자 증가를 단행해 HBM 시장 주도권을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HBM은 부가가치 효과도 크다. 기존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AI서버에 탑재되는 HBM3 가격은 6~7배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어 매출에 비해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HBM의 비중은 1% 미만이지만 매출은 10%에 달한다고 집계된다. 

한편, 엔비디아가 장중 한때 시총 2조달러 클럽에 진입하기도 하면서 글로벌 1위 등극에 대한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2조달러 내외의 엔비디아 시총은 시장 1·2위인 MS·애플과의 격차는 적지 않다. MS와 애플은 모두 지난해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하는 등 엔비디아와의 시총과의 1조달러 수준의 차이가 존재한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하지만, 엔비디아의 상승세가 유례없이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추월에 대한 예측까지 도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로, 단 8개월만에 시총을 2배 성장시켰다. 애플과 MS도 이뤄내지 못한 성장으로, 애플·MS 모두 시총 1조원이 증가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4년 전 시총 순위에서 상위 20위에도 들지 못했던 엔비디아는 가파른 순위 상승을 기록하면서 전세계 시총 순위 3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시총 1위도 불가능은 아니다. 

특히 AI의 광범위한 확산에 따른 수요, AI 반도체에 대한 엔비디아의 독점적 상황을 고려하면 성장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자본 시장에서 매우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엔비디아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AI 규제 논의도…과도한 기대감은 경계해야
물론, 과도한 기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우선 지적되는 요인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 여타 기초산업과 달리 반도체 산업은 호황 사이클이 뚜렷한 특징이 있다. 전방산업의 전망에 따른 투자 조정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성장을 좌우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경제불확실성이 AI 성장 기대감을 낮추고, 전방 산업의 투자 축소가 높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 특수의 지속성에 대한 한계도 지목된다. AI 이용은 지속되지만, 이를 위한 투자는 초기 투자 급등기를 지나면 정체기에 접어들게 될 것이며, 이때 지금까지와 같은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빅테크 기업들의 견제도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엔비디아가 AI반도체 부문에서 독점적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구글, 아마존, MS 등이 독자적인 AI칩 개발에 나서면서 과도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빅테크의 자체 AI반도체 계획이 성과를 거두게 되면, 엔비디아의 실질적 독점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독이 될 수 있다.

AI 규제도 고려요소다. 전세계적으로 AI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는 AI 성장 페달을 늦출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악시오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각 주 의회에 제출된 AI 관련 법안은 200여개로 전년대비 4배 이상 증가했는데 현재 400여개로 급증했다. 미국 연방정부와 미 상·하원의 움직임과 별도로 AI와 관련된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주 정부와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AI의 급속한 확산만큼 AI 규제 논의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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