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끔찍한 범죄, 사소한 위험 아니다”
법정 최고형 110년·검찰 구형한 40년 보다도 낮아
CNN “비폭력 범죄자 지원 첫걸음법 적용 시 형기 절반 감형도”

2023년 3월30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미국 연방법원에 도착한 모습. 1년 뒤인 28일 미 연방법원은 그에게 징역 28년형을 선고했다. [사진=AFP통신]
2023년 3월30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미국 연방법원에 도착한 모습. 1년 뒤인 28일 미 연방법원은 그에게 징역 28년형을 선고했다. [사진=AFP통신]

수십억달러 규모의 고객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에 미국 연방법원이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그가 선임한 변호사는 즉각 항소할 것을 밝혔다.

법정 최고형과 검찰이 구형한 징역보다 훨씬 낮은 형량이 선고된 것인데, 비폭력 소수 범죄자 지원을 위해 발의된 법안을 통해서 형량이 최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N,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A.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이같이 선고하며 110억2000만달러(약 14조8770억원)의 재산 몰수를 명령했다.

카플란 판사는 이날 양형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며 FTX의 사기로 인해 “손실이 없었다”는 뱅크먼프리드 측 변호사의 주장을 “거부한다”고 밝히며 심리를 시작했다.

카플란 판사는 돈을 잃은 노부부 등 FTX에 자산을 맡겨 피해가 발생한 피해자들의 사례를 열거하며 “이 사람이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을 할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그것은 결코 사소한 위험이 아니”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카플란 판사는 FTX 고객들이 약 80억달러(약 10조7960억원), FTX의 투자자들이 17억달러(약 2조2942억원),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알라메다리서치 헤지펀드 대출기관들이 13억달러(약 1조7544억원)를 각각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뱅크먼프라이드)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단 한마디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뱅크먼프리드에게 내려진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40년∼50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앞서 검찰은 이달 15일(현지시간)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최근 몇 년간 그의 삶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탐욕과 자만심, 야망과 합리화, 타인의 돈으로 도박을 반복한 삶이었다”며 이처럼 구형했다.

뱅크먼프리드에 선고될 수 있는 법정 최고 형량은 징역 110년형이다. 연방 보호관찰관은 징역 100년형을 권고한 바 있다. 반면 뱅크먼프리드 측 변호사가 제안한 형량은 징역 5년~6년 반 정도였다.

최대 50년형을 주장한 니콜라스 루스 연방검사는 “FTX의 붕괴는 유동성 위기나 잘못된 관리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며 “(그들은) 전세계 수십억달러의 고객 돈을 도둑질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 뱅크먼프리드는 최후 진술을 통해 FTX 고객들과 투자자,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실망감을 느꼈고, 그들은 매우 실망했다”며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의 변호를 맡은 마크 무카시 변호사는 “뱅크먼프리드는 매일 아침 사람들을 해치려고 나서는 무자비한 금융 연쇄살인범이 아니”라며 “(그는) 악의를 품고 결정을 내리지 않고, 머릿속에서 수학적 계산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유죄 판결에 대해 항소할 뜻도 밝혔다.

앞서 뉴욕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뱅크먼프리드에 제기된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부터 FTX가 무너진 2022년 11월까지 고객 자금 수십억달러를 빼돌려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 등으로 2022년 12월 기소됐다. 정치인들에게 최소 1억달러의 돈을 뿌리는 등 정치 후원금을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2022년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지난해 8월 보석이 취소되면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미 언론은 뱅크먼프리드가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으나 순식간에 몰락해 결국 징역형을 맞게 됐다고 전했다. 

전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기업가치는 한때 320억달러에 달했다. 허나 2022년 11월 불과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 대규모 예치금 인출이 일어나면서 FTX의 계좌에 80억달러의 구멍이 발생했고 FTX는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받은 형량은 미국에서 근래 화이트칼라 범죄자에게 부과된 형량 중 가장 긴 사례 중 하나”라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악명 높은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를 주도한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2022년 사기와 공모 등 4건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연방 사건의 경우 가석방은 없으나 ‘첫걸음법(First Step Act)’으로 알려진 교도소 개혁법안을 통해 뱅크먼프리드의 형기가 징역 25년에서 12년 6개월로 단축될 수도 있다고 CNN은 짚었다. 

미셀 엡너 전 연방검사는 CNN과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으로 모범수감자는 1년에 최대 54일의 크레딧을 받을 수 있어 약 15% 형기를 감형받을 수 있다”며 “비폭력 사건으로 수감된 수감자는 2018년 시행된 개혁법에 따라 최대 50%까지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첫걸음법은 비폭력 마약 밀매 범죄를 저지를 소수 범죄자를 돕기 위한 민권 조치로 발의됐다. 앱너 전 검사는 “이는 마약 밀매자들보다 더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에게 엄청난 혜택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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