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시총 추월 허용, AI 차별화 전략 발표하나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순위에서 애플을 추월했다. 5%의 주가상승이 이뤄졌던 5일(미국시간)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하면서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은 전세계 시총 순위 2위로 올라선 것이다.
6일과 7일 연속 2일의 주가 하락으로 2조원대로 시총이 내려앉으면서 다시 애플에게 2위 자리를 내줬지만, 3조달러의 시총 돌파와 전세계 시총 순위 2위는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주인 엔비디아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알린 일대 사건이다.
지난해 6월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이후 8개월만인 2월 2조달러 돌파에 성공한 엔비디아의 시총은 3조달러 돌파는 4개월만을 소요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입증했다.
애플이 입장에서 보면, 시총순위에서 3위까지 밀리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기업이었던 애플은 올해 초 MS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엔비디아에게 추월을 허용하는 충격적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애플의 평가 하락에는 주력 상품인 아이폰의 부진이 결정적 원인이지만, 이와 함께 AI 이슈에 대한 미진한 대응도 한 몫을 담당했다고 평가된다.
AI에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MS가 시총 1위로 올라서고, AI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애플과 대등한 시총 확보에 성공한 것은 AI 이슈가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전세계가 AI에 환호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AI 이슈에서 소외되고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이 하락한 것이다.
◆AI아이폰 기대
10일(미국시간) 열리는 애플의 연례컨퍼런스인 전세계개발자회의(WWDC)는 AI에 대한 애플의 대응으로 주목된다. AI 이슈에서 소외됐던 애플이 이번 WWDC를 기점으로 본격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애플이 AI 대응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소문은 무성했다. MS와 강력하게 협력하고 있는 오픈AI와 협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물론 구글의 생성AI ‘제미나이’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는 등 AI에 대한 대응 움직임이 주요 외신을 통해 관측됐다. 또 그 결과물이 이번 WWDC에서 발표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최근의 정황도 애플의 대응을 강제한다.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엔드포인트 기기단에서 AI가 구동되는 온디바이스AI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은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에서 AI에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보탠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자인 삼성과 구글은 AI 기능을 탑재한 AI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으며, PC 시장에서도 다수의 AI PC가 출시되면서 온디바이스AI를 부각시키고 있다.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들은 AI스마트폰 보급이 기존 스마트폰을 웃도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세부 스펙과 사양 정의가 아직 모호하지만, AI가 정체됐던 스마트폰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성장 둔화세를 반등시킨다는 것이 시장조사기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온디바이스AI에 쏠리는 기대는 애플도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높인다. 만약 애플이 온디바이스AI에 대한 대응에도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AI를 통한 성장 기회를 잃어버림은 물론 기술 선도기업으로서의 위상에도 치명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번 WWDC에서 AI 기능을 탑재한 iOS를 발표해 올 가을 새롭게 발표할 ‘아이폰16’이 AI스마트폰으로 위치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고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AI를 배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발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애플도 AI를 꾸준히 발전시켜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비서 ‘시리’가 대표적이다. 시리는 사용자 맞춤형으로 뉴스와 날씨정보, 일정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편의성을 제공했는데, 이를 발전시켜 메일을 작성하고, 문서를 요약하는 등의 기능으로 더욱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차별화가 관건
이번 WWDC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애플이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AI를 구현하는가의 여부다. WWDC가 AI를 중심으로 채워진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간주되는데, 단순한 AI 기능 접목을 넘어 경쟁사와의 차별화까지 꾀할 수 있는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사실 전통적으로 애플은 그동안 프리미엄 기능을 서둘러 도입하지 않았다. AI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까닭도 이러한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된다. 하지만 애플은 프리미엄 기능을 다소 늦게 도입하는 더 높은 완성도로 제공함으로써 선도기업의 위치를 지켜왔다.
AI 부분에서도 기능의 완성도와 차별화된 혁신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예상되는 이메일, 문서에 대한 요약, 초약 생성 등은 MS, 구글 등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이를 넘어서는 AI 기능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지가 WWDC에 쏠린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하면 다르다”를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 AI 이슈 대응 과정에서 손상된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애플의 향후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키다. 미국에서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중국에서 화웨이를 필두로 한 애국소비는 애플을 힘들게 하는 난맥이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AI 혁신을 통해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WWDC에서 발표할 애플 AI의 기존 기기 적용도 관심이 몰리는 부분이다. 새로운 AI 기능을 구형 아이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아이폰16에서만 구동되는지의 여부도 관심거리로 제기된다.
관련기사
- “AI기술 결합 본격화”…SAP, 신규 비즈니스 AI 기능 대거 공개
- 엔비디아, “라마3 NIM으로 디지털의료 혁신 지원”
-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라”…UA링크·원API 등 개방형 표준 추진
-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인공지능(AI) 붐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
- 4,197억 달러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시장…완성차OEM 대응 전략은?
- 엔비디아, MS와 개발자용 AI 앱 구축·배포 지원 확대
- 애플 MR헤드셋 ‘비전 프로’, 내달 미국 외 시장서 출시
-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6% 증가…인기 모델은 애플·삼성 ‘양분’
- “M4로 단말 최적화, 추론용 AI칩으로 빅테크 경쟁 합류”
- 인공지능(AI)의 힘…애플·아마존 주가 반등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