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메타도 DMA 위반 지목
빅테크 ‘울타리정원’은 해악 vs 소비자 불편 강제·권익 저하

EU집행위원회가 애플에 이어 메타에 디지털시장접(DMA) 위반을 통보했다. [사진=로이터]
EU집행위원회가 애플에 이어 메타에 디지털시장접(DMA) 위반을 통보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적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DMA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정경쟁을 저해할 경우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의 과징금(반복 위반 시 최대 20%)을 부과하는 강력한 규제법으로, 3월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최근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SNS) 기업 메타에 DMA 위반을 통보했다. 지난달 애플의 DMA 위반 지목에 이어 메타에게도 시장지배력 남용을 경고한 것이다. 

메타는 광고 지원 구독 옵션이 DMA 위반 혐의를 받았다.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광고 없는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면서 비구독자의 경우에는 개인화된 광고를 위한 데이터 처리에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EU집행위는 이를 ‘결제 또는 동의’ 모델로 규정하고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해석했다.  EU집행위는 “결제 또는 광고라는 이분법적 선택은 사용자에게 개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동의를 강요한다”고 지목했다. 

DMA 위반을 지목한 이번 잠정 조사가 최종 조사까지 유지될 경우, 메타는 130억달러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EU집행위가 ‘구독 또는 광고’로 규정한 광고 없는 구독 모델은 EU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메타가 지난해 도입한 것이다.

메타는 아일랜드에서 EU의 개인정보보호법인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 위반으로 약 4억달러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해당 판결 이후 월 8유로(웹에서는 월 6유로)에 제공되는 광고 없는 구독 모델을 유럽 지역에서 선보인 바 있다.

메타는 광고 없는 구독 모델을 당시 유럽사법재판소로부터 지적받은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지 않는 대체 버전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DMA 위반 지목은 이를 유료 구독 유인으로 해석하는 규제기관의 시선을 보여준다. 

광고 없는 구목 모델이 이용자의 ‘자유롭게 동의할 권리’ 행사를 보장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EU집행위의 주장이다. EU집행위는 개인 데이터를 덜 사용하면서 동등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을 메타에 요구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에픽게임즈 앱 마켓 허용, 애플 유화 제스처
지난달 첫 번째로 DMA 위반을 지목받은 애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플 역시 DMA 위반을 피하기 위해 아이폰에서 애플 앱스토어 외에 제3자 앱 마켓플레이스 설치 허용, 유럽 앱스토어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 등의 조치를 내놨으나, DMA 위반을 지목받았다. 

지난달 EU집행위는 애플의 조치가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제3자 앱 마켓 허용에서는 애플이 앱 마켓 자격 요건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사실상 타사 앱 마켓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대체 결제 허용의 경우에는 다양한 제약이 존재하는 내부 규정으로 제3자 결제를 무력화한다는 점을 EU집행위는 DMA 위반으로 지목했다.

일례로 대체 결제 이용 시 애플이 개발사들에게 권고하는 링크 방식에서는 가격 정보를 앱 이용자에게 애 내에서 가시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의 앱 마켓을 승인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 앱스토어 독점 문제를 제기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앱스토어 독점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마찰을 빚어 왔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최근 애플이 유럽에서 에픽게임즈의 앱 마켓을 유럽 지역에서 승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DMA 준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반 애플 진영의 상징적 기업인 에픽게임즈의 앱 마켓을 허용함으로써 DMA 준수 의사를 강조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전시회 현장에 걸린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전시회 현장에 걸린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빅테크 울타리정원 해체
애플, 메타에 대한 DMA 위반 지적은 빅테크 규제에 대한 EU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가져가는 월드가든(울타리정원)을 만들었다고 비판받는 빅테크의 견고한 장벽을 허물기 위한 시도가 DMA 본격 적용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EU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에 대해서도 DMA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규제 강화에 대한 반격도 시도되고 있다. 반격의 화두 역시 규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보호다. 

애플이 최근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규제 문제로 유럽지역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는 DMA를 앞세운 EU의 강력한 규제에 대한 불만 표시이며, 유럽지역 애플 소비자를 자극하는 여론전으로 풀이된다. 과도한 규제가 소비자의 편익을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EU DMA를 비롯한 빅테크 규제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플랫폼을 통한 시장지배를 간과하면 경쟁 저하로 큰 해악이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에 근거를 두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 불편을 강제하고 권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는 않다.

실제로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무료, 저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플랫폼을 통한 이익으로 이를 보충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빅테크 규제를 강화할수록 소비자 이익을 앞세운 반론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빅테크 규제'라는 명제에 대해 절반 이상이 찬성 의사를 표시했지만, 아마존 무료배송이 사라질 수 있다는 설명 이후에는 찬성을 표시했던 응답자의 절반이 찬성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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