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억 달러 들여 인수, 트럼프 정부 M&A 정책 가늠자
빅테크 독과점 경계론은 변수로
구글이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 인수를 재추진한다. 구글은 지난해에도 위즈 인수를 추진했지만, 반독점법 규제 우려로 철회한 바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320억달러(약 46조7300억원) 전액 현금으로 위즈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인수 추딘 당시 제안했던 230억달러보다 90억달러가 상향된 금액이며, 구글의 추진하는 최대 규모의 인수다.
기존 구글이 진행한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2012년 모토로라 모빌리티 사업부문 인수 당시 기록했던 125억달러였으나 이를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보안 부문에서는 자체 최대 규모 인수였던 2022년 맨디언트 인수(54억달러)보다 6배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면서 스타트업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위즈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위험 요소를 신속히 식별·제거하는 보안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현재 구글을 포함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이 위즈의 보안 플랫폼을 사용하는 등 클라우드 보안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위즈 인수를 추진한다고 풀이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IT 이용 방식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으며, 현재 구글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에 이어 시장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은 “사이버보안과 클라우드 컴퓨팅은 모두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라며 “위즈 인수를 통해 구글 클라우드에서의 보안 운영과 자동화 방식을 개선하고, 자동화된 보안 플랫폼에 기반한 멀티클라우드 보안을 구현해 클라우드 확산의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질 것”고 기대했다.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시대 종료, FTC는 어디로 향하나
구글의 위즈 인수는 320억달러의 거래 규모 외에도 현 트럼프 행정부의 빅테크 정책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가늠자로 평가된다.
구글이 지난해 위즈 인수를 포기한 배경은 반독점법 규제 우려가 존재하는데, 새로운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에서 인수를 재추진한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대표적인 빅테크 규제론자인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대형 기술 기업을 경계했다. 칸 위원장의 시대에 FTC는 독과점 위험을 내세워 구글을 비롯해 메타, 애플, 아마존, MS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FTC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면서 제동을 걸려 했던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거래는 반(反) 빅테크를 대표하는 사례로, 690억달러 규모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거래를 완료하기 위해 MS는 거의 2년(21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320억달러 규모의 위즈 인수거래의 최종 완료를 위해서는 미국 경쟁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칸 위원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앤드류 퍼거슨 위원장으로 교체된 FTC의 반응은 향후 대형 M&A에 대한 경쟁당국의 향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가늠자로 주목된다.
FTC는 위원장 교체 뿐 아니라 민주당 추천 위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해고 통보가 이뤄지면서 트럼프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춘 체질 변화가 완료됐다고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수의 승인 여부가 기업 가치 기준으로 미국 최대 기업 6개가 포함된 빅테크 기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보여주는 리트머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바이든 정부와 다른 친기업 행보를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의 경향을 볼 때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영향력이 커진 빅테크 견제를 위한 엄격한 잣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검색 시장에서의 구글 독점에 대한 소송에서 연방법원은 지난해 8월 법무부의 손을 들어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을 인정한 바 있는데, 이는 이번 인수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된다.
또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에도 구글에 대한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 2건이 제기된 점도 긍정적이지 않은 요소다.
반면, 이번 이번 거래가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하고, 벤처캐피탈(VC) 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피치북을 인용한 CNBC의 보도에 따르면 VC들의 투자자산 청산 가치는 2021년 7,800억달러에 달했지만 강력 규제로 대형 M&A가 위축되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냉각되면서 2023년 716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체결된 320억달러 규모의 대형 거래가 M&A와 IPO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한편, 위즈는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MS애저 액티브디렉토리 로그인 서비스의 취약점을 발견하는 등 여러 유명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아내면서 이름을 알렸으며, 상용 솔루션 출시 후 18개월만에 1억달러의 연간반복수익(ARR)을 달성, 가장 빠르게 ARR 1억달러를 돌파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ARR 2억달러를 넘어선 위즈는 구글과의 거래 이전 ARR 10억달러 달성을 통해 IPO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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