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M 코어 사용하고 NPU 개발 집중하는 삼성전자, 인텔과 결별 선언한 애플
-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설…설계자산 확보, 락인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물론, RISC 아키텍처 중 하나인 ARM의 IP가 없어도 AP를 개발할 수는 있다. 실리콘 설계도면에 해당하는 IP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수년 간 ARM과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도면을 가져다 쓴 삼성전자, 화웨이, 퀄컴은 수월하게 AP를 만들어 팔고 자체 생산된 스마트폰에 탑재해왔다.
5G 환경에 최적화된 실감미디어를 쾌적하게 구현하기 위해 성능은 좋아지고 전력소모는 적은 GPU나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기 위한 NPU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성능과 안정성이 답보된 코어 IP의 역할은 필수다.
자체 NPU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NPU를 가져다 쓰는 화웨이도 중앙 컨트롤러인 코어 IP 기술 경쟁력은 ARM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NPU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온 삼성전자와 ARM 아키텍처를 탑재한 맥북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애플의 발표에 이어, 지난 월요일(13일)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설이 흘러나온 점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반도체 시장 지형도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중대 사건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코어 개발 포기한 삼성전자, ARM IP 활용한 AP 개발에 집중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연구센터(SARC)와 캘리포니아 산호세 어드밴스드컴퓨팅랩(ACL)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LSI사업부 장덕현 부사장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AI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딥러닝(DL)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신경망프로세서(NPU)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밝힌 바 있다. 사측은 “AP는 해오던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어 개발은 포기하고 잘할 수 있는 NPU 개발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ARM은 홈페이지에 “삼성전자 ARM은 강력한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ARM이 Cortex-X 커스텀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사용자경험 향상을 위한 안드로이드 생태계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에 흥분된다”며 김준석 삼성전자 SoC 디자인팀장(상무)의 말을 인용, 게시했다.
◆애플은 ARM IP 사용한 자체 실리콘 개발…2년 내 자체개발 칩으로 대체
애플은 ARM IP 기반의 자체 칩(애플실리콘) 개발에 나설 것을 공식화했다. Cortex IP를 설계영역에서 가져와 새로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노트북용 칩이라 모바일용 A시리즈 코어보다 높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팀 쿡 애플 CEO도 “맥에는 거대한 도약이 될 역사적인 변화”라며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통합은 애플의 핵심이다. 자체 설계한 칩과 SW의 결합으로 애플실리콘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AMD에서 코어 아키텍트로 근무했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인텔의 CPU/시스템 수석아키텍트로 활동하면서 칩 설계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실 마이크 필립포가 애플로 이직할 당시(지난해 6월)부터 애플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필립포를 중점으로 대규모 설계인력을 채용한 점, 음성메모나 증권 앱과 같은 다수 iOS 앱을 맥OS에 이식하면서 모바일/PC 간 통합을 추진한 점을 보면 모바일용 실리콘(Ax)에 대응하는 PC용 고성능 실리콘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매각설 나온 ARM, 인수 대상 기업으로 삼성전자·애플 거론
최근 ARM의 주인인 소프트뱅크(Softbank)가 ARM의 매각을 검토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미국시간) 소프트뱅크가 골드만삭스와 함께 ARM을 전체(혹은 부분) 매각을 하거나 기업공개(IPO)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IoT 단말이 빠르게 연결되면서 이를 컨트롤하는 단말에 필수로 탑재되는 저전력 칩 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인수 당시 “인생 최대의 배팅을 했다”고 평가하며 ARM의 가치를 높이 샀다.
실제 ARM의 사업모델을 보면 IP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55%, 엠베드(mbed), 펠리언(Pelion) 등의 IoT 플랫폼 비즈니스가 45%를 차지한다.
매각설의 배경은 올해 1분기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소프트뱅크가 유동성자금 확보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ARM이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액은 약 400억~420억달러로 보고 있다.

ARM 매각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제조사 입장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해 그간 부족했던 칩 설계 단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칩사가 ARM의 IP를 사용하는 만큼 기 검증된 자산이자 수백 수천만 대를 생산하면서 지불해야 할 라이선스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하나의 대상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락인(lock-in) 효과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지난해 5월 미중 간 무역분쟁 영향으로 ARM이 화웨이에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곤혹을 치른 화웨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점이다.
현금보유액이 100조원에 달하며 4년 전 하만카돈 인수를 시작으로 전장반도체 강자인 NXP반도체 인수에도 관심을 가졌던 삼성전자나 인텔과 결별하고 ARM 아키텍처를 도입한 자체 실리콘 개발에 나설 것을 공식화한 애플이 인수자로 거론되는 이유다.
물론 ARM의 매각설이 확실시된 것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요구에 현금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뤄진 검토작업 중 하나며 결론없이 끝날 수 있다고 했다. ARM도 IoT 플랫폼 비즈니스 부문을 모회사(소프트뱅크)에 이전하고 IP 비즈니스 부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불확실성을 답보한 상황에서도 ARM의 매각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의 지형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만 전문적으로 해왔던 ARM의 비즈니스 모델이 타 인수기업(제조기업 혹은 팹리스 모두)으로 넘어가면, 그간 이어져왔던 시장에서의 기업 간 경쟁-협력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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