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데이터센터 20% 건설 차질 우려
한경협 “민간기업 송전로 계획·투자 참여 허용 검토할 시점”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2024년 대비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송전선로 계획·투자 단계에서부터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상향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2일 안호영 의원실, 대한전기협회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AX시대 급증하는 전력수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AI 확산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전력수요는 전력인프라 위기의 새로운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원자력·재생에너지 확대, 청정수소 발전, 송전망 확충, 수요관리 강화 등 종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세계 AI 시장은 2018년 약 11조원에서 2025년 약 140조원으로 연평균 43%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며, “전력수급 불안이 지속되면 2030년까지 예정된 전세계 데이터센터 건설의 약 20%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IEA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비데 담브로지오 IEA 부문장은 축사를 통해 “에너지 없이 AI도 없다”며, “2030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한국의 연간 전력소비량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빈센트 자카몬 IEA 에너지분석관은 “데이터센터 글로벌 전력수요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까지 연평균 15% 증가할 것”이라며, “주로 도심 주변에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현존하는 데이터센터의 20배를 초과한다”고 평가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함완균 솔루션스트레트지파트너스 대표는 한국 데이터센터 전력인프라의 수요불일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함 대표는 “발전설비 및 송전선 건설에 최소 5~7년이 소요되지만 데이터센터 입주는 2~3년 단위로 빠르게 진행돼 수요와 계획의 불일치가 구조화되고 있다”며, “전력계획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데이터센터 입지계획 역시 송전선 확보와 연계되지 않아 시스템적인 병목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미국은 ‘FERC Order 1000’을 통해 송전선로 계획단계에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민간기업의 송전설비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구글은 2027년까지 미국 네바다주 내 인공지능(AI)·클라우드 전용 단지 개발을 위해 민간 송전사업자와 협력해 350마일 규모의 전용 송전선을 공동 개발에 나설 예정으로 투자 지연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함 대표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민간기업이 송전선로 계획단계부터 참여하는 상향식 계획에 기반해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는 민간 건설역량을 활용해 전력망 건설 기간을 줄여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근거해 수립되는 정부 주도의 송전선로 확충계획은 산업·지역별 전력수요의 단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함 대표는 “AI·데이터센터 등 예측이 어려운 수요에 대응하려면 민간기업이 송전선로 계획과 투자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유연한 계획 시스템은 정부의 예측 부담을 낮추고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의 데이터센터 대표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가 이뤄졌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AI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인 SK텔레콤의 이영탁 부사장은 “주요국은 정부가 AI 활성화 정책을 제시할 때 기존 발전소의 활용도 제고 등 전력수요 급증 대응방안을 같이 발표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지방에 데이터센터 구축 시 인근 소재 대형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에퀴닉스코리아 장혜덕 대표는 “전력공급의 주체가 국가에서 민간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무탄소에너지 확보가 시급하다”며,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 수소 및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무탄소 전력원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클라우드 한국대표를 역임했던 조성범 광주과학기술원 특임교수는 “중국은 2006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로 투자해 온 서부지역의 친환경 에너지를 동부지역에 공급하는 서전동송 프로젝트와 대규모 전력이 요구되는 AI데이터센터를 친환경 에너지의 심장부인 서부지역에 건설하는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융합해 AI 산업기반 지역균형 발전과 저탄소전환 가속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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